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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3 (일)

[생생확대경]거수기 사외이사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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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주총서 566개사 718명 선임해야…2명이상은 116곳

재벌총수·경영진 견제 위해 1997년 외환위기 직후 도입

재직기간 길수록 부적절 후보 확률 높아

20여년째 거수기 논란…변화하려는 기업 노력 가장 `중요`

이데일리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사외이사 임기제한을 두고 기업들의 반발이 거세다.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부터 한 회사에서 6년, 계열사 포함 9년 초과해 사외이사를 한 인사를 다시 선임할 수 없다.

실제로 상장협의회에 따르면 이번 상법 시행령 개정으로 566개사에서 718명의 사외이사를 새로 뽑아야 한다. 이는 12월 결산 전체 상장사(2003개사)의 28.3%, 전체 사외이사 3973명 중 18.1%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특히 2명 이상의 사외이사를 선임해야 하는 상장사는 전체의 5.8%인 116개사다. 여기에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2022년 7월부터 이사회에 여성임원을 1명 이상 둬야 하는 만큼 사외이사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분명 부담이다. 하지만 이같은 방안이 나오게 된 배경을 먼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국내에 사외이사 제도가 도입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직후다. 재벌총수나 경영진을 견제하고 전문가적 시각을 제기하고자 도입됐다.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은 사외이사추천위원회를 두게 돼 있다. 그러나 제도 도입 후 20년이 지나도록 사외이사의 거수기·독립성 논란은 여전하다.

사외이사 반대 등으로 원안이 그대로 통과되지 않은 경우는 전체 이사회 안건 6722건 중 24건(0.36%)에 그쳤다.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가 총수가 있는 49개 기업의 1801개 계열사를 대상으로 2018년 5월부터 올 5월 사이 이사회 안건을 분석한 결과다. 반면 이사회가 안건을 원안대로 통과시키는 비율은 99.6%에 달했다. 특히 대규모 내부거래는 원안대로 100% 통과됐다.

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사외이사 후보 가운데 36%가 기업지배구조원의 반대권고를 받았다. 반대권고를 받은 사외이사의 76%가 이사회 독립성(최대주주 특수관계인, 이해관계자 특수관계인, 전직 임직원, 장기 연임 등)에 문제가 있었다. 특히 기업 지배구조 수준이 가장 낮은 D그룹의 경우 선임한 사외이사 5명 중 4명(78.8%)이 부적절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배구조 수준이 가장 높은 A+그룹 대비 3배가 넘는 수치다. 경영진을 견제하기 위해 도입된 사외이사가 특수관계, 이해관계에 얽혀 방패막이나 거수기로 전락하는 셈이다.

사외이사 임기제한을 두고 경총 등은 전 세계 유례없는 규제라고 항변하지만, 수 십년간 고인물처럼 개선되지 않는다면 일정부분 강제력이 필요하다. 기업지배구조원 분석에 따르면 재직기간이 길수록 부적절한 사외이사 후보일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 스스로 변화하려는 노력이다. 만약 6년 이상된 사외이사를 계열사 출신 등 또 다른 이해관계자로 대체한다면 임기제한 규제의 정책효과는 나타날 수 없는 탓이다. 이 가운데 현대글로비스(086280)는 지난해 2월 사외이사 임기를 최장 6년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기업 스스로 사외이사 독립성을 확보하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또 하나 중요한 축은 주주다. 오는 3월 주총을 앞두고 상장사 임원 후보자의 세부경력사항과 이사회의 추천사유가 처음 기재되는 만큼 주주들의 보다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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