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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5 (월)

[취재파일] 상속세 개편은 왜 '핫'해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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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몇 언론에서 상속세가 '중산층 세금'이 됐다는 다소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들을 썼습니다. 근거는 이렇습니다. 상속세가 부과된 피상속인(사망자) 수가 2017년 6천986명에서 지난해 1만 9천944명으로, 6년 새 무려 3배가 됐다는 겁니다. 과거 ‘1% 부자들’만 내는 세금으로만 여겨졌던 상속세의 저변이 크게 확대되고 있음을 강조한 의도로 풀이되는데, 어쨌거나 상속세 과세 대상이 해마다 급증하고 있는 건 맞습니다.

왜 상속세 내는 분들이 확 늘었을까요? 다 짐작하시겠지만, 상속세 부과 기준은 옛날 그대로인데 집값이 요 몇 년 사이 껑충 뛰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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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 세제를 마지막에 개편한 건 2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00년에 최고세율을 45%에서 50% 올리고 최고세율 과표 구간을 50억 원 초과에서 30억 원 초과로 깎았습니다. 심지어 상속세 공제 한도는 10억 원(일괄 공제 5억 원·배우자 최소 공제액 5억 원)으로, 1997년 이후 바뀌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서울 아파트의 평균 아파트 매매가는 11억 9천957만 원이었죠. 상속세 공제 한도 10억 원을 넘겼으니 이제 웬만한 서울 아파트 한 채 가졌다면 상속세 내게 생겼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겁니다. 우리 경제 규모가 20년 새 눈부시게 성장했는데, 과세 기준은 제자리라니 너무하는 게 아니냐, 정말로 개편할 때가 왔다는 여론이 커질 수밖에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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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불만 여론에 정치권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차기 지방 선거와 대선을 앞두고 이들 표심을 마냥 무시할 수 없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듯합니다.

한 번 계산해 볼까요? 상속 건당 상속인의 수는 2~4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작년 피상속인(사망자) 2만 명 정도가 상속세 납부 대상이었으니 실제로 세금 내야 하는 배우자와 자녀 등 상속인 수는 줄잡아 4만 명에서 8만 명쯤 될 겁니다. 이건 1년 추산치일 뿐이고 3년 치로 계산한다면 상속세 납부 인원은 10만~20만 명까지 추측됩니다. 그것도 이만한 규모의 '서울 표심'이라면 당연히 여야가 신경 쓸 수밖에 없겠죠.

특히 우리 국민은 상속세에 대한 인식이 매우 안 좋습니다. 죽음에 매기는 세금이다, 이중과세다, 이런 인식이 많아서인지 상속세에 대한 조세 저항이 대체로 큽니다. 이중과세라고 보는 시각을 쉽게 풀이하면, 내가 죽기 직전까지 소득세 등 세금 내가면서 피땀 흘려 모은 자산인데, 내가 죽었다고 세금을 또 매기는 건 부당하다는 거죠. 이렇게 조세 반발이 큰 상속세를 개편한다는 건, 바꿔 말하면 단순 표심 이상을 얻을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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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보니 여야 모두 상속세를 줄이자는 쪽에 찬성하고 있습니다. 약간 온도차는 있는데, 여당은 강력 찬성인 반면, 야당은 신중론을 펴는 상황이죠. 지금까지 공식 발표된 입장을 종합해 보면 여당은 당장 세율을 줄이고 공제 한도는 늘리고, 중장기적으로 유산취득세 등으로 과세 방법까지 확 바꾸자는 입장이고요, 야당은 공제 한도 늘리는 건 OK, 다만 세율을 줄이는 부분은 부자 감세가 될 우려가 있으니 차근차근 살펴보자며 상대적으로 언급을 아끼고 있습니다.

자, 세율을 줄이고 공제한도를 늘리면 세금이 줄어들 거라는 건 쉽게 이해 갑니다. 그런데 정부와 여당은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상속세 개편 방향 중에서 ‘유산취득세’를 종종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건 대체 뭘까요?

