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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창의융합형 인재교육] "4차 산업혁명시대 기술발전 이끄는건 창의력·혁신역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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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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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영어 다음으로 익혀야 할 언어가 코딩이라고 이야기될 만큼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들 사이에선 새로운 기술 교육에 대한 관심도가 어느 때보다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아이에게 코딩 교육을 어떻게, 얼마나 시켜야 하는지 학부모들은 막막할 뿐이다.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인문·예술(Arts), 수학(Mathematics) 등 이른바 스팀(STEAM) 분야 교육이 이미 10여 년 전부터 강조되기 시작했지만 한국에선 여전히 낯선 세상 이야기처럼 통용된다. 최근 한 교육 콘퍼런스를 찾은 스팀 교육 및 스마트러닝 전문가 3인은 학부모들에게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들은 스팀 분야 교육 시 실력 향상이라는 목표를 놓고 조바심을 내기보다는 아이들이 해당 분야에 스스로 흥미를 높이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시대 핵심역량은 非기술적 능력

현재 초등학생 이하 세대가 살아갈 미래는 기술 발전이 더 고도화된 세계로 묘사된다. 그러나 이들이 미래 시대를 능동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요구되는 필수 역량은 단순한 전문기술을 익히는 데 있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오히려 아이들에게 비(非)기술적인 능력을 길러주는 게 바람직하다고들 이야기한다. 문제 해결 및 혁신, 학습을 위한 정보통신기술(ICT) 사용, 지식 구축, 숙련된 의사소통, 자율 규제 및 평가, 협업 등이 필수 역량으로 꼽힌다.

심재경 마이크로소프트(MS) 한국지사 미래교육정책·전략팀 이사는 미래세대 교육에 있어 기술은 이 같은 역량을 기르는 데 활용하는 도구라고 설명했다. 심 이사는 "갈수록 스팀 분야의 역할은 중요해지고 있다"며 "누구나 수학자, 과학자가 될 이유는 없지만 적어도 아이들이 수학·과학에 흥미를 가지고 그것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마음 자세를 갖추게끔 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그걸 돕는 게 기술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컴퓨터 게임도 경우에 따라선 훌륭한 교육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이를테면 초등학생들에게 인기가 높은 '마인크래프트'는 게임 기반의 코딩 프로그램이라고까지 불린다. 일정한 논리 구조에 따라 사물을 제어하고 결과물을 구축한다는 점이 실제 코딩과 닮았기 때문이다. 마인크래프트에선 가상의 블록을 활용하고, 코딩에선 별도의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한다. 수십만 원대로 출시된 코딩 기초교육용 학습도구도 원리는 같다. 학습자의 연령에 따라 교구의 성격도 달라진다. 중·고등학교에선 흥미 못지않게 성취감이 강조된다. 심 이사는 "생산성을 만들어내기 위한 과정을 인내하는 것도 중요한 교육 요소"라고 했다. 앞으로 중·고등학교에서 이뤄지게 될 인공지능(AI) 교육이 일례다. AI는 결국 데이터에 뿌리를 둔다. 질 높은 데이터를 어떻게 모으고 관리할 것이며, 이를 어떻게 시각화하고 응용할 것인지가 중요한 영역이다.

STEAM 교육은 창의력 자양분

미국 스팀 교육은 정부 차원의 지원책과 함께 앞서 과학·기술계에서 입지를 닦은 이들의 지원에 힘입어 미래세대에 확산될 수 있었다. 바퀴가 2개 달린 T자 모양 1인용 운송수단 '세그웨이(Segway)'를 개발하는 등 혁신적 발명가로 불리고 있는 딘 케이멘은 자신처럼 발명가가 되기를 꿈꾸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해 비영리재단을 스스로 세운 인물이다.

1989년 당시 젊은 발명가였던 케이멘은 젊은 학생들에게 과학과 기술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영감을 불어넣기 위해 비영리재단 '퍼스트(FIRST·For Inspiration and Recognition of Science and Technology)'를 설립했다. 아이들이 과학·기술을 스포츠만큼이나 좋아하게 하는 게 당시 목표였다. 케이멘은 자신이 길을 터놓은 혁신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어린 학생들이 스팀 교육을 받고, 나아가서는 스팀 분야에서 직업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랐다.

지니 알라비 퍼스트재단 인터내셔널 매니저는 "퍼스트의 활동 목표 중 하나는 아이들 간 스팀 역량의 격차를 메우는 것"이라며 "모든 아이들이 리더십이나 혁신 분야에서 프로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이들이 대학에 가서도 스팀 관련 교과 간 통합적인 접근이 가능하게끔 역량을 키우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퍼스트재단을 통해 스팀을 접한 아이들만큼은 엔지니어·기술자가 더 이상 낯선 직업이 아니도록 하고, 기술적인 역량을 갖춘 다재다능한 인재로 성장하도록 하겠다는 목표다. 또 알라비 매니저에 따르면 브랜다이스대에서 7년여간 퍼스트재단 프로그램 참여 학생과 비참여 학생을 비교 연구한 결과, 스팀 교육을 어려서 경험한 학생들은 그러지 않은 이들에 비해 스팀 활동에 대한 관심이 3배가량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스마트러닝은 교육의 본질에 집중하는 것"

디지털 기술의 변화는 교실의 모습도 서서히 바꿔가고 있다. 분필 대신 전자칠판을 사용하는 것이 하드웨어적 변화였다면, 이제는 학생·교사가 학습 자료나 과제물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는 등 소프트웨어 차원에서의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에이든 매카시 MS 글로벌 디지털학습전략담당 이사는 "한국에서도 교실에 대한 설계를 다시 생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교실에 기술이 접목돼 관련 업무처리가 더 효과적으로 이뤄진다면 이는 결국 교사가 학생들에게 들일 시간이 더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게 교육계에서 겪게 될 디지털 변혁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교사가 다른 정보는 배제하고 학업성취도에만 관심을 갖는다면 이는 학생들에게 나타날 수 있었던 변화를 가로막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기반의 학습도구를 활용해 학생의 역량을 지속적으로 살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문광민 기자 / 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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