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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광화문]히딩크의 성공, 希丁克(시딩커)의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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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김명룡 특파원] 2002년 한국에 내려졌던 네덜란드의 명장 거스 히딩크의 '마법의 동아줄'은 2020년 중국엔 내려지지 않았다.

중국은 최근 태국에서 열린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득점 1점도 올리지 못한 채 3패로 8강행이 좌절됐고, 2020년 도쿄 올림픽 출전도 무산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소문난 축구광이다. '위대한 하나의 중국'의 건설이라는 중국몽(中國夢)을 빗댄 축구몽(足球夢)이나 '축구 굴기(崛起·일으켜 세운다)'이란 말이 있을 정도다. 시 주석의 기대와 달리 중국 축구는 좀처럼 진전이 없다.

올림픽 출전이 급했던 중국은 2018년 9월 히딩크 감독에게 중국 21세 이하 대표팀을 맡겼다. 2002년 약체 한국을 이끌고 월드컵 4강신화를 이룬 히딩크 감독은 올림픽을 2년 앞둔 중국에게 적절한 선택지였을지 모른다.

히딩크는 감독 부임 이후 "선수를 전부 교체하겠다. 모든 책임은 본인이 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의 인내심은 오래 가지 못했다. 히딩크 감독은 1년 만인 지난해 9월 부진한 성적을 이유로 불명예 퇴진했다. 몇차례 부진한 실적을 보이자 히딩크 감독을 경질했다.

2002년 당시 한국은 히딩크 감독의 부진한 성적을 견뎌냈다. 중국이 히딩크 감독을 계속 중용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 알 수 없다. 흥미로운 것은 히딩크 감독 경질 후 중국의 반응이다. 중국 매체들은 이제 "수십억원의 연봉은 받는 히딩크가 뭘 하다 갔는가?"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히딩크 감독의 계약조건은 3년간 연봉 300만유로(약 39억원)이지만 이번에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하면서 계약이 종료됐다. 중국은 히딩크 감독이 지난해 9월 퇴진한 이후에도 3개월치 월급으로 약 75만유로를 지불해야 한다.

지난해 말 중국축구협회는 "히딩크 감독은 해임했지만 계약은 종료되지 않았다"는 주장을 해 빈축을 샀다. 감독직을 해임시켰지만 아직 줄 돈이 남았으니 기술고문이라도 해달라고 요구한 것. 그를 감독으로 쓰지도 놓아주지도 않은 것이다.

중국 입장에선 잔여 연봉을 줘야하는 상황이니 아까울 수 있지만 이미 감독에서 해임된 히딩크 감독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리 없다. 히딩크 감독은 중국 측 제의를 거절했다.

이런 상황은 중국이 선진 외국기업이나 우수한 외국기술자를 유치했을 때도 종종 벌어진다. 과거 중국은 자신들이 필요한 분야에서 외국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했다. 중국기업과 합작을 하거나 기술을 이전하지 않으면 중국 진출은 어려웠다.

수년이 지나 이미 기술을 축적한 토종 중국기업이 생기면서 외자기업은 효용을 잃게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중국에서 철수하려 해도 세무문제와 파산절차의 과정이 쉽지 않다. 철수하고 싶어도 중국에 남아 있는 한국 기업들도 부지기수다. 중국 무역업체 한 관계자는 "남주기는 아깝고 나 갖기는 싫은 마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파격적인 대우를 마다하지만 않는다. 하지만 효용가치가 없어지면 상황은 급격히 달라진다. 중국에서 러브콜을 받았다면 사랑이 식은 이후의 상황도 깊이 고민해 봐야한다는 의미다.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김명룡 특파원 drag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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