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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용산 사과’ 응답 없는 윤석열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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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위 “검경 수사 미흡” 사과 권고…경찰은 이행

문무일 전 총장 “내부 검토” 발언 이후 검찰선 무반응

경향신문

용산참사 희생자 고 양회성씨 부인 김영덕씨가 20일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 양씨 묘역에 놓인 꽃을 어루만지고 있다. 이날 모란공원에선 용산참사 11주기 추모제가 열렸다. 우철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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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과거사위)와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조사위)는 지난해 각각 철거민 5명과 경찰관 1명의 목숨을 앗아간 2009년 1월20일 용산참사 당시 경찰이 무리한 진압을 했고, 이후 검경 수사도 모두 미흡했다는 취지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두 기관은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권고했다.

검찰은 공식 사과도, 책임자 처벌도 하지 않았다. 경찰은 권고 대부분을 이행했지만, 책임자 처벌로 이어지진 못했다.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으로 진압을 이끌었던 김석기 자유한국당 의원은 4월 총선을 준비 중이다.

과거사위는 지난해 5월 ‘용산 지역 철거 사건 조사 및 심의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당시 검찰 수사본부는 ‘(경찰의) 진압행위의 위법성 여부에 대해 적극적으로 수사하려는 의지가 없거나 부족’했다. 경찰의 무리한 진압이 있었음에도 ‘검찰은 진압작전의 최종 결재권자인 서울청장에 대해서는 서면조사에 그쳤고, 통신사실 확인 자료를 요청하는 대상에서도 서울청장의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누락’했다. 김 의원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과거사위는 검찰에 ‘철거민들과 사망자 유족에 대한 사과’를 권고했다.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은 지난해 6월 기자회견에서 “(용산참사 등 개별 사건에 대한 공식 사과의) 방식, 범위, 절차 등 구체적인 방법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남은 임기 안에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사과 없이 퇴임했다.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등은 검찰 공식 사과를 요청하며 지난 17일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면담 요청서를 전달했다. 20일 현재 답변은 받지 못했다.

제도 개선 권고는 대부분 이행되지 않았다. 영장 없는 긴급 부검 지휘에 대한 검찰 내부의 구체적 판단 지침을 마련하라는 권고를 두고 검찰은 경향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검토 중”이라고 했다.

참사 때 경찰은 현장에서 발견된 시신 6구를 보호자 동의 없이 부검했고, 검찰은 이를 “의견대로 처리하라”며 지휘했다. 유가족들은 동의 없이 진행된 부검에 대해 항의했다. 과거사위는 검찰이 부검 등 중요 수사 사항을 경찰에 구두로 지휘한 일도 지적하며, ‘검사의 구두 지휘에 대한 서면 기록 의무화’도 권고했다. 검찰은 이를 두고도 “심층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공소제기 후 검사 보관서류에 대한 열람 및 등사 신청 방안에 대한 개선 권고만 대검예규에 반영했다.

조사위는 지난해 8월 ‘당시 경찰 지휘부가 안전대책이 미비함에도 진압을 강행하고 사건 이후에도 진상규명보다 경찰 공권력 행사의 정당성을 홍보하기 위해 경찰을 조직적으로 움직이려 시도했다’고 밝혔다. 2009년 2월11일 청와대 행정관 ㄱ씨는 경찰청 홍보담당관 ㄴ씨에게 용산참사 파장을 막기 위해 ‘강호순 연쇄살인’ 사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e메일을 보냈다. 조사위에 따르면 경찰은 전국 사이버수사요원 900명에게 용산참사 관련 각종 여론조사 투표에 참여하도록 하는 등 조직적으로 여론 형성에 나섰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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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위는 경찰에 ‘철거민과 순직 경찰에 대한 공식 사과’ ‘조직적 온라인, 오프라인 홍보 활동 금지’ ‘민간인 사찰 우려가 있는 정보관 이동상황조 운용 금지’ ‘집회·시위 현장에 안전담당자 배치’ 등을 권고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지난해 7월 용산참사 피해자 등 과거 경찰 인권침해 당사자들에게 공식 사과하며 재발 방지 대책 마련도 약속했다. 용산참사 피해자와 비공식으로 만나기도 했다. 이후 경찰은 정보부서 이동상황조 운영을 폐지하고, 변사사건 처리규칙(훈령)을 제정하는 등 조사위 권고 대부분을 따랐다. 집회·시위 현장에 대한 안전 관련 직무지침서는 현재 작업 중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안으로 매뉴얼 마련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사위 활동이 책임자 처벌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원호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사무국장은 “조사 권한의 한계 때문에 책임자 처벌에서는 의미 있는 결과가 없었던 것이 아쉽다”면서도 “현직 경찰청장의 공식 사과 등이 말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유가족에게는 위로가 된 면이 있다”고 했다. 검찰에 대해서는 “경찰이 권고 이행계획을 따로 밝혀온 것과 달리 사과 등에 대해 언급도 없다. 자체 조사 결과를 부정하려는 모습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사건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진상규명위원회는 진압 책임자 김석기 공천 반대, 검찰총장 사과 및 제도 개선 권고 이행, 국가폭력 사건 공소시효 배제와 특별조사기구 설치를 통한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고 있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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