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7 (일)

[사설] 이 판국에 '남북 올림픽' 유치, 정말 라라랜드 사는 듯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정부가 어제 국무회의에서 2032년 하계올림픽 남북 공동 유치와 개최를 추진하기 위한 계획안을 의결했다. 남북 공동 올림픽이 북의 실질적 개혁·개방을 이끌어내고 평화를 정착시키는 길로 나아갈 수 있다면 이를 반대할 국민은 없다. 미·중 '핑퐁 외교'처럼 스포츠는 평화와 화해의 매개가 되기도 한다. 다만 북한이 그런 길로 나아가려는 최소한의 의지가 있어야 한다. 북이 그런 의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북핵 협상은 끝났다'면서 '새로운 전략무기' '충격적 실제 행동' 운운하겠는가. 최근 반년 새 미사일·방사포로 우리를 위협한 것만 13번이다. 올림픽 정신은 기본적으로 인간애이기도 하다. 김정은 집단에 인간의 기본 인권은 안중에도 없다. 북한 주민 전체를 노예화했다. 평양 호텔에서 선전물 한 장을 가지려 했다는 이유로 관광 온 외국 청년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 이것이 북한 체제의 본질적 속성이다. 이 폭력적, 야만적 속성에 추호의 변화도 없는 상황에서 '평화의 제전'을 열겠다는 것 자체가 올림픽 정신에 대한 모욕이다.

정부는 평창올림픽 이후 조성된 잠깐 동안의 평화 무드를 되살리고 싶은 생각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보면 평창올림픽조차 대북 제재를 무산시켜 핵을 보유하고자 하는 북에 의해 이용당한 것이다. 올림픽 공동 개최는 재작년 평양 정상회담 합의문에 관련 구절이 포함된 후 북측에선 단 한 마디 나온 적이 없다. 북은 당장 올해 도쿄올림픽 공동 입장과 단일팀 구성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 여자축구는 다음 달 제주도에서 열리는 도쿄올림픽 아시아 예선 참가를 포기했고, 지난해 10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 월드컵 예선은 관중이 한 명도 없는 경기장에서 TV 중계도 없이 치러졌다. 우리 정부 혼자 "공동 올림픽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한다.

정권 전체가 제정신이 아닌 듯하다. 서울시장은 남북 올림픽을 위해 "2032년까지 한·미 군사훈련 중단이라는 당근을 제시하자"고 했고, 통일부는 북 외화벌이에 숨통을 틔워주기 위해 안전 대책도 없이 우리 국민에게 북한 관광 가라고 등을 떠밀려고 한다. 위험 지역에 관광 가라고 부추기는 정부는 한국밖에 없을 것이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 부국장은 올림픽 공동 개최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라라랜드' 같은 다른(꿈꾸는) 세계에 살고 있다"고 했다. 더 적확한 표현이 없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