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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3 (일)

[폴인인사이트]"에르메스, 성수동, 워커힐호텔의 연결고리는?" 빅데이터 분석가가 콜라보 파트너를 고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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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조명 브랜드 '루이스폴센'은 어떤 명품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 하면 좋을까요? 샤넬? 구찌? 에르메스입니다. 어떻게 아냐고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데이터 분석 결과 루이스폴센 관련 게시물을 올린 사람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명품 브랜드가 에르메스였거든요.”

지난 14일 만난 백경혜 다음소프트 연구원은 "데이터를 보니 '루이스폴센족(族)'은 발뮤다 토스터로 구운 빵을 먹고, 이솝 핸드워시로 손을 씻고, 워커힐호텔에서 호캉스를 즐기며, 성수동을 좋아한다"며 "빅데이터를 통해 소비 패턴을 발견하면 어떤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 할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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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브랜드 루이스폴센 조명이 카페에 매달려 있는 모습. 루이스폴센은 인테리어에 관심 있는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브랜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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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연구원은 SNS 데이터에서 유의미한 정보를 찾아내는 빅데이터 전문가이자 미래 사회의 변화를 예측하는 트렌드 분석가다. 다음소프트 생활변화관측소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2018 트렌드 노트〉, 〈2017 트렌드 노트〉 등을 펴냈다. 지난해 빅데이터를 활용한 콜라보레이션 전략 컨설팅을 시작한 그는 오는 2월 12일 시작하는 〈폴인스터디 : 콜라보는 어떻게 브랜드를 바꾸는가〉에 연사로 참여한다.

그는 "콜라보레이션 파트너를 찾는 일이 친구를 발견하는 일과 비슷하다"고 했다. 한두 번 만나선 상대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백 연구원은 "콜라보레이션 대상을 찾을 때 감에 의존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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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경혜 다음소프트 연구원은 오는 2월 12일부터 진행되는 폴인스터디 〈콜라보는 어떻게 브랜드를 바꾸는가〉 5회차 연사로 참여한다.



Q : 어떤 브랜드가 콜라보레이션 전략 컨설팅을 의뢰하나요?

A : 예나 지금이나 빅 브랜드가 많은데요, 다만 최근엔 목적이 달라졌어요. 예전엔 빅데이터를 통해 ‘우리 브랜드가 잘하고 있나’를 확인하길 원했죠. 그런데 최근엔 ‘콜라보레이션을 어떻게 해야 할까’부터 고민합니다.

Q : 실행 전략부터 고민하기 시작한 거군요?

A : 과거엔 인기 모델과 계약 후 광고하면 매출이 나왔어요. 그런데 이제 그렇지 않습니다. 소비자가 달라졌어요.

Q : 어떻게 달라졌나요?

A : 고가 브랜드와 저가 브랜드를 사는 사람이 따로 있지 않아요. 상황에 따라 달라지죠. 저렴한 걸 주로 사는 사람도 취향에 맞는 걸 발견하면 기꺼이 비싼 값을 지불합니다. 나이나 연봉, 성별 같은 정형화된 기준으로 분석해선 이들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데이터를 통해 소비의 맥락을 읽어야 합니다.

Q : 구체적인 예가 있을까요?

A : 특정 지역의 수박 브랜딩 컨설팅을 한 적이 있어요. SNS 게시물을 분석해보니 많은 사람이 보관에 어려움을 토로했고, 잘라서 밀폐 용기에 보관한다는 얘기가 많았어요. 그래서 밀폐 용기 업체와의 콜라보레이션을 제안했죠. 당시 분석에 수십 개의 항목을 사용했는데요, 그랬기 때문에 '밀폐 용기'라는 사용 패턴을 읽어낼 수 있었습니다.

Q : 데이터를 활용한 콜라보레이션 전략에 ‘친구의 친구’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가 있나요?

