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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공유 킥보드’ 타고 출근하는 시대…안전장치는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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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일부 지역에서 시작한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가 점차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서울만 해도 강남, 서초, 송파, 마포, 종로구 등이 서비스 가능지역이 됐고 부산, 대구 일부 지역에도 공유 킥보드 업체가 진출했다. 최근 전동킥보드를 탄 직장인들의 모습은 출근길 쉽게 볼 수 있는 광경이 됐다. 한국교통연구원은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수단이 2016년 6만대에서 2022년 20만대까지 늘어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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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연남동 인근 인도에서 한 시민이 보호장비 없이 이어폰을 귀에 꼽고 전동킥보드를 타고 있다. 하상윤 기자


◆ “운전면허 필수?…어 그냥 되네!”

실제 기자가 지난 16일 오전 서울 지하철 3호선 신사역 일대를 돌아본 결과 약 5분에 1명꼴로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는 직장인들을 볼 수 있었다. 역 인근 길가에 대여가능한 킥보드도 50~100m마다 주차돼 있었다. 주차된 L사 킥보드를 이용하기 위해 앱(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고 간단한 회원 가입 후 신용카드 결제정보를 등록하자 헬멧 착용, 인도 주행금지, 주차 안내 등 주의사항에 대한 안내창이 나타났다.

전동킥보드는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 자전거’로 분류된다. 헬멧을 필수로 써야 하고 인도로 주행해선 안 된다. 이를 어겼을 때는 범칙금이 부과될 수 있다. 앱은 잠깐의 안내를 통해 주의사항을 알렸지만 강제하는 장치는 사실상 마련돼 있지 않았다. 이날 만난 킥보드를 이용하는 사람들 중에도 헬멧 착용이나 인도 주행 금지 사항을 지키는 사람은 없었다. 한 이용자는 “안내를 통해 헬멧을 써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출근길에 잠깐 이용하는데 따로 가지고 다니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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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신사역 인근에서 한 시민이 전동킥보드를 타고 있다. 안승진 기자


공유 킥보드는 현행법상 차도로 주행해야 하기 때문에 ‘운전면허’도 필수다. 하지만 L사 킥보드의 경우 따로 운전면허를 등록하지 않아도 바로 이용이 가능했다. 이날 기자가 서울에서 서비스하는 공유 킥보드업체 7곳의 운전면허 확인 여부를 점검한 결과 3곳은 면허정보 등록 절차가 없었고 2곳은 아무 사진이나 입력하면 바로 이용이 가능해 면허 정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단 2곳만이 면허증 번호, 일련번호 등을 등록 후 킥보드를 이용할 수 있었다. 사실상 불법을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한 공유 킥보드 업체 관계자는 “이용 전 약관에 보면 면허 소지에 대해 동의하는 과정이 있다”며 “(무면허 운전) 책임은 개인이 진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차도로 주행해야 하지만… 현실은?

일반적으로 공유 전동킥보드는 바닥을 한쪽 발로 3회 정도 차고 오른쪽 가속 버튼을 누르면 앞으로 나간다. 왼쪽에는 속도를 줄이는 브레이크 레버가 달려 있다. 평지에서 가속 버튼을 누르니 ‘위이잉’ 소리와 함께 약 5초 만에 시속 20㎞대까지 속도가 올랐다. 속도가 나면 양발을 발판 위로 올리는데 핸들을 통해 자전거처럼 좌우 중심을 잡아야 했다. 국가기술표준원의 고시에 따라 전동킥보드는 최대 속도가 시속 25km로 제한된다. 내리막길로 진입하자 가속이 붙어 시속 29km까지 속도가 붙었는데 상당히 빠르게 느껴졌다. 만일 조종이 미숙해 차량이나 사람과 부딪친다면 큰 부상이 우려될 정도였다. 뒤에서 달려오는 전동킥보드 소리에 신경 쓰며 옆으로 달아나는 사람들도 꽤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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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연남동 인근 인도에서 한 시민이 보호장비 없이 전동휠을 타고 있다. 하상윤 기자


전동킥보드를 이용한 ‘도로 주행’도 상당히 아슬아슬했다. 차들이 빠르게 지나가는 도로에서 상대적으로 느린 킥보드 운전자는 장애물처럼 여겨졌다. 차도 끝으로 주행하고 있으면 차들이 차선을 넘어 추월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도로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곳이나 맨홀, 과속방지턱 등을 지날 때는 킥보드가 심하게 흔들렸다. 자칫 무게중심을 잃고 넘어질까 불안감이 컸다. 따로 인도가 마련돼 있지 않은 도로에 진입하니 사람들을 피하기 위해 요리조리 핸들을 돌려야 했다. 갑자기 등장하는 킥보드를 뜻하는 일명 ‘킥라니’ 공포에 차량 운전자도, 보행자도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킥보드 운전에 따라 실제 발생한 사고 수도 적지 않았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7년과 2018년 개인형 이동수단 인명사고는 총 289건이 발생했다. 이중 사망사고는 8건이었고 중상이 발생한 사고는 110건, 경상 사고가 171건이었다. 특히 운전자가 사망에 이른 사고 중 5건은 울퉁불퉁한 길, 하수구 구멍, 과속방지턱 등 장애물이나 미숙한 운전에 따른 사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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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인근의 한 빌딩 입구에 주차된 전동킥보드. 권구성 기자


◆ 여기저기 주차된 공유 킥보드… 통행불편 민원 빗발쳐

공유 킥보드의 주차는 서비스 이용 가능 지역이라면 어디든 가능했다. 킥보드마다 GPS(위치확인시스템)가 장착돼 업체가 바로 찾아가 수거 및 충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용자 입장에선 매우 편리한 기능이지만 건물 관리인들은 이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한 관리인은 “상가 입구 앞에 킥보드를 주차해 놔 민원이 적지 않다”며 “건물 주변에 주차해놓는 사람들을 막기 위해 돌아다니면서 여기 주차하지 말라고 안내를 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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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인도에 주차된 공유 전동킥보드들. 안승진 기자


지자체도 최근 킥보드 관련 민원이 폭발해 고민이 깊었다. 전국에서 공유킥보드 업체가 가장 많이 진출해 있는 강남구는 킥보드 민원이 잇따르자 지난해 서울시와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경찰청 등에 전동킥보드 관련 행정조치에 대한 지침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하고 나선 상태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공유 킥보드 업체들은 보행자 통행에 지장이 없는 곳에 (킥보드를) 가져다 둔다고 하지만 실제 사용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며 “바람이 세게 불 때면 킥보드가 (넘어져) 주차된 지역에 난리가 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민원이 왔을 때 업체에 연락을 해 빨리 와서 수거해달라고 요청할 뿐 전동킥보드 관련한 법이 전혀 없어 행정조치를 할 수가 없다”며 “관련 민원은 끊이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는 새로운 교통수단이 등장한 만큼 안전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한국교통연구원 한상진 선임연구위원은 “전동킥보드의 속도인 시속 25㎞면 상당히 빠른 수준”이라며 “어린이 보호구역 차량 속도 규정도 30㎞인데 보도 통행을 허용하는 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전거도로 위주로 킥보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통행원칙이 마련되는 게 좋을 것 같다”며 “킥보드의 속도 제한도 자전거에 준하는 통행 속도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영상=이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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