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017670)과 LG유플러스(032640)가 지난해부터 추진한 유료방송 M&A(인수합병)의 정부 심사 절차가 사실상 마무리 됐다. 국내 유료방송 생태계가 통신사 3강 체제로 바뀌며, 그동안 이 시장을 독주했던 KT(030200)의 대응이 주목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의 IPTV 서비스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케이블TV업계 2위 업체인 티브로드의 합병 법인이 오는 4월 예정대로 출범할 수 있게됐다. SK텔레콤은 지난 2016년 공정거래위원회의 CJ헬로 인수 불허 이후 약 3년만의 숙원을 푼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날 방송의 공공성과 지역성 확보를 위한 조건만을 부가한 채 두 회사의 합병을 사전동의했다. 과기정통부는 방통위가 내건 조건들에 대해 빠르면 21일 중으로 동의하고, 합병을 최종 인가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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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은 KT에 한참 못 미쳤다. 방통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위성방송을 포함한 KT의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은 31.1%다.
그러나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각각 티브로드와 CJ헬로(LG헬로비전)를 삼키며 시장 점유율이 23.9%, 24.5%로 올라서 KT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이다.
LG유플러스는 케이블TV 점유율 1위 기업인 CJ헬로 지분 인수를 공시한 이후 공정거래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조건부 승인 절차를 지난해 마무리했다. 최근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송구영 전 홈·미디어부문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 사명 또한 LG헬로비전으로 바꿨다.
LG유플러스는 LG헬로비전과 함께 (IPTV, 케이블TV) 양대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양한 융복합 서비스를 통해 미디어 신성장 동력을 마련하겠다는 목표다.
지난 17일 마곡사옥 지하 프론티어홀에서 진행된 LG유플러스 새해 첫 임원워크숍에서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왼쪽에서 7번째), 송구영 LG헬로비전 대표(왼쪽에서 6번째) 등 LG유플러스와 LG헬로비전 담당 및 임원 190여 명이 기념촬영을 진행하는 모습. /LG유플러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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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LG유플러스는 콘텐츠 제작∙수급과 유무선 융복합 기술개발에 5년간 2조6000억원의 투자를 집행한다. LG헬로비전은 이와 별도로 자사 네트워크에 5년간 6200억원을 투자해 케이블 서비스 품질도 대폭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이동전화와 인터넷 결합상품도 선보인다. 스마트TV, PC 등 가전 렌탈 상품과 홈IoT 등 방송통신 상품을 결합한 융합 서비스를 추가로 선보일 계획이다.
KT 입장에서는 경쟁사의 이 같은 움직임에 조급할 수 밖에 없다. KT도 지난해 케이블TV 시장 3위 업체인 딜라이브 인수 추진에 나섰지만 정부의 ‘유료방송 합산규제’ 후속 조치가 지지부진하며 인해 잠정 중단된 상태다. KT가 딜라이브를 인수할 시 시장점유율은 37.39%가 된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란 1개 사업자가 위성방송, 케이블TV, IPTV를 합친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수의 3분의 1(33%)을 확보하지 못하게 한 제도다. 사실상 KT의 시장 독과점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법안이다. 현재 이 법안은 일몰된 상태이지만, 국회에서는 재도입 여부를 아직 결정 내리지 못한 상황이다.
딜라이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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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와 방통위는 KT의 딜라이브 인수 건과 관련해 "합산규제가 일몰된 만큼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만약 KT가 딜라이브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국회에서 합산규제를 재도입하거나, 이와 비슷한 수준의 후속 규제를 내놓을 경우 이를 다시 팔아야 되는 난감한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다.
업계 일각에선 KT가 딜라이브 인수를 망설일 시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에서 추가 M&A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결국 KT는 시장 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KT의 새 수장이 된 구현모 사장의 행보가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구 사장은 지난 13일 기자들과 만나 "(M&A와 관련해) 2월 중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딜라이브 인수 추진에 대한 여지를 남겨뒀다.
유료 방송업계 한 관계자는 "KT가 통신 3사 중 가장 앞서고 있는 유일한 분야는 유료방송 시장"이라며 "경쟁사들이 점유율을 바짝 뒤쫓고 있는 상황인 만큼 KT는 딜라이브 인수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탁 기자(kt87@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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