A : 직접 연결된 브랜드만 콜라보 상대가 되는 게 아니에요. 그 브랜드와 연결된 브랜드를 찾아서 콜라보레이션 할 수도 있죠. 루이스폴센이라면 에르메스 소비자가 쓰는 다른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 할 수 있어요. 취향의 연결이죠. 이런 식으로 몇 단계를 거쳐도 됩니다. 도움이 필요할 때 친구의 친구를 수소문하는 것과 비슷해서 그렇게 이름 붙였어요.

Q : 다른 전략도 있나요?

A : 이미지로 브랜드를 분류하는 전략도 있습니다. 이미지를 중심에 두면, 서로 다른 업종의 브랜드가 서로 연결됩니다. '마켓컬리'와 '노브랜드'는 '새롭다'는 단어와 함께 자주 언급됩니다. '이마트'와 '올리브영'은 '끌린다'와 자주 언급되고요. 이렇게 이미지가 비슷한 브랜드는 함께 했을 때 시너지가 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Q : 브랜드 이미지를 바꾸고 싶다면요?

A : 원하는 이미지를 가진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 하면 됩니다. 오래된 브랜드가 젊은 이미지를 갖고 싶다면 ‘젊다’ 카테고리에 속한 브랜드와 함께 하는 겁니다. 콜라보레이션을 잘만 활용하면 브랜드 이미지를 바꾸는 데 드는 시간과 노력을 엄청나게 줄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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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라'와 게임 '배틀그라운드'의 콜라보 에디션. 휠라는 콜라보를 통해 젊은 이미지로 변모한 대표적인 브랜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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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콜라보레이션 전략 컨설팅 과정을 간단히 설명해주세요.

A : 먼저 나 자신을 알아야 합니다. 첫 단계에서는 우리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 확인하죠. 그다음 원하는 브랜드 이미지나 타깃 고객과 맞는 브랜드는 무엇인지, 그 브랜드가 현재 어떤 상황인지를 살펴봅니다. 그 뒤 구체적인 전략을 고민하죠.

Q : 콜라보레이션 한 후에는요?

A : 소비자 반응을 분석해 효과가 있는지 평가합니다. SNS에 관련 글이 많이 올라왔다면, 그리고 콜라보레이션 한 두 브랜드가 골고루 언급된다면 성공했다고 할 수 있죠.

Q : 소비자 반응이 기대에 못 미치면 어떻게 하죠?

A : 전략을 수정하거나, 새로운 파트너를 찾습니다. 한 번에 성공하는 콜라보레이션은 거의 없어요. 대부분 보완 과정을 거치며 성공에 가까워집니다.

Q : 스몰 브랜드가 유명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상대가 얻을 수 있는 것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합니다. ‘친구의 친구’ 전략을 통해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죠. 그 브랜드와 비슷한 취향의 브랜드가 연결고리가 될 수도 있고, 인플루언서 같이 영향력 있는 인물을 통해 연결될 수도 있습니다.

Q : 유명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 할 때, 유의할 점이 있다면요?

A : 유명 브랜드는 다양한 브랜드와 동시에 콜라보레이션 합니다. 우리 브랜드만의 특별함을 갖기 어려울 수 있다는 뜻이죠. 의외의 재미를 주는 콜라보레이션을 원한다면, 성장하고 있는 브랜드를 눈여겨보는 것도 좋습니다.

Q : 성장하는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 할 때는 어떤 점을 염두에 둬야 하나요?

A : 이제 막 성장기에 들어선 브랜드는 인지도가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유명하지 않은 브랜드와 협업하려면 내부의 의사결정자를 설득하기 어렵죠. 그럴 때 좋은 방법이 데이터를 근거 자료로 제시하는 겁니다.

백 연구원은〈폴인스터디 : 콜라보는 어떻게 브랜드를 바꾸는가〉에서 'SNS 데이터를 활용한 콜라보레이션 기획법'을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다. 휠라, 곰표, 모나미, 스파오의 협업 총괄 마케터가 연사로 참여해 각자의 콜라보레이션 성공 전략도 풀어놓는다. 참여 신청은 폴인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라일락 폴인 에디터 ra.ilr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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