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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인들, 용산참사 11주기 "문학의 이름으로 이명박 정부 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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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잡지가 2019년의 시간을 정의 내린다면 그것은 용산참사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연희문학창작촌 문학웹진 ‘비유’가 2019년 연말특집과 2020년 신년특집으로 마련한 아카이빙 연재기획 ‘연결’의 공지글 일부다. 연결은 2009년 ‘6·9 작가선언’에 참여한 작가들에게 당시 기억과 선언이 현재에 미친 영향을 질문하는 기획이다.용산참사 11주기를 맞아 마련됐다.

경향신문

2009년 용산참사 당시 상황.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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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연·신해욱·정한아 시인이 첫 회 연재를 맡았다. 이들은 작가선언 때 “용산 철거민들의 생존권을 짓밟는 와중에 여섯 명의 무고한 목숨을 앗아가고도 이명박 정부는 끝내 사죄하지 않았다”면서 “수치와 슬픔을 아는 것이 사람이고, 사람됨이라는 가치에 헌신하는 것이 문학이다”라고 했다. 이어“우리는 문학의 이름으로 이명박 정부를 규탄한다”고 했다.

신 시인은 연결에 실은 ‘영향력’에서 “당시 나는 광주에 살았고 작가선언 준비 회의는 서울에서 이뤄져 쉽게 참석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었다”며 “선언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란 선언 자체가 아니라, 그 선언이 나에게 미친 영향에 대한 것”이라고 했다. 신 시인은 “나는 (용산참사) 시위에 참여하는 친구를 응원하러 나가 불탄 거리를 눈으로 확인했다”며 “이런 세계에서 나의 시들이란 뭘까. 갓 나온 따끈한 시집을 책상에 올려두고 해맑게 기뻐할 수만은 없었던 마음이 생각난다”고 했다.신 시인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 304명을 추모하는 낭독회에도 참여했다. 작가와 시민들이 한 달에 한 번씩 한 줄 문장을 읽는 ‘304 낭독회’를 연다. 그는 “언젠가는 두세 명이 겨우 모여 2014년 4월16일의 (희생자) 304명을 추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어간다. ‘자리’를 지켜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글의 말미에서 그는 ‘할 말이 더 남아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이더라도, 더 이어질 말의 가능성을 보존하는 자리’를 말했다.

경향신문

웹진 <비유>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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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시인은 ‘어떡하지, 나는 작가선언보다 백수선언이 어울릴 것 같은데’에서 “우리는 그 선언으로 당시 정부가 내세운 ‘중도실용주의’를 분쇄하지 못했다. 용산참사에 대한 사과를 이끌어내지도 못했다”고 했다. 하 시인은 “우리는 뼛속부터 문학의 문학성과 시민의 정치성 사이로 찢어졌다”며 “우리가 꾹꾹 밤새 한 방울씩 쥐어짜서 모은 갈등의 즙이, 그날의 느슨한 연대가 나에게 준 진짜 선물이었다”고 했다.

비유 측은 ‘기획의 말’에서 “10년이 지났으나 용산참사는 현재 진행형”이라고 했다. 비유 측은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한 해의 마지막 날을 일부러 연초 기획의 오픈일로 설정했다”며 “2020년 새해로 넘어가면서 우리가 잊지 말고 함께 가지고 가야 할 것들에 대해 질문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연결’의 다음 연재는 3월쯤 이어진다. 이후 연재할 작가는 아직 섭외되지 않았다. 장 문학평론가는 “선언에 참여했던 작가는 물론, 이후 두리반 투쟁에 참여한 작가에게도 연락할 계획”이라며 “2009년 이후 작가들이 사회적 사건과 문학계의 제도적 문제에 대해 발화하고 행동한 모든 사건들의 경험을 기록하려고 한다”고 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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