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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부사관이 성전환수술을 했다는 이유로 전역 위기에 놓인 가운데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분위기와 달리 군대는 여전히 성소수자에 대해 닫혀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권단체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폐쇄적인 군대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군 역사상 처음으로 현역 부사관이 성전환수술을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군대 내 성소수자의 인권 문제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성소수자에 닫혀있었던 군대 문화가 이번 일을 계기로 개선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21일 군인권센터와 육군 등에 따르면 지난해 성전환 수술을 받은 A하사에 대한 전역심사위원회를 예정대로 22일 진행한다. 군 복무 중 성전환수술을 받은 군인에 대한 뚜렷한 규정이 없어 A하사는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전역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 인권위는 A하사에 대한 긴급구제 여부를 결정하는 상임위원회 회의를 개최했다.
성소수자인 선재씨는 이 소식을 듣고 "뻔한 결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가 경험했던 군대의 폐쇄적인 분위기로 미뤄봤을 때 그리 놀랍지 않았다는 의미다.
선재씨는 "남성 중심적 집단인 군대는 거친 언어로 유대를 표현하다 보니 혐오 표현이 당연한 것으로 치부된다"며 "고작 고환 절제술을 했다는 이유로 군 복무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을 보면 군대가 수호하는 가치가 어떤 남성성인지 알 수 있다"고 했다.
경기도 포천 소재 부대에서 복무한 뒤 2016년 전역한 선재씨는 실제로 군대 문화를 경험한 만큼 성소수자를 배척하는 분위기를 직접 체감했다.
선재씨는 "정훈 교육 때 동성애자가 더럽다고 얘기하거나 에이즈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는 등 성소수자 혐오 발언도 많았다"며 "만약 그 공간에서 내 정체성을 드러낸다면 관심병사로 낙인찍혀 고립된 채로 지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성소수자인 이종걸 군관련 성소수자 인권침해 차별 신고 및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 활동가는 "약 20년 전에도 성소수자를 존재하지 않아야 할 사람으로 보고 잠재적 성범죄자로 판단하는 규정이 있었는데 지금도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다"며 "이는 엄연히 존재하는 성소수자를 부정하고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성 간 성행위 처벌을 규정해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대표적인 법으로 평가받는 군형법 92조의 6이 이러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활동가는 "군 기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정확한 근거도 없이 동성 간 성관계만 처벌하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개선할지 논의조차 없다"며 "개인이 아닌 국가가 나서서 성소수자 차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권단체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 여성 등 다양한 소수자를 포용하는 군대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A하사 사건을 공론화한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여성과 성소수자의 안정적 복무 보장은 해당 국가가 얼마나 성평등한 국가인지 보여주는 좋은 지표"라고 했다.
박석진 열린 군대를 위한 시민연대 상임활동가는 "이번 사건은 여전히 군대 내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후진적인 인식이 만연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며 "이전에는 폭력이나 가혹행위와 관련된 문제가 많이 제기됐다면 갈수록 성소수자, 여성, 채식주의자 등 군대 내 인권 보장의 양상이 다양해진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김영상 기자 vide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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