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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정원식의 '천천히 본 세계']극우파 살비니의 혐오정치…정어리떼가 상어 막아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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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벨트’ 북부 에밀리아로마냐 지방선거 촉각

경향신문

마테오 살비니 전 부총리의 극우주의와 혐오정치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자발적 모임인 정어리떼 시위 참가자들이 지난 1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볼로냐|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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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정치권의 시선이 오는 26일(현지시간)로 예정된 이탈리아 북부 에밀리아로마냐 지방선거에 쏠려 있다. 선거 결과에 따라 지난해 연정에서 밀려난 극우정당 ‘동맹’ 대표인 마테오 살비니 전 부총리의 재기를 막을 수 있느냐 여부가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살비니 부총리의 극우주의와 혐오정치를 막기 위해 지난해 11월 결성된 자발적인 시민들의 모임 ‘정어리떼’가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정어리떼’는 선거를 정확히 일주일 앞둔 지난 19일 에밀리아로마냐주 주도 볼로냐에서 주최측 추산 4만명이 참석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정어리떼 최초 제안자이자 리더격인 마티아 산토리는 “이만한 인원이 모였으니 이긴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이 열기가) 실제 투표로 이어지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ANSA 통신은 정어리떼가 선거를 앞두고 대규모 집회를 통해 힘을 과시했다고 지적했다. 정어리떼는 민주당 주도의 좌파연합을 지지한다.

정어리떼는 지난해 11월 30대 시민 4명이 페이스북을 통해 살비니 전 부총리에 반대하는 시민운동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정어리떼라는 명칭은 작은 물고기 수백만 마리가 한꺼번에 몰려다니며 큰 물고기를 상대하듯 다수 시민의 힘을 보여주자는 뜻이다. 정어리떼는 첫 집회에서 1만2000명이 모인 이래 이탈리아 전역에서 호응을 얻으며 살비니 전 부총리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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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만큼 정어리떼에 이번 지방선거는 양보할 수 없는 한판 승부다. 살비니 부총리는 지난해 오성운동과의 연정을 깨고 총리 자리를 노렸으나 그해 9월 오성운동과 민주당이 손을 잡으면서 내각에서 쫓겨났다. 그러나 동맹은 30%대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살비니는 또다른 극우 정당 ‘이탈리아형제들’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중도우파당 전진이탈리아와 우파연합을 구성해 정권을 탈환한다는 계획이다.

에밀리아로마냐주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이탈리아 공산당과 민주당 등 좌파가 주정부를 장악해 이탈리아의 ‘레드 벨트’라고 불리는 지역이다. 이번 선거에선 주지사를 뽑는데, 판세는 팽팽하다. 현재 주지사인 민주당의 스테파노 보나치니는 동맹의 루치아 보르곤조니에 2%포인트의 우위를 지키고 있으나, 민주당 주도의 좌파연합 지지율은 우파연합에 오차범위 내로 뒤지고 있다. 좌파 연합이 패한다면 살비니의 정권 탈환 움직임에 모터를 달아주고 ‘반 살비니’를 내세우는 정어리떼는 치명타를 입게 된다. 가디언은 “투표 결과가 정어리떼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선거 결과에 따라 오성운동과 민주당 연정의 미래도 결정된다. 오성운동과 민주당은 2020년 예산안과 이민 정책을 놓고 갈등을 겪었고 최근에는 공소시효 폐지를 놓고 대립하고 있다.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내부 분열로 궁지에 몰린 현 상황에서 벗어날 단초가 마련될 수 있다. 하지만 패한다면 이미 위기에 몰려있는 연정이 급격하게 좌초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오성운동은 본래 앙숙과도 같았던 민주당과 연정을 구성해 당의 정체성을 상실하고 있다는 지도부 비판론이 터져나오고 올해 들어서만 의원 9명이 탈당하는 등 내부 분열로 홍역을 앓고 있다. 탈당한 의원 9명 중 3명은 ‘정적’인 동맹으로 당적을 옮겼다. 뉴욕타임스는 “오성운동의 기능 장애와 정체성 위기가 연정의 위기를 부를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마저 위기에 몰아넣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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