지금의 상속세 과세 방식은 ‘유산세’입니다. 돌아가신 사망자 재산에 세금을 한 번에 쾅 매기는 겁니다. 이때 상속인이 누구인지, 몇 명인지 상관없습니다. 일단 세금이 한 번 매겨지면 상속인들은 연대 납부 책임을 집니다. 이럴 경우 적게 물려받은 상속인이 과표 구간상 불이익을 더 받을 우려가 커서 상속인들끼리 싸움이 불거지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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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려받은 만큼만 세금 내자’ 취지를 있는 그대로 실현한 게 바로 유산취득세입니다. 상속받는 사람에게 받은 재산만큼 각자 부과하는 겁니다. 만약 돌아가신 아버지가 10억 원을 남기고 아들딸 두 명에게 각각 5억 원씩 상속했을 때 유산세 방식은 10억 원 전체에 세금을 매기는 반면, 유산취득세의 경우 아들딸 대상으로 5억 원에 대해서만 세금이 각자 부과됩니다.

유산세와 유산취득세, 둘은 똑같은 상속세처럼 보여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부과 관점이 다릅니다. 유산세가 ‘죽음 사람 재산에 매기는 세금’이라면 유산취득세는 ‘상속인이 공짜로 물려받은 재산에 물리는 세금’인 셈입니다. 유산취득세는 납세자 능력에 따라 공평 과세한다는 원칙에 부합하고 상속세 반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중과세 논란도 피할 수 있습니다.

즉, 유산취득세로 개편한다는 건 상속 제도의 합목적성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상속세 개편에 대한 정당성과 긍정 여론을 함께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부자감세 비판에 대한 방패 역할도 가능합니다. 정부와 여당이 유산취득세를 상속세 개편의 큰 줄기로 잡은 이유 중에는 이런 부분에 대한 고려도 있을 걸로 생각됩니다.

유산취득세 자체로 감세 효과도 있습니다. 유산취득세를 적용하면 세율을 적용하는 대상인 과세표준이 낮아지기 때문에 상속인들이 내야 하는 세 부담이 일반적으로 줄어듭니다. 지난해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국회예산정책처에 시뮬레이션을 의뢰한 결과를 보면,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 전환 시 상속인이 많을수록 세율 이익이 커지며 상속인이 4명일 경우 세율이 최대 14.2%p 하락하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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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가 아무리 중산층 세금으로 내려왔다고 해도 상속세 내는 건 여전히 일부고, 그걸 완화하는 건 ‘부자 감세’가 맞는 게 아니냐고 반문하실 분도 있을 겁니다. 현재 정부와 여당의 세제개편 논의에서는 그런 우려와 지적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편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상속세 개편 관련해 이런 시각도 있습니다. 이제 상속세가 서울 아파트 한 채 있으면 낼 수 있게 된 상황에서 상속세 완화를 단순히 부자 감세로만 나쁘게 볼게 아니라, 세대 간 자산 이동을 활성화하는 수단으로 보자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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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인구가 초고령화로 급격히 진입하면서 자산 보유자 상당수가 고령층에 쏠려 있습니다. 이들 고령층은 적극적으로 돈을 쓰기보다는 노후 안정을 위해 그대로 보유하는 쪽인데, 이런 경우 전체 경제에는 도움이 되진 않죠. 저성장 국면을 탈피하는 방법의 하나로 상속세를 줄여서 젊은 사람들이 부모로부터 더 많은 자산을 물려받도록 하고 발 묶일 뻔한 자산의 순환을 활성화하자는 아이디어입니다.

이렇게 상속세 감세에는 이중과세 오명을 씻고, 과세 형평성을 더 강화하고, 그러면서 부자 감세로 너무 치우치지 않게끔 정책적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여러 가지 과제를 안고 있는 상황입니다. 20여 년 만에 상속세 개편이 도마에 오른 만큼 국민 기대에 부합하는 정책이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임태우 기자 eigh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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