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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대윤’ 대 ‘성윤’ 대결이 ‘상갓집 소동’ 불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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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내부서 “특수통 대 기획통 대결” 간부들 세력 다툼 본격화 해석

문상 온 기자들 앞에서 공개 항의…인사 앞두고 ‘계획된 도발’ 시각도

추 법무 “상갓집 추태” 규정…23일 중간간부 인사, 실무진 유임 피력



경향신문

검찰 중간간부(차장·부장검사) 인사를 앞둔 20일 오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왼쪽 사진). 윤석열 검찰총장이 20일 오후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구내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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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상갓집에서 벌어진 대검 간부의 항의를 두고 “부적절한 언행이다. 개탄스럽다”고 했다. 법무부는 추 장관 입장문 제목에 ‘상갓집 추태’란 문구를 넣어 배포했다.

당초 21일로 알려진 검찰 중간 간부급 인사를 며칠 앞두고 벌어진 공개 항의를 두고 ‘윤석열 검찰총장 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대표되는 세력 간 다툼이 본격화된 것이라는 검찰 내 시각도 있다.

법무부는 23일 중간 간부급 인사를 하겠다며 수사 실무를 맡은 부부장급 검사들의 인사는 유임하는 내용의 절충안을 20일 내놓았다. 법무부가 차장과 부장검사들을 대거 교체하면 인사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질 수 있다.

추 장관은 이날 검찰 담당 기자들에게 ‘대검 간부 상갓집 추태 관련 법무부 알림’이란 제목의 법무부 입장문을 냈다. 추 장관은 “(대검 간부들이 장례식장에서) 장삼이사도 하지 않는 부적절한 언행을 하여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되어 법무검찰의 최고 감독자인 법무부 장관으로서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검찰 간부들이 심야에 이런 일을 야기한 사실이 개탄스럽다”고 했다.

양석조 반부패·강력부 선임연구관은 지난 18일 한 검찰 간부의 상갓집에서 조국 전 장관에 대한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내부 회의에서 ‘무혐의 처분’ 의견을 낸 심재철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에게 “왜 무혐의냐” “당신이 검사냐” 같은 발언을 하며 따졌다.

검찰 안에서는 조 전 장관을 수사한 윤 총장 측근 수사팀과 추 장관이 새롭게 앉힌 신임 검찰 간부들 간 세력 다툼이 본격화했다고 본다. 모 부장검사는 “대윤(윤석열) 라인 대 이성윤(서울중앙지검장) 라인의 대결, 혹은 특수통(윤석열) 대 기획통(이성윤) 대결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심 부장은 강력통으로 분류됐으나 문재인 정부에서 법무부 정책기획단 단장, 법무부 대변인 등 기획 업무를 맡았다.

‘상갓집 공개 항의’가 계획된 ‘도발’이란 의견도 나온다. 한 검찰 관계자는 “윤 총장이 상갓집에 측근을 소집한 것 같다”고 했다. 앞서 법무부에 ‘대검 과장급 중간간부 전원 유임’ 의견을 전달한 윤 총장 의중이 항의 소동에 반영됐다는 취지의 의견이다. 소동이 일어난 시점 장례식장에는 여러 언론사의 검찰 담당 기자들도 문상 중이었다.

검찰 내부에선 상갓집 항의를 비판하는 말도 나왔다. 박철완 부산고검 창원지부 검사(48·27기)는 검찰 내부망에 한 동료 검사의 글을 공유하며 “내부 토론 과정은 원칙적으로 밖으로 흘러나가서는 안되는데 공개될 경우 내부 토론자가 외부를 의식하게 돼 토론이 진실되고 치열할 수 없게 된다”고 했다. 검사장 출신 ㄱ 변호사는 “회의에서 의견을 냈더라도 (조 전 장관이) 기소가 됐다. 하급자가 공개적으로 상급자에 모욕을 주는 경우가 어디 있나. 양 연구관이 도발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검장 출신 ㄴ 변호사는 “(심 부장의) 불기소 의견이 중요하지 상갓집 소동은 부차적인 것”이라고 했다.

김한규 변호사는 “법무부나 청와대는 이번 (상갓집) 반발 때문에 인사를 더 세게 할 수 있다. 검찰과 갈등 국면에서 후퇴는 더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 ‘차장·부장 인사’에 법무부·검찰 갈등 더 커질 수도

대윤 대 성윤 ‘상갓집 소동’

법무부는 이날 23일 중간 간부급 인사를 단행한다고 밝혔다.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수사 실무를 책임진 부부장급 검사들에 한해 ‘유임’ 가닥을 잡았다. 법무부는 이날 열린 검찰인사위원회 심의 결과를 전하면서 “사법연수원 34기가 일선 주요 수사를 담당하고 있으며 34기 부장 승진 시 일선 형사·공판 인력 감소가 불가피한 점 등을 고려하여 34기 부장 승진 및 35기 부부장 승진은 차회 인사 시까지 유보한다”고 밝혔다.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와 조 전 장관 일가를 수사한 반부패수사2부 부부장 검사들이 34기에 포진하고 있다.

법무부가 “대검 과장급 중간간부(부장검사)들을 전원 유임시켜달라”는 윤 총장의 의견을 무시하면 검찰과의 갈등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차장·부장검사 등 중간간부들의 거취를 두고는 모호한 입장을 냈다. 법무부는 “검사장 승진 등에 따른 공석 충원 및 검찰개혁 법령 제·개정에 따른 후속조치로 직제 개편이 불가피하여 실시되는 인사”라면서도 “직제 개편 및 인사 수요 등에 따른 필수보직 기간의 예외를 인정하되 현안 사건 수사·공판 진행 중인 상황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고 했다. “특정 부서 중심의 기존 인사 관행과 조직 내 엘리트주의에서 벗어나 인권보호 및 형사·공판 등 민생과 직결된 업무에 전념해온 검사들을 적극 우대하겠다”고도 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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