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경찰개혁의 성과와 과제 당정협의가 열리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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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경찰은 12만명의 거대 권력기관”이라며 두 키워드를 포함한 경찰의 고강도 쇄신을 주문했다. ‘수사능력 향상’과 ‘권력 분산'이다.
지난 13일 국회서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형사소송법 및 검찰청법)이 통과된 데 따른 것이다.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은 검사 지휘를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수사를 끝낼 수도 있다. 지난해 ‘경찰수사를 새롭게 디자인하다’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낸 바 있는 경찰청은 후속 조치로 개혁 작업의 실무를 담당할 ‘책임수사추진본부’를 최근 발족한 상태다. 하지만 실제 개혁이 이뤄지기까지는 벌써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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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본 '설계도' 나왔지만
‘당정청+경’은 지난해 5월 경찰개혁안을 발표한 바 있다. ‘국가수사본부’(국수본) 신설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경찰 조직을 크게 ▶국가 ▶자치로 나눈다. 전체 경찰인력의 3분의 1 가량인 4만명을 자치로 보낼 계획으로 알려졌다. 국가 경찰은 다시 수사 대 일반(행정)으로 쪼개진다. 수사 전담조직이 바로 국수본이다.
국수본은 독립 수사조직이다. 본부장은 외부인사가 맡는 것으로 설계됐다. 경찰청장도 국수본에 구체적인 수사지휘를 하지 못한다. ‘한국형 FBI’라는 말도 나온다. 경찰 조직 내부적으로 국수본 등으로 수사능력 향상 외 권력 분산 효과까지 모두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지난해 12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의사일정 변경 동의를 통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상정되자 항의하고 있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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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국가·자치 경찰로 나누는 과정부터 순탄치 않다. 물리적으로 경찰법을 뜯어고쳐야 가능한데 20대 국회가 막바지다. 현 정치권 갈등 상황에서는 올 4월 총선을 앞두고 밀린 법안의 일괄 처리도 가능하지 않아 보인다. 더욱이 무엇보다 일선 경찰의 반대가 상당하다.
한 지방 경찰관(경위)은 “재정자립도가 떨어진 지자체의 경우 (자치경찰) 처우나 신분이 낮아질 수 있다”며 “‘지역행사의 경비근무에 동원될 것’이라든가 ‘지역유지와의 유착이 뻔하다’는 걱정도 나온다”고 털어놨다.
경찰청은 당장 수사권 조정 이후 수사품질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제도의 전면 시행도 준비 중이다. 수사를 끝내기 전 수사결과가 타당한지 살피는 수사심사관이 대표적이다. 또 중요사건을 지도하는 책임수사지도관(총경)도 신설된다. 사건배당도 무작위로 한다.
현장은 기대반 우려반이다. 일선에서는 “부실 수사나 수사 뭉개기는 제도가 아닌 결국 사람의 문제”라는 지적이 거침없이 나온다.
헌법에 명시된 검사의 영장청구권. [자료 법제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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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 다음은 영장 청구권?
지난 15일 ‘전국 경찰 지휘부 (화상)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에서는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의 주요 조항 내용과 의미가 논의됐다. 이중 영장심의위원회를 다룰 때 “장기적으로 검사의 독점적 영장 청구권을 삭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검사의 영장 청구권은 헌법에 명시돼 있다. 즉 삭제를 위해서는 ‘개헌’이 필요하다.
2년 전 나온 대통령 개헌안은 영장청구 주체인 ‘검사’를 지웠다. 이 개헌안은 국회서 정족수 미달로 결국 무산됐다. 경찰의 영장 청구권 주장이 본격화되면 개헌 논의는 물론 검·경 갈등은 지난 수사권 조정 때보다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점쳐진다. 영장 청구권을 놓고 경찰은 “독자수사를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검찰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이 소홀해질 수 있다”는 입장을 굳히지 않아 왔다.
서울 서초경찰서(앞쪽 건물) 뒤로 보이는 대검찰청 청사.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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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 분분한 법조계
법조계도 의견이 분분하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찰 내 영장 관련 전담조직을 둬 감독을 강화하고, 여기서 걸러지지 않은 잘못된 청구는 법원이 심사를 통해 걸러낼 수 있다”며 “검사의 (영장청구권) 독점권 해체가 곧바로 인권침해를 유발한다는 주장은 빈약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성룡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부분 나라가 경찰의 역할·권한 강화와 검찰권의 상대적 약화현상을 우려하고 있다”며 “형사 절차가 ‘경찰화(化)’되는 것을 막으려 (오히려) 검찰의 독립과 수사지휘권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말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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