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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여순사건 내란죄로 희생 72년 만에 재심서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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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기관사 故 장환봉씨 명예회복 / 판사 “위법한 공권력… 사과” 울먹

세계일보

20일 오후 전남 순천시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에서 열린 여순사건 재심 선거공판에서 고(故) 장환봉씨에 대해 무죄가 선고된 가운데 고인의 부인 진점순씨(97·오른쪽)가 소감을 말하고 있다. 뉴스1


전남 여순사건 당시 내란죄로 처형된 철도기관사에 대한 재심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억울하게 희생된 지 72년 만에 명예회복이 이뤄진 셈이다.

광주지법 순천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김정아)는 20일 내란 및 국가 문란 혐의로 기소된 고 장환봉(당시 29세)씨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하고 사과했다. 김 부장판사는 “사법부 구성원으로서 이번 판결의 집행이 위법한 공권력에 의한 것이었음을 밝히며 깊이 사과드린다”며 “여순사건 희생자들과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고단한 절차를 더는 밟지 않도록 특별법이 제정돼 구제받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무죄 판결의 배경을 밝히던 김 부장판사는 한때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으며 방청석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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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열린 여순사건 재심 선거공판에서 남편 고 장환봉씨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자 부인 진점순(97·가운데)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왼쪽은 딸 장경자씨. 순천=뉴스1


김 부장판사는 “장환봉은 좌익, 우익이 아니라 명예로운 철도 공무원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70여년이 지나서야 (판결이) 잘못되었다고 선언하게 되었는데, 더 일찍 명예로움을 선언하지 못한 것에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장씨와 함께 재심 재판 피고인이었던 신모씨 등 2명은 재심 청구인이 사망해 사건이 종결됐다.

재심을 청구했던 장환봉씨의 딸 경자(75)씨는 “만시지탄이다”며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노력했는데 여러분의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와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국가가 이제야 늦게나마 사과를 했는데 여순사건 특별법이 하루빨리 제정돼 억울한 누명을 풀어주길 바란다”며 “역사를 올바로 세울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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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전남 순천시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에서 열린 여순사건 재심 선거공판에서 고(故) 장환봉씨에 대해 무죄가 선고된 가운데 여순사건재심대책위원회가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스1


장씨는 1948년 10월 국군이 반란군으로부터 순천을 탈환한 직후 반란군을 도왔다는 이유로 계엄군에 체포돼 22일 만에 군사법원에서 내란 및 국권 문란죄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고 곧바로 형이 집행됐다.

장씨의 억울한 죽음은 자칫 역사의 뒤안길에 잊힐 뻔했으나 61년 만인 2009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여순사건 이후 군과 경찰이 438명의 순천지역 민간인을 내란혐의로 무리하게 연행해 살해했다고 결론 냈다.

장씨의 유족 등은 2013년 억울한 죽음을 밝혀달라며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순천=한승하 기자 hsh6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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