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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친문 인사들 “유재수는 함께 고생한 사람…잘 봐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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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조국 공소장’ 적시된 내용 살펴보니

경향신문

법무부는 오는 23일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단행한다. 차장, 부장검사 등 지휘부가 대거 교체되면 법무부와 검찰 간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질 수 있다. 지난 18일 대검 간부의 상갓집 공개 항의도 인사 갈등 연장선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사진은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사의 검찰 로고 너머로 비친 검찰 직원들 모습. 권도현 기자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감찰을 중단한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공소장에 친문 인사들이 감찰 중단을 요구한 일이 구체적으로 적시됐다.

경향신문이 20일 입수한 조 전 장관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공소장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이던 유 전 부시장이 2017년 10월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은 사실이 청와대 특별감찰반 감찰 결과로 확인됐다. 유 전 부시장이 당시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천경득 청와대 총무인사팀 선임행정관, 김경수 경남지사를 통해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근무 경력 때문에 보수 정권에서 제대로 된 보직을 받지 못하다 이제야 국장이 됐는데 감찰을 받게 돼 억울하다”며 국장직을 유지하고 싶다고 청탁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향신문

유재수, 윤건영, 김경수, 조국(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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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건영·천경득·김경수 등

청 민정수석실 통해 ‘청탁’

“금융권 잡고 가려면 필요”

감찰 진행상황 알려주기도


공소장에 따르면 윤 전 실장, 천 행정관 등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계자들을 접촉해 청탁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김 지사는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에 수차례 연락해 “유재수는 참여정부 시절 우리와 함께 고생한 사람”이라며 “지금 감찰을 받고 있는데 억울하다고 하니 잘 봐달라”는 취지로 부탁했다. 김 지사는 백 전 비서관으로부터 감찰 진행 상황을 듣고 유 전 부시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윤 전 실장은 백 전 비서관에 “유재수는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한 사람으로 나와도 가까운 관계”라고 말한 것으로 공소장에 적혔다. 천 행정관도 당시 특감반장에게 “참여정부에서도 근무한 유재수를 왜 감찰하느냐. 청와대가 금융권을 잡고 가려면 유재수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며 감찰이 부당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최소 4차례 이상 서면 보고를 받았고, 이에 상응한 징계·형사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했어야 한다고 봤다. 공소장에 따르면 유 전 부시장의 구명 청탁을 받은 백 전 비서관은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에게 “유재수를 봐주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지만 박 전 비서관이 거절했다. 조 전 장관은 2017년 12월쯤 ‘유재수 감찰을 계속하거나 수사의뢰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박 전 비서관에게 “유재수가 사표를 낸다고 하니 더 감찰할 필요가 없다”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 11부(손주철 부장판사)는 유 전 부시장에 대한 2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변호인 측은 금품 수수 사실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아 뇌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변호인단은 “(공소장에 담긴) 유 전 부시장이 금융위에서 담당한 구체적 직무 내용을 비롯해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금융위 직무 관련 내용이 지나치게 불분명하다”며 직무관련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유 전 부시장이 직접 권한을 행사할 영향력이 없었다는 취지의 말이다.

검찰은 유 전 부시장이 자산운용사 대표인 최모씨에게 부탁해 동생을 취업시켰고, 이를 대가로 유 전 부시장이 금융위원장 표창장을 최씨 회사에 수여하도록 도왔다고 봤다. 변호인단은 “금융위 내부에서 추가 후보를 추천해달라고 해 추천했을 뿐”이라고 했다.

금융업계 관계자 ㄱ씨가 유 전 부시장의 자녀에게 50만원씩 챙겨주거나, 또 다른 관계자 ㄴ씨가 유 전 부시장이 쓴 책 140여권을 사서 돌린 혐의를 두고는 “사적 친분관계에 의해 주고 받았다는 게 기본적인 입장”이라고 했다. 변호인은 유 전 부시장이 강남 오피스텔 사용 대금을 대납 받고, 초호화 골프텔을 무상으로 사용했다는 혐의는 부인했다. 변호인은 “오피스텔을 이용한 적 없다. 설사 이용했더라도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골프텔의 경우 공소장에 기재된 14회가 아닌 하루 동안 몇 시간만 이용했다고 했다.

유재수 측 “금품 수수 인정

대가성 없어 뇌물 아니다”


유 전 부시장이 ㄴ씨로부터 항공비 구매대금 195만원을 수수한 것에 대해서는 “직무관련성은 인정하지 않지만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는 인정한다”고 했다. 유 전 부시장이 금융업계 관계자 ㄷ씨에게 서울 강남 아파트 구입비용 2억5000만원을 무이자로 빌린 후 1000만원을 갚지 않은 혐의를 두고는 공소시효인 7년이 지났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없다는 건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서도 제기됐던 주장”이라며 “향후 재판 경과에 따라 충분히 소명하겠다”고 반박했다. 핵심 증인 등을 심문할 1차 공판은 2월3일에 열린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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