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영조는 아들인 사도세자의 허물을 덮어주지 않았다. 꾸짖고 또 꾸짖었다. 무수리의 아들인 영조는 빈약한 정통성으로 대소신료의 눈치를 봐야 했다. 그래서 아들이 흠잡을 데 없이 훌륭한 왕으로 크기를 바랐다. 아비의 정은 내려놓았다. 선위까지 해주었지만 얼음처럼 차갑고 혹독한 훈육을 멈추지 않았다.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용상에 앉을 수 없다는 뜻이 단호했다. 아들은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아버지가 왕인 것이 오히려 불행의 단초였다. ‘아빠 찬스’가 아닌 ‘아빠 페널티’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지난 19일 앙골라 전 대통령의 딸 이사벨 두스산투스가 ‘아빠 찬스’를 이용해 20억달러에 달하는 부를 쌓았다고 보도했다. 그가 아버지(조제 에두아르두 두스산투스)의 후광을 업고 국영 석유, 다이아몬드 회사 등과 특혜성 계약을 맺었던 것이다. 남의 나라 일로만 치부할 수 없다.
문희상 국회의장의 ‘세습공천’ 추진이 논란이 되고 있다. 문 의장의 아들 석균씨는 4·15 총선에서 아버지 지역구인 의정부갑에서 출마하려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제2의 조국 사태’ 조짐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문 의장은 ‘아들의 뜻을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석균씨는 “아버지의 길을 걷되, 아빠 찬스는 거부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이 이를 납득할지 의문이다.
박종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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