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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5 (화)

전·월세도 상한제?…“지금 누르면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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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전셋값 들썩에 카드 만지작

계약갱신 청구권도 대통령 공약

세입자 보호하려다 부작용 우려

전문가 “필요하지만 시기 놓쳤다”

89년 전세 1→2년, 전셋값 23%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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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전셋값이 7개월 연속 상승하면서 정부가 전·월세 상한제 등 고강도 규제를 검토 중이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부동산 중개업소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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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 기간과 임대료를 제한하는 계약갱신 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를 둘러싼 논의가 주택 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조짐이 보인다. 정부의 고강도 규제로 서울 집값이 주춤한 사이 전셋값이 들썩이면서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전·월세 시장 안정책으로 추진하고 있어서다.

계약갱신 청구권은 집주인의 동의가 없더라도 세입자가 계약 연장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전·월세 상한제는 집주인의 임대료 인상을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하는 제도다. 둘 다 세입자 보호라는 취지와 달리 오히려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전·월세값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오는 4월 국회의원 총선을 고비로 정치권 안팎에서 본격적인 이슈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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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들썩이는 전셋값.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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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7월 상승세로 돌아선 뒤 이달까지 7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의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 등의 폐지 방침으로 교육 여건이 좋은 곳을 찾는 이사 수요가 몰리면서 서울 강남·목동 단지는 ‘전세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이른바 ‘대전(대치동 전세)’의 대표 주자인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84㎡의 전셋값(최고 거래가 기준)은 지난해 10월 6억원에서 최근 6억9000만원으로 뛰었다.

계약갱신 청구권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다. 주무 부처인 법무부와 여당은 지난해 가을 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추진했다. 주택정책을 총괄하는 국토교통부도 “계약갱신 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 도입의 기본취지나 방향에는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논란에 가려져 법사위에선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법무부는 독일 등 해외 임대차 보호 사례도 연구 중이다. 최근 독일 베를린시는 ‘임대료 5년 동결법’을 도입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독일 출장은 주요국의 임대차 관련 입법사례 파악과 자료 수입의 일환으로 진행했다”면서도 “임대차 기간을 무기화하거나 특정 지역의 임대료를 강제로 동결하는 방안은 추진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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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만 교수


임재만 세종대 산업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계약갱신 청구권 등은 세입자의 주거안정을 위해 필요한 대책이지만 시행 시기를 놓쳤다”며 “요즘처럼 전셋값이 뛸 때 규제를 도입하면 초기 임대료 상승을 부추기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무부의 연구 용역을 받아 ‘주택 임대차 계약갱신 청구권 도입의 영향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발표한 전문가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셋값이 안정됐을 때는 계약갱신 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해도 부작용이 크지 않았다. 반면 전셋값이 크게 오르는 시기에는 규제 도입의 부작용도 훨씬 심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한국보다 앞서 계약갱신 청구권을 도입한 일본은 임대주택의 질이 떨어지고 공급이 줄어드는 부작용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김연화 IBK기업은행 부동산팀장은 “임대 시장에서는 미래 손실까지 고려해 현재 임대료에 얹으려는 왜곡된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1989년 임대차 계약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했을 때를 예로 든다. 그해 서울 전셋값 상승률은 23%로 전년의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전·월세 문제를 풀려면 주택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임 교수는 “저소득층에게는 저렴한 공공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상대적으로 소득이 있는 사람은 전셋값 수준의 분양 주택으로 ‘내 집’ 마련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염지현·한은화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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