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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양육비 안 준 아빠들 고소할 것"…배드파더스 소송 이끈 양소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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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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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파더스 무죄 이끈 변호사 양소영 대표변호사 피플 인터뷰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the L]이혼 후 양육비를 고의로 주지 않는 '나쁜 아빠'들의 신상을 공개한 '배드파더스' 사이트 운영자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당했으나 국민참여재판에서 만장일치 무죄판결을 받아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동안 양육비 미지급으로 위협받던 아동 생존권에 무관심했던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린 판결로 평가된다.

이 재판에는 피고인 측에 무려 12명의 초호화 변호인단이 무료로 변론을 펼쳐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아무도 무죄 판결을 기대하지 않았던 이 재판에 법무법인 숭인의 양소영(사법연수원 30기) 변호사 먼저 손을 내밀었고 양육권 문제와 사실적시 명예훼손 문제에 관심을 가져온 변호사들이 합류하면서 무죄를 주장하는 변호인 수는 12명으로 늘어났다.

양 변호사는 최후 변론에서 "가해자들의 명예를 보호하기 위해 피고인을 처벌하는 것은 정의가 아니다"라며 "피고인은 국가가 해야 하는 일, 부모가 해야 하는 일이 이뤄지지 않아 부득이 나선 것"이라고 호소해 배심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양 변호사는 21일 머니투데이 더엘(theL)과의 인터뷰에서 "특히 해외에서는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아동학대로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는 것이 배심원들에게 크게 어필이 됐다"며 "이번 판결로 양육비 지급이 아동생존권의 문제라는 점이 인정받았으니 다음 단계는 처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재판에서 함께했던 변호인단이 함께 양육비 미지급자들에 대해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라며 단 한 건이라고 기소가 이뤄지면 계속 기소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가장 강력한 제재 수단이 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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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파더스 무죄 이끈 변호사 양소영 대표변호사 피플 인터뷰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양 변호사는 가사 전문 변호사로 굵직한 사건을 맡아 이름을 날린 '스타 변호사'다. 동시에 여성과 아동 인권 문제와 공익 변론에 적극 나서왔다.

그는 우리 이혼 제도의 가장 큰 화두인 이른바 '유책주의'와 '파탄주의'의 맞대결에서 '유책주의'를 유지시키는 데 큰 기여를 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지난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유책배우자 이혼청구 사건에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유책주의' 입장을 변론해 승소를 이끌어냈다.

양 변호사는 "파탄주의 도입 국가에서는 상대배우자와 미성년 자녀의 경제적 곤란을 고려해 가혹조항과 부양조항을 두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이런 제도적 여건도 전혀 갖춰져 있지 않다"며 양육자의 생존권과 행복추구권을 강조했다.

그는 "이후 양육권 문제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하면서 꾸준히 문제제기를 하게 됐다"며 "'아동인권감수성'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부터 '칸나희망서포터즈'이란 이름의 '한부모 가정' 양육비 지원 기금도 만들었다. 올해부터 사단법인화해 일반회원을 대상으로 후원을 받고 아동학대 피해자 지원 등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칸나'라는 이름은 월급을 몽땅 털어 칸나 씨를 뿌렸던 영국의 굴뚝 청소부 할아버지 이름을 땄다.

그가 뿌렸던 칸나 씨 덕분에 영국 케임브리지시에서는 유럽 5대 축제가 열리게 됐다는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은 양 변호사는 지금부터 뿌린 공익의 씨가 언젠가 열매를 맺길 바라는 마음에서 '칸나희망기금'을 시작했다.

양 변호사는 "양육비로 고통받는 걸 방치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며 "소송으로 만났지만 그 이후 삶도 잘 이끌어 가도록 끝까지 함께 하고자 하는 것이 제 바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부터 조금씩 씨를 뿌리면 언젠가 제 인생 전부를 차지하지 않을까하고 발을 내딛어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은 기자 tai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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