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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나는 불탄 거리를 눈으로 확인했다, 이런 세계에서 나의 시들이란 뭘까’…하재연·신해욱·정한아 시인, 문학웹진에 용산 연재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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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잡지가 2019년의 시간을 정의 내린다면 그것은 용산참사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연희문학창작촌 문학웹진 ‘비유’가 2019년 연말특집과 2020년 신년특집으로 마련한 연재기획 ‘연결’의 공지글 일부다. 연결은 2009년 ‘6·9 작가선언’에 참여한 작가들에게 당시 기억과 선언이 현재에 미친 영향을 질문하는 기획이다.

하재연·신해욱·정한아 시인이 첫 회 연재를 맡았다. 이들은 작가선언 때 “용산 철거민들의 생존권을 짓밟는 와중에 여섯 명의 무고한 목숨을 앗아가고도 이명박 정부는 끝내 사죄하지 않았다”면서 “우리는 문학의 이름으로 이명박 정부를 규탄한다”고 했다.

신 시인은 연결에 실은 ‘영향력’에서 “나는 (용산참사) 시위에 참여하는 친구를 응원하러 나가 불탄 거리를 눈으로 확인했다”며 “이런 세계에서 나의 시들이란 뭘까. 갓 나온 따끈한 시집을 책상에 올려두고 해맑게 기뻐할 수만은 없었던 마음이 생각난다”고 했다.

정 시인은 ‘어떡하지, 나는 작가선언보다 백수선언이 어울릴 것 같은데’에서 “우리는 그 선언으로 당시 정부가 내세운 ‘중도실용주의’를 분쇄하지 못했다. 용산참사에 대한 사과를 이끌어내지도 못했다”고 했다. 정 시인은 “우리는 뼛속부터 문학의 문학성과 시민의 정치성 사이로 찢어졌다”며 “우리가 꾹꾹 밤새 한 방울씩 쥐어짜서 모은 갈등의 즙이, 그날의 느슨한 연대가 나에게 준 진짜 선물이었다”고 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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