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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학교폭력 예방, 우리 학생들이 먼저 나서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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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흥덕중 ‘혼자가 아닌 우리’



학교폭력 스스로 해결하려 모여


학교 안팎서 캠페인·이벤트 진행

준비하고 활동하느라 힘겨운 행군

우수 동아리 뽑혀 2년 연속 장관상

처음엔 쑥스러웠지만 보람 느껴

기부 등과 어우러져 문화 정착되길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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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교육부 통계를 보면, 줄어들던 학교폭력이 최근 2, 3년 전부터 소폭이지만 다시 증가 추세로 돌아섰다. 피해 경험 나이가 어려지고 언어폭력·사이버폭력의 비중이 높아졌다. 학교폭력은 어린 학생들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에 교육부도 대책 마련을 마련하느라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이런 문제점을 깨닫고 자신들의 문제를 직접 풀겠다고 나선 동아리가 있다. 경기도 용인시 흥덕중학교 학교폭력 예방 동아리 ‘혼자가 아닌 우리’(혼아리)가 그것이다. 2018년 출범해 활동 기간은 2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모든 학생과 가족이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짜내 독창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특히 교육부와 울산시교육청, 푸른나무재단(옛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 주관한 학교폭력 예방 지원사업 ‘함께하는 푸른 가족 캠페인’에서 우수 동아리로 선정돼 2년 연속 교육부장관상을 받는 기록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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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아리는 김라온(3학년) 학생의 아이디어가 마중물이 됐다. 반에서 소외되는 친구들을 볼 때마다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친구로부터 푸른나무재단의 프로젝트가 있다는 말을 듣고 2018년 5월 바로 신청을 했다고 한다. 가족과 함께하는 활동이 더 의미가 있을 것 같아 가족 캠페인을 택했다. 학교폭력이 가해자 한 아이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에 열쇠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학교폭력의 예방은 혼자만의 힘으로는 곤란해 여럿이 함께하는 동아리를 만드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회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동아리 이름을 논의했다. ‘혼자가 아닌 나’에서 ‘혼자가 아닌 너’를 거쳐 ‘혼자가 아닌 우리’로 결정했다.

첫해에는 14명의 동아리원과 가족으로 시작했다. 6월부터 시작된 이들의 활동은 등굣길과 길거리 캠페인, 손수제작물(UCC) 만들기, 설문조사, 스크래치 게임 제작, 랩 개사 활동, 시험을 본 뒤 학생들 스트레스를 풀어주기 위해 마련한 ‘스트레스 제로 존’, 가족과 함께 학교폭력 관련 영화 보고 감상문 쓰기, 동아리 학부모의 지역순찰, 변호사 학부모의 재능기부로 연 청소년법 강의 등 다양하게 이어졌다. 라온 학생은 초창기 활동을 이렇게 회고했다. “처음에 우리 동아리 회원들이 힘들게 준비해 캠페인을 했는데 반응이 시큰둥할 때는 힘이 쭉 빠졌어요. 그런데 갈수록 호응도가 높아지면서 힘들었지만 보람을 느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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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년에 걸친 ‘강행군’은 예상외의 선물, 교육부장관상을 가져다주었다. 한 번으로 그쳐서는 안 되는 것이기에 3학년이 시작되자 새롭게 시작했다. 이번에는 학교 자율동아리에도 등록했다. 대상도 전 학년으로 넓혔다. 첫해 동아리원 가운데 5명이 남았다. 12명이 새로 가입했다. 전년의 활동에 대한 평가와 반성을 했다. 피켓 캠페인, 설문조사, 행사장 부스 운영 등 기본활동은 그대로 유지했다. 그 바탕 위에 학생들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놀이 요소를 많이 추가했다. 룰렛 게임, 스티커를 이용한 타투, 실내화를 던져 학교폭력을 시원하게 날리는 실내화 슈팅 게임 등을 비롯해 설문조사도 스티커 붙이기로 바꿨다. 눈높이를 낮추니 초등생과 유치원생의 참여도 늘었다. 활동이 늘어나면서 그동안 방관하던 학교 친구들도 캠페인을 도와주는 등 적극적으로 나왔다. 모두 ‘이런 게 우리 활동의 성과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됐다.

무엇보다도 학교폭력 예방활동을 하면서 선생님, 친구, 가족 간의 우애와 사랑이 돈독해진 것이 큰 수확이다. 사이가 멀어진 친구들 사이에는 사과의 편지, 더 친해지고 싶은 친구에겐 우정의 편지를 주고받는 전교생 ‘더블 레터’, 부모님 발을 씻겨주는 세족식, 가족들끼리 로션을 발라주는 터치 데이, 안마를 해주는 릴랙스 데이, ‘사랑해’란 단어를 넣어 가족 간에 문자 보내기 등의 가족 활동도 자주 벌인다. 처음엔 어색하고 쑥스러웠지만 횟수가 더해지면서 자연스러워졌다. 감정의 표현에 인색한 우리나라 사람에게 아주 필요한 활동이라는 것이 다시 한번 입증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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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을 맡았던 주연서(3학년) 학생은 “항상 우리의 활동을 기록하면서 평가, 반성하고 부족한 것을 보완하는 작업을 계속했어요. 또 반 친구와 동아리 친구, 엄마 아빠와 같이 캠페인을 하면서 서로에 대한 의미를 새롭게 발견한 것 같아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이지헌(3학년)·이주현(3학년) 학생은 “스트레스 제로 존 행사에 참여한 아이들이 행복한 모습을 되찾는 것을 보면서 모든 어려움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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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에는 반년 동안 활동을 했는데 지난해에는 4월에 시작해 거의 9개월을 쉬지 않고 달렸다. 동아리원과 가족들은 그동안의 활동을 푸른나무재단 누리집(홈페이지)에 96개나 올렸다. 활동도 활동이지만 기록하고 사진 찍고 글로 써서 인터넷에 올리는 작업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활동하면서 동아리 학생들의 변화도 컸다. 학교폭력에 대해 잘 모르고 관심도 없었는데 이젠 예방의 중요성을 깨닫고 활동에 적극적이다. 1학년 이지호 학생은 “등굣길 캠페인에서 아는 아이들을 만나면 쑥스러웠는데, 이제는 떳떳하고 큰 보람을 느낀다”며 한 해 동안 자신의 키보다 더 크게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2년 동안 이들을 지켜본 김주현 지도교사는 “물리적 폭력은 줄었지만, 언어폭력·사이버폭력 등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혼아리가 등장했다”며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몸과 마음을 다해 정말 열성적으로 활동한 게 눈에 보인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제 2학년 때부터 동아리를 이끌어온 3학년 5명이 모두 지난 1월 초 졸업을 했다. 하지만 앞으로도 혼아리의 활동은 계속되어야 한다. 학교폭력이 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동아리장을 맡았던 라온 학생은 “학교 행사나 축제 등에 재능기부, 바자, 모금 활동 등이 녹아들어 자연스러운 문화로 정착했으면 하는 게 바람”이라고 말했다. 김학준 선임기자 kimh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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