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나 선진국에 비해 우리는 인구감소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 문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올해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인구절벽 상황을 맞게 되었다. 사진은 지난해 추석 연휴 서울역 플랫폼. 홍인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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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있으면 설 명절이다. 명절의 의미가 줄어들어 예전만큼 설날이 설렘과 흥겨움은 덜하지만 오랜만에 부모님과 친지를 만나러 고향을 가는 사람들의 표정은 여전히 밝을 것이다. 그럼에도 저출산과 1인가구의 증가 등 인구 변화가 설날 풍경마저 바꿔놓고 있다. 혼자 설 명절을 보내는 1인가구, 즉 ‘혼설족’도 늘어나고 있고, 아이들 숫자가 줄면서 세뱃돈을 줄 조카나 손주가 없거나 몇 명 안되는 경우도 많아졌다. 세뱃돈을 받는 아이들보다 주는 어른들이 많아지는 수요와 공급의 역전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사망자가 출생자보다 많아지는 인구 데드크로스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10월 출생아 수가 역대 최저를 기록하고 인구 자연증가율이 0%를 기록했다. 올해부터 자연 감소가 본격적으로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이 2016년 예측했을 때는 자연 감소 시점이 2029년이었다. 저출산 추세가 예상보다 빠르게 가속화하면서 그 시점이 10년 정도 앞당겨진 것이다.
물론 인구감소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주장도 있다. 지난해 말 ‘인구감소 사회는 위험하다는 착각’이라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책이 출간돼 눈길을 끌었다. 재일 한국인 지성 우치다 다쓰루가 편저자로 참여한 책에서 저자들은 ‘인구감소는 재앙이나 위기가 아니라 새로운 환경으로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해결책을 모색해 보자’는 발상의 전환을 주문하고 있다. 가족의 의미를 새로 정립하고 노동력의 규모보다는 사회 전체의 두뇌 수준을 높이는 ‘두뇌 자본주의’ 등을 새로운 해법으로 제시하면서, 인구감소는 대응에 따라 오히려 축복이 될 수 있다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이나 선진국에 비해 우리는 인구감소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 문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올해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인구절벽 상황을 맞게 되었다. 또 2050년이면 65세이상 노인인구가 전체인구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고령화 속도도 빠르다. 인구감소와 고령화는 노동인력 감소로 인한 성장잠재력 저하와 소비 침체를 유발한다. 노인빈곤 문제와 세수 감소로 인한 정부의 재정 압박도 문제다. 한 마디로 말해 경제 전분야에서 활력이 떨어지고 세대갈등을 포함한 사회갈등이 더욱 첨예해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핵가족화와 1인가구의 증가 등 인구변화로 인해 설 명절이 이제 다른 일반 연휴와 비슷한 의미로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우리의 설은 여전히 흩어져 살던 가족들이 모여 차례상을 앞에 두고 함께 조상님들을 떠올려보는 날이다. 가족과 친지, 이웃들과 서로 덕담을 나누고 격려하기 위해 수천만 명 인구가 이동하는 민족 최대의 명절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표를 구하기 위해 밤새 줄을 서는 사람들의 표정에서도, 설 명절을 앞두고 방문한 전통시장에서 만난 상인들과 시민들의 얼굴에서도, 설은 여전히 설레는 날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구감소와 인구절벽의 시계추는 천천히 움직이기를, 가족의 사랑, 이웃에 대한 배려와 공동체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는 설 명절의 의미는 우리의 유전자에 영원히 살아남기를 바란다.
강신욱 통계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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