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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대검 상갓집 추태” 항명 규정한 秋… 후속인사 명분 삼나 [뉴스 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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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檢 ‘인사 힘겨루기’ / “심재철 부장이 조국 무죄 주장” / 양석조 선임연구관 고성 항의 / 秋 “일반인들 보는 앞서 부적절 / 잘못된 조직 문화 바꾸기 노력” / 尹 총장 “과장급 제외” 요구 불구 / 秋 ‘항명’ 이유 뜻대로 인사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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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0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대검찰청 간부가 장례식장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 처리를 놓고 상관 검사장에게 공개적으로 소리지르며 항의한 일에 대해 “장삼이사(신분이 명확하지 않은 이들)도 하지 않는 부적절한 언행”이라며 강한 유감을 드러냈다.

추 장관은 20일 ‘대검 상갓집 추태 관련 법무부 알림’ 제목의 입장문에서 “심야에 예의를 지켜야 할 엄숙한 장례식장에서, 일반인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대검 핵심 인사들이 술을 마시고 고성을 지르는 등 장삼이사도 하지 않는 부적절한 언행을 하여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되어 법무검찰의 최고 감독자인 법무부장관으로서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검찰의 잘못된 조직문화를 바꾸고 공직기강이 바로 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8일 한 검사의 장인상 장례식장에서 차장검사인 양석조 대검 반부패강력부 선임연구관(47·사법연수원 29기)은 심재철 반부패강력부장(51·27기)이 조 전 장관의 무혐의를 주장했다면서 “당신이 검사냐”고 강하게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내부에서 조 전 장관의 기소를 놓고 ‘1·8 인사’로 부임한 고위 간부와 기존 간부의 갈등이 폭발한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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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사가 조형물에 반사되어 일그러져 보이고 있다. 과천=뉴시스


정부의 검찰개혁에 대한 검찰조직 내의 불만이 드러난 일례라는 분석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이날 휴가를 낸 양 선임연구관은 ‘좌천돼도 상관없이 검사로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나쳤다는 내부의 목소리도 있다. 이날 박철완 부산고검 창원지부 검사는 ‘공개토론을 위한 발제문’이라며 동료가 보내온 글을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게시했다. 익명의 글쓴이는 “심 부장이 회의 과정에서 의견을 피력한 것 이외에 다른 불법적인 행위를 한 것이 없다면, 양 선임연구관의 행동은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것에 대한 공격과 비난으로밖에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법무부는 양 연구관의 행동을 ‘항명’으로 보고 있다. 양 연구관의 항의는 그의 의도와 상관없이 법무부가 다시 패를 쥐고 ‘원하는 인사’를 낼 명분을 만들어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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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이날 검찰인사위원회를 열고 차장, 부장검사를 중심으로 중간간부급 승진·전보 인사를 논의할 예정으로 '추미애 법무부'와 '윤석열 검찰' 간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뉴스1


검찰 중간간부들의 인사를 앞두고, 윤석열 검찰총장은 법무부에 최근 “대검 과장급 중간간부들은 인사 대상에 포함하지 말아 달라”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했다. 지난 8일 ‘인사과정에서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는’ 과정을 생략한 채 현 정부를 수사한 고위급 검사들을 지방으로 보낸 추 장관은 윤 총장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에 인사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번 항명 사태로 추 장관은 원하는 인력배치를 할 수 있는 명분을 얻게 된 셈이다.

검찰은 검찰개혁과 직제개편, 인사 등을 앞둔 혼란스러운 분위기 속에서도 조 전 장관 일가 수사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등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며 궁지에 몰리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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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뉴시스


검찰은 조 전 장관 인사청문회가 끝나고 곧바로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사문서 위조 혐의로 기소했다. 당시 검찰은 “공소시효를 앞둔 범죄를 보고 기소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주장했고, 일각에서는 피의자에 대한 소환조사도 없이 정 교수를 재판에 넘겼다고 지적했다. 이후 검찰은 공모자를 정 교수 딸로 구체화하고 위조 시점과 장소를 다시 특정했다며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이를 불허했다.

추 장관이 장관 후보로 지명된 이후 집중한 청와대 의혹 사건도 성과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달 26일 청구한 조 전 장관의 구속영장은 기각됐고, 같은 달 31일에는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의 ‘핵심’으로 꼽히는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신병 확보에도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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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주요 사건 흐름도 비슷하다. ‘백서를 만든다는 마음’으로 출범한 세월호특별수사단은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6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발부받지 못했다. 성매매 알선 등의 혐의를 받은 빅뱅 전 멤버 이승현(승리)씨를 조사하고도 신병을 확보하지 못했다.

윤 총장의 수사 철학인 ‘검사의 배틀필드(전장)는 법원’이란 말을 머쓱하게 하는 결과다. 이 때문에 여권에서 줄기차게 외쳐온 “수사권이 절제되지 못했다”는 비판론도 힘을 얻고 있다.

이날 법무부는 정부과천청사에서 검찰 인사위원회를 열고 신규 임용 인사와 전보 인사 방안 등을 심의했다. 인사위에서는 검찰 직제개편안 국무회의 상정 등을 앞두고 축소 또는 폐지되는 부서에 따른 인사원칙 등도 함께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는 21일 검찰 직제개편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는 대로 검찰 중간간부급 인사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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