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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슈 대한민국 연구 현장

국내 연구진, 전기차 주행거리 2배 늘리는 배터리 기술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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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국내 연구진이 전기자동차 주행거리를 크게 늘릴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에너지저장연구단 정훈기 박사(사진)팀은 전기차에 탑재되는 리튬이온배터리의 성능을 높여 주행거리를 2배 이상 늘리고, 전기가 바닥 난 상태에서 5분 만에 배터리 용량의 80%를 급속 충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나노 레터스’ 최신호에 게재됐다.

연구진에 따르면 현재 널리 쓰이는 전기차 배터리는 흑연을 음극의 소재로 삼는다. 전지 용량이 적어 휘발유나 경유를 쓰는 자동차보다 주행거리가 짧다. 한 번에 수백㎞를 달리는 장거리 운전 때에는 충전소를 반드시 들러야 하는 불편이 있다.

이 때문에 최근 과학계에선 흑연보다 에너지를 10배 이상 저장할 수 있는 실리콘이 새로운 음극 소재로 부상했다. 하지만 실리콘은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면 부피가 급격히 팽창하고 용량이 크게 줄어드는 문제가 있어 상용화가 지연돼 왔다.

그런데 이번에 국내 연구진이 이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방법을 내놓았다. 핵심 원리는 ‘튀김’ 과정과 비슷하다. 연구진은 물과 전분, 기름, 실리콘을 섞은 뒤 가열해 ‘탄소-실리콘 복합소재’를 만들었다. 탄소-실리콘 복합소재는 대략 황사 입자 크기인 5~50㎛의 공처럼 생긴 탄소 안에 나노물질 크기의 실리콘을 집어넣은 것이다. 탄소가 실리콘의 몸집이 커지는 것을 막는 장애물 구실을 한다.

연구진은 새 기술로 기존 흑연계 음극 소재보다 전지 용량은 4배 늘리고, 500회 이상 충전과 방전을 해도 안정적으로 용량이 유지되는 효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특히 새 기술의 핵심 물질인 전분은 옥수수나 고구마처럼 흔한 재료에서 얻을 수 있는 게 특징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정 박사는 “공정이 단순해 대량 생산과 상용화 가능성이 크다”며 “전기자동차와 함께 에너지저장장치 등에도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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