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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5 (화)

[기자24시] 르노삼성 파업때 협력사는 실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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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이달 14일, 한창 파업 중인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에서 올해 재직 17년 차, 23년 차인 노조원들을 만났다. 2018년 말 파업에 참여했다는 이들은 지난해와 올해는 불참했다.

23년 차 A씨는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노조 집행부 파업 때문에 사측이 야간에 공장을 닫으며 가장 불쌍한 사람이 누군지 아느냐. 공장에 상주하던 각종 용역업체(협력사) 직원들이다. 이 직원 중 야간조에 해당하는 절반이 무급휴직 중이다." A씨는 이어 "친한 협력사 직원들이 제발 살려 달라고 울먹이는데 해줄 게 없어 너무나 괴로웠다"고 덧붙였다.

현장에서 만난 노조원들은 "우리도 사측이 잘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진지하게 협상하기보다는 무조건 파업을 외치는 집행부가 더 우려스럽다"고 했다. 17년 차 B씨는 "회사와 노조가 대화를 통해 조금씩 양보해 '윈윈'해야 하는데, 집행부는 무조건 파업으로 회사에 차분히 생각할 여지를 남기지 않고 있다"며 "집행부에 대한 우리의 신뢰도 많이 깎였다"고 전했다.

르노삼성 노조는 21일부로 약 한 달에 걸친 파업을 일단 접고 주·야간 노조원 정상 출근 지침을 내렸다. 회사는 아직 불안하다. 노조가 언제 다시 돌아설지 몰라서다. 그간 집행부는 파업 효과를 극대화하려고 파업 당일 갑자기 공지를 내리는 게릴라성 파업으로 회사를 괴롭혔다.

노조원들에게는 진지한 협상 자세를 보이다가도 협상장에 들어갔다 나오면 파업 지침을 전파하는 등 대다수 노조원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고 한다. 부산공장 노조원 1800여 명 중 파업 참여율이 20~30%에 그쳤다는 게 그 당혹감의 증거다.

대개 투쟁 중인 노사는 각자 명분과 논리가 있다. 그러나 이번 르노삼성 노조 집행부의 파업 명분은 아리송하다. 밖에서 보는 언론도, 안에서 이들을 상대하는 노조원과 사측도 마찬가지다. 분명한 건, 그 와중에 수많은 협력사 직원들이 일감을 잃고 피눈물을 쏟고 있다는 사실이다. 집행부의 파업 중단 결정이 또 다른 파업을 위한 숨 고르기가 아니라, 투쟁을 끝내기 위한 진지한 대화의 시작이길 간절히 바라는 이유다.

[산업부 = 이종혁 기자 2jhyeok.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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