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6일 이란 수도 테헤란의 한 거리에 미국의 이스라엘 무기 지원을 비판하는 대형 광고판이 걸려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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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두 달간의 휴전에 돌입하자마자 이스라엘의 최대 지원국인 미국이 이스라엘의 빈 무기고를 채우기 위해 나섰다.
2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 등 보도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에 대한 6억8000만달러(약 9500억원) 상당의 무기 판매안을 잠정 승인했다. 이번에 판매되는 무기에는 통합직격탄(JDAM) 장비 수천 개와 소구경 폭탄 수백 개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헤즈볼라와의 휴전을 발표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휴전 이유 중 하나로 ‘정밀 무기 공급 지연’을 거론하자마자 미국이 새 정밀무기 공급에 본격 착수한 것이다.
전날 네타냐후 총리는 헤즈볼라와의 휴전을 발표하면서 “우리 군대에 대한 무기와 탄약 공급이 크게 지연을 겪고 있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며, 이는 곧 해소될 것”이라며 무기 재고 확보가 휴전 이유 중 하나임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우리 병사들을 안전하게 지키고 우리 임무를 완수할 파괴력 높은 더 많은 첨단 무기를 공급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이런 발언이 바이든 정부에 대한 불만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다만 미국 관리들은 이번 무기 인도 승인과 휴전 협정 사이에 연관성이 없으며, 이번 무기 판매안이 지난 9월 미 의회에 제출되는 등 수개월에 걸쳐 추진됐다고 전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 8월에도 이스라엘에 F-15 전투기 50대와 미사일 등 200억달러(약 27조원) 규모의 무기 공급안을 승인한 바 있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 5월 이스라엘이 미국의 거듭된 경고를 무시하고 가자지구 ‘최후의 피란처’라 불렸던 최남단 라파 공격을 강행할 조짐을 보이자 한 때 폭탄 수송을 잠정 보류하기도 했으나, 개전 이후 꾸준히 이스라엘에 막대한 양의 무기를 공급해 왔다.
지난 5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포위 공격이 이어지는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라히야에서 한 여성이 아이들을 데리고 남쪽 가자시티로 피란을 가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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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이 시작된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2000파운드급 폭탄 1만개 이상과 헬파이어 미사일 수천개를 이스라엘에 공급했다. 파괴력이 매우 강한 2000파운드급 폭탄이 가자지구 인구 밀집 지역에서 사용되며 막대한 인명 피해를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이 빗발쳤지만, 미국은 이스라엘에 민간인 피해를 줄이라면서도 무기 판매를 강행해 왔다.
미국 상원은 지난 20일 진보성향 무소속 버니 샌더스 연방 상원의원 등이 주도한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판매 중단 결의안을 압도적인 표차로 부결시켰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보다 더 강한 ‘친이스라엘’ 기조를 보여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1월 취임하기 전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판매를 제한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여겨져 왔으나, 결국 무산됐다.
바이든 정부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국의 이스라엘 비호에 대한 자국 내 비판 여론이 커지자 지난달 13일 가자지구의 인도적 상황을 30일 이내에 개선하지 않으면 무기 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고 이스라엘에 ‘최후통첩’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한 달 뒤 가자지구 상황이 오히려 악화됐음에도 무기 공급을 계속하며 이스라엘의 변함 없는 ‘우군’임을 입증했다.
☞ 미국, 또 이스라엘에 면죄부···‘무기 지원 중단’ 최후통첩 결국 휴지조각으로
https://www.khan.co.kr/world/mideast-africa/article/202411131454001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공격 수위를 더욱 끌어올리며 인명 피해가 크게 늘고 있다. 가까스로 휴전한 레바논과 달리 가자지구에선 휴전이 성사될 조짐도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 시작된 전쟁으로 230만명에 이르는 가자지구 인구 대부분이 피란길에 올랐고, 4만4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두 달 넘게 포위 공격이 이어지고 있는 북부를 비롯한 여러 지역이 심각한 기근을 겪고 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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