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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조국, 처음엔 유재수 감찰 지시… “여기저기서 전화 많이 와” 중단 [친문인사들 '구명 청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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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장서 드러난 ‘감찰 무마 의혹’ / 曺, 유재수 비위사실 보고 받은 후 / 경징계로는 안 된다는 사실 인지 / 참여정부 인사들 감찰건 문의에 / “사표를 낸다고 하니 정리” 지시 / 서울대, 曺 징계 착수 여부 논의

세계일보

20일 국회를 통해 공개된 검찰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공소장에서 핵심은 친문(친문재인)계 인사들의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당시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에 대한 ‘구명운동’이다. 검찰은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조 전 장관이 유 전 부시장 감찰 중단을 지시한 것에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하면서 친문 인사들의 구명운동도 상세히 적시했다.

◆네차례 보고받은 曺… 처음엔 ‘직접 감찰하라’

검찰은 공소장에서 조 전 장관이 2017년 11월 청와대 특별감찰반으로부터 유 전 부시장 비위 사실 보고받았을 때 청와대 특별감찰반이 직접 감찰을 진행하라고 지시했다고 적시했다. 조 전 장관이 유 전 부시장 비위 사실 첩보 사안이 중대하며 금융위에 자체 감찰을 맡길 경우 감찰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이같이 조처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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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27일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왼쪽 사진)이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에 따라 청와대 특별감찰반은 유 전 부시장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디지털 포렌식 분석을 하는 등 감찰 조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유 전 부시장의 금품수수 등 중대 비리 혐의가 확인되었다.

아울러 유 전 부시장은 윤건영 당시 대통령비서실 국정상황실장, 김경수 국회의원(현 경상남도지사), 천경득 청와대 총무인사팀 선임행정관과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았고, 이 중 천 행정관하고는 금융위 고위직 인사 문제를 협의하는 문자를 주고받은 사실까지 확인됐다. 이는 박형철 당시 반부패비서관을 통해 조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 조 전 장관은 감찰을 계속하라고 지시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박 전 비서관으로부터 △감찰 착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 △문답 조사결과 △혐의 내용 및 향후 조치계획 보고 등 감찰 단계별로 4회 이상의 서면보고를 통해 유 전 부시장의 비위 혐의를 보고받아 경징계로 마무리될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고 적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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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14일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한 당시 조국 민정수석(오른쪽)과 백원우 민정비서관이 대화하는 모습. 가운데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세계일보 자료사진


◆‘유 전 부시장은 노무현정부 사람’ 구명운동

유 전 부시장은 청와대 특별감찰반 감찰이 시작된 시점부터 윤 전 실장과 김 지사, 천 행정관 등에게 ‘억울하다’는 취지의 구명운동을 벌이는 한편, 특별감찰반의 자료 제출 요구를 미루다가 병가를 내며 불응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유 전 부시장의 청탁을 받은 이들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계자들에게 ‘유 전 부시장은 참여정부(노무현정부) 시절 우리와 함께 고생한 사람’이라는 취지로 구명 운동을 벌였다. 백원우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주 대상인 것으로 공소장은 적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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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뉴시스


백 전 비서관은 김 지사 등으로부터 구명 청탁을 받은 뒤 감찰수사를 이끌고 있던 박형철 전 비서관에게 ‘유 전 부시장을 봐주는 것은 어떻겠느냐’는 취지로 제안했는데, 박 전 비서관은 이를 거절했다. 박 전 비서관은 수사 의뢰까지 검토해야 하는 사안이라는 태도를 보였다.

◆“여기저기서 전화가 많이 온다”… 曺, 감찰 중단 결정

검찰은 조 전 장관이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계속해야 하고, 혐의 내용도 중대해질 상황임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고 봤다. 최소한 검찰이나 경찰 등 수사기관이나 관계기관에 이첩이라도 했었어야 했다는 것이다. 조 전 장관은 노무현정부 관계자들로부터 유 전 부시장 감찰 건에 대한 문의를 받는 등의 상황이었다. 조 전 장관은 박 전 비서관에게 “여기저기서 전화가 많이 온다”고 말했던 것으로 적시됐다.

결국 조 전 장관은 감찰 중단을 결정했다. 2017년 12월의 일이다. 그는 박 전 비서관에게 “유 전 부시장이 사표를 낸다고 하니 감찰을 더 할 필요가 없다”고 감찰이 없었던 것처럼 정리하라고 지시했다. 또 김용범 당시 금융위 부위원장에게 유 전 부시장의 구체적인 비위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 검찰은 이 행위를 금융위의 소속 공무원에 대한 감찰 등 권리행사 방해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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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전 장관은 ‘정무적 판단’에 따른 조치이지 법률 위반 행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 17일 기소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사후적으로 볼 때, 민정수석으로서 정무적 판단에 미흡함도 있었다”며 “감찰 종료 후 보고를 받고 상대적으로 가벼운 조치를 결정한 것이 직권남용이라는 공소사실에 대해서 (법정에서) 그 허구성을 밝히겠다”고 말한 바 있다.

조 전 장관에 대한 공소장이지만, 현 정부 핵심인사들이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구명운동을 벌였다는 사실이 기재됨에 따라, 검찰이 이들에 대한 조사에 착수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한편, 서울대학교는 이날 검찰이 조 전 장관의 뇌물수수 혐의 관련 자료를 공식 전달했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울대는 검찰 기소 후 혐의 자료를 요청한 바 있다. 서울대는 자료를 이날 받음에 따라 논의를 거쳐 조 전 장관에 대한 직위해제·징계착수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자료에는 서울중앙지검이 기소한 조 전 장관에 대한 뇌물수수 혐의와 관련한 자료만 있다.

이도형·박지원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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