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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5 (토)

헬기 수색 또 중단… 실종자 것 추정 재킷 발견 [한국인 교사 4명 안나푸르나 실종 나흘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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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천후에 수색 20일 걸릴 수도” / 현장 돌아본 실종자 가족들 침통 / 사고지역서 금속탐지 신호 감지 / 엄홍길 대장 드론 띄워 수색 계획 / 트레킹 루트 당초 분석 달리 위험 / 丁총리, 수색·구조작업 만전 당부

세계일보

네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에서 실종된 한국인 수색을 위해 20일 네팔군 구조인력이 추가로 투입됐다. 네팔 포카라공항에서 이륙 준비 중인 네팔군 구조헬기 모습. 포카라=연합뉴스


네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트레킹 코스에서 눈사태로 실종된 한국인 교사 4명을 찾기 위한 수색작업이 실종 나흘째인 20일 또다시 중단되며 아직까지 실종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네팔 현지 및 충남교육청, 관계 당국 등에 따르면 실종자 수색작업은 이날 오전 8시(현지시간)부터 현지주민을 중심으로 도보 수색이 재개됐고 네팔군 구조인력도 추가로 투입됐으나, 오후 1시15분쯤 기상악화로 또다시 중단됐다. 앞서 전날 오후에도 새로운 눈사태와 기상악화로 수색작업이 중단됐다.

이날 네팔군 구조 인력을 태운 헬기는 안나푸르나 산 인근 포카라 공항에서 출발, 사고지점으로 향했다가 착륙지점의 눈이 제대로 다져지지 않아 한 차례 회항했다. 해당 헬기는 착륙지점 정비 후 다시 출발했으며, 현지 경찰과 우리 외교부 신속대응팀, 박영식 주네팔 한국대사 등도 동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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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에서 산사태를 만나 실종된 한국인 교사 4명에 대한 수색 작업이 나흘째를 맞고 있다. 사진은 20일 사고 현장 모습. 네팔구조당국 제공


이와 별도로 유명 산악인 엄홍길 대장이 헬기를 타고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해발 3700m)에 있는 산악구조센터에 가서 드론 등 수색 장비를 포카라로 가져왔다. 엄 대장은 수색 장비를 점검한 뒤 사고지점에 드론을 띄울 예정이다. 엄 대장은 이날 연합뉴스에 “어제(19일) 오후 사고 현장에서 구조대 헬리콥터가 금속 탐지 장비를 활용해 수색작업을 하던 도중 신호가 감지됐다고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A4 용지 크기의 이 기계는 지뢰탐지기처럼 눈 속의 금속에 반응해 실종자의 휴대전화나 시계 등을 탐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지역에서는 실종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재킷도 한 점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비슷한 시각, 실종자 가족 4명을 태운 또 다른 헬기도 사고 현장을 돌아보고 포카라로 돌아왔다. 가족은 침통한 표정으로 아무 말 없이 활주로를 빠져나갔다.

네팔 당국은 실종된 한국인 교사 4명을 찾는 데 20일이 걸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미라 아차야 네팔 관광부 담당자는 “네팔 트레킹 여행사협회 소속 구조대원 7명이 장비를 가지고 (19일) 현장에 도착했으나 새로운 눈사태와 비 때문에 수색에 착수하지 못했다”고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어 “구조대원들은 날씨가 좋아지길 기다리고 있다”며 “수색작전에 20일이 걸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구조대원 중 한 명은 “날씨가 개더라도 눈이 녹는 데 몇 주가 걸려서 수색에 지장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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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푸르나서 실종된 한국인 수색을 지원하기 위해 산악인 엄홍길 대장이 20일 네팔 포카라공항에서 헬리콥터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KT 관계자와 동행한 엄 대장은 드론을 띄워 사고현장 상황을 파악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산악계를 중심으로 이번 사고 지역이 그간 알려진 것과 달리 큰 위험이 잠재된 지점이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아르준 포우델 한국·네팔 트레킹 관광협회 사무총장은 이날 언론과의 통화에서 “사고 지역은 가파르고 좁은 길이 강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진다”며 “안나프루나 트레킹 루트 중 가장 위험한 곳 중 하나”라고 말했다.

안나푸르나의 날씨가 지난 몇 년간 ‘기상이변’에 가까울 정도로 거칠어지면서 위험성이 가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엄 대장은 “사고 지점은 눈사태가 자주 나는 위험한 지역으로 지도에 표시돼 있다”며 “(사고 당시) 겨울철에 폭우나 폭설이 이처럼 많이 내린 것은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박영식 주네팔 대사에게 전화를 걸어 “실종된 4명에 대한 수색·구조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정 총리는 좋지 않은 기상 상황으로 수색·구조작업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실종자 가족들의 근심이 클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실종자 가족들에게 상황을 신속·충실하게 설명하고 영사 조력 등 필요한 지원도 최대한 하도록 당부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이날 오전 충남교육청 사고상황본부에서 대응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네팔 현지와 긴밀히 협력 공조하고, 중앙정부로 요청하는 사항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등 조속한 구조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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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0일 충남교육청을 방문해 네팔 안나푸르나서 교육 봉사 도중 눈사태로 실종된 교사 4명의 구조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는 이와 관련, 이날 네팔 교사 실종사고 관련 상황점검단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실종 교사 가족과 조기 귀국한 교사들이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심리치료·상담도 지원할 계획이다.

충남교육청 소속 교사 4명은 앞서 지난 17일 오전 안나푸르나 데우랄리(해발 3230m)에서 하산하던 중 네팔인 가이드 2명과 함께 눈사태에 휩쓸려 실종됐다. 다른 그룹 소속 네팔인 가이드 1명도 함께 실종됐다.

백소용·유태영·이현미 기자, 세종=김승환 기자 swini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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