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행복 프로젝트] [5] '지역 돌봄사업' 커뮤니티 케어 살펴보니
살던집에서 돌봄 서비스 받는 제도
매주 전문가가 식단 등 관리 돕고 이웃 왕래하며 신체활동 활발해져
전국 16개지역 노인 4700명 참여
본지·미래에셋硏 설문조사 결과
노인 절반 "집서 노후보내고 싶다"
광주 서구의 한 임대 아파트에 사는 주민 정모(70)씨는 2006년 사고로 하반신을 쓰지 못하게 된 뒤 작년 6월까지 줄곧 병원에서 지냈다. 아내와 이혼하고 자녀 3명과 모두 가족 관계가 단절되면서 외톨이가 됐기 때문이다. 요양병원에 있으면서 재활 치료, 식사, 목욕 지원까지 받았지만 무덤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병원에서는 재활 치료 외에 신체적 활동을 권하지 않았다. 환자가 많다 보니 사고를 우려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정씨는 "혼자서 휠체어를 타고 병원 안에서 30분 정도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전부였다"면서 "온몸이 굳어가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지난달 31일 왕진 가방을 든 새안산의원 유원석 원장이 경기도 안산시 이규의씨 빌라를 방문하자 남편이 유 원장을 맞이하고 있다. 유 원장은 한 달에 두 번 방문해 이씨의 통증 상태 등을 체크하고 있다. 이씨는 요양원 대신 살던 집에서 돌봄 서비스를 받는 커뮤니티 케어 시범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김지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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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요양병원 입원실에 같이 있던 분들이 1년이면 절반 정도가 숨졌다. 며칠 전까지 말동무를 하던 사람의 병상이 비워지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했다. 정씨는 작년 6월 요양병원을 퇴원해 지금 사는 아파트에 입주했다. 보건복지부의 커뮤니티 케어 시범 사업은 광주 서구 등 기초 지자체 8곳이 지난해 6월부터 시작해 9월에는 16곳으로 확대됐다. 커뮤니티 케어 시범 사업은 노인, 장애인, 정신질환자가 병원과 시설을 벗어나 평소 자신이 살던 집에서도 주거와 의료, 돌봄 등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정부와 지역사회가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정부 예산 규모도 64억원에서 178억원으로 3배 가까이로 늘었다. 정씨처럼 사업에 참여해 복지 혜택을 받는 노인 등이 전국에 4697명에 이른다.
◇내 집에서 늙어갈 수 있다
"밥은 잘 드세요? 국에 말아 드시나요? 식사 시간은 몇 분 정도인가요?"
지난달 26일 정씨의 집에는 광주 서구청 소속 영양사가 방문해 식단과 식습관을 꼼꼼히 살폈다. 동행한 물리치료사는 라텍스 밴드를 이용해서 혼자 할 수 있는 재활 운동법을 일러줬다. 이들 외에도 요양보호사가 주말을 제외하고 하루 3시간씩 방문해 식사와 목욕을 돕고, 방문 간호사가 주 3회 들러 욕창 소독 등을 해준다. 비용은 정부와 지자체가 부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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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옆에는 안전봉이 설치돼 있고, 화장실 입구에는 휠체어로 문턱을 넘기 위한 경사로와 안전 손잡이가 설치돼 있다. "요양병원을 영원히 못 벗어날 줄 알았는데 이렇게 내 집에서 살아보네요." 정씨는 눈이나 비가 오는 날을 제외하면 전동 휠체어로 갈아타고 산책을 나간다. 요양보호사가 동행하기도 한다. 작년 크리스마스에는 집으로 친구가 놀러와 함께 저녁을 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의사·간호사가 정기적으로 방문
지난달 31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이규의(87)씨의 3층 빌라에 반갑고 고마운 손님이 찾아왔다. 왕진 가방을 든 새안산의원 유원석 원장이었다. 이 원장은 신장염에 허리디스크로 고생하고 있는 이씨를 진찰했다. "할머니, 식사는 제대로 하세요? 다리 좀 볼게요." 유 원장은 이씨의 욕창과 통증 상태를 체크했다. 간호사가 할머니의 허리디스크 통증을 줄이기 위해 허벅지에 베개를 넣었다. 이씨의 남편 이호섭(90)씨는 아내를 요양원에 보내야 할지 늘 고민이었는데, 지난달부터 안산시에서 시행되고 있는 커뮤니티 케어로 고민이 해결됐다. 한 달에 두 번 의사가 방문하기로 했고, 간호사는 일주일에 세 차례씩 찾아와 이씨의 건강 상태를 살핀다. 안산시, 전남 순천시 등 기초자치단체 11곳에서 시범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본지와 미래에셋은퇴연구소의 55세 이상 고령자 설문조사에서 '향후 거동이 불편해지면 거주하고 싶은 장소'로 46.5%가 현 거주지인 집을 꼽았고, '커뮤니티 케어'가 도입되면 이용해 볼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80.5%에 달했다. 홍선미 한신대 교수는 "많은 사람이 시설보다는 자기가 살던 지역에서 살고 싶어 하는 욕구가 압도적으로 높다"고 말했다.
[안산=정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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