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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김경수 실형 선고후 기소된 성창호 판사 "당혹스럽고 참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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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연루된 사건의 영장 결과 사법신뢰 직결돼 수석에게 보고… 이걸 범죄라니… 납득 어렵다"

조선일보

"20여년간 법관으로 근무하면서, 한 인간으로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당혹스럽고 참담한 순간이었습니다."

20일 밤 11시 서울중앙지법 법정. 최후진술을 하는 성창호〈사진〉 부장판사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그는 2016년 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 시절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구속영장 관련 정보를 신광렬 형사수석부장판사에게 전달한 혐의(공무상 기밀누설)로 기소됐다.

성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 형사합의부 판사 등 요직을 거친 엘리트 판사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로부터 천당과 지옥을 모두 맛보았다. 2017년 1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정무수석 구속영장을 발부했을 땐 '영웅' 대접을 받았지만, 김경수 경남지사 사건에서는 '역적'으로 몰렸다. 그는 댓글 조작 혐의로 2심 재판 중인 김경수 경남지사 사건의 1심을 맡아 지난해 1월 말 김 지사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이 판결 직후 그는 3년 전인 2016년 영장전담 시절의 일로 돌연 피의자로 검찰에 소환된 뒤 결국 기소까지 됐다.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에서 거의 언급되지 않던 그의 기소는 예상 밖이어서 법조계에선 김 지사 판결에 대한 '보복 기소'란 말이 나왔다.

성 부장판사도 자신에 대한 기소가 갑작스러웠다고 했다. 그는 "5개월 이상 어떤 연락도 받지 못하다가 2019년 2월 중순 갑자기 피의자로 조사를 받으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상당한 의구심이 들었지만 형사사법절차를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조사에 응했는데 불과 열흘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갑자기 저와 조의연 부장판사를 기소했다"고 했다. 그는 2018년 9월 참고인으로 한 차례 조사받은 것 외에 어떤 수사도 받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5개월 후 '피의자'로 한 번 조사하더니 바로 기소했다는 것이다. 그는 "그때부터 검찰 발표를 토대로 '부정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언론 보도가 쏟아졌다"고 했다.

성 부장판사는 자신의 혐의와 관련, "2016년엔 영장판사들이 형사수석에게 중요 사건 영장 처리 결과 등을 설명했고 정 전 대표 사건도 판사(김수천 부장판사)가 연루된 사건이어서 사법 신뢰와 직결되는 사안이라 당연히 보고가 필요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 업무가 범죄인 것처럼 논의되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최후진술에서 '보복 기소' 논란에 대해선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의 변호인은 "농담으로 '보복기소 당하신 것 아니냐'고 해도 웃기만 한다"고 전했다. 무죄를 다투는 것과는 별도로, 현직 판사로서 사법절차 자체가 정치적이라고 공격하지는 않겠다는 자세인 것이다. 검찰은 그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선고공판은 다음 달 13일 열린다.

[양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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