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20’ 개막을 하루 앞둔 6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호텔에서 열린 현대차 미디어데이 뉴스 컨퍼런스에서 정의선 수석부회장(왼쪽 세번째)이 ‘S-A1’ 모형 앞에서 관계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전자기업, 자동차 회사, 이커머스 업체, 투자회사 등 너나 할 것 없이 미래 먹거리로 모빌리티 시장을 모두 노리고 있습니다. 이번 미국 CES2020에서 충격적인 것은 전 세계 인공지능(AI) 스타트업 투자를 주도하는 ‘톱 25 벤처캐피털’이 모두 패신저 이코노미에 주목하고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었죠. 하지만 한국의 벤처캐피털과 자본시장 플레이어들은 그 자리에 없었습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최근 막 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20을 참관한 한 벤처캐피털(VC) 대표는 모빌리티 시장의 지각 변동을 감지하고 글로벌 투자 변화가 거대한 태풍처럼 일고 있다고 평가했다. 패신저 이코노미는 이른바 자율주행이 완성된 후 운전자가 운전이 아닌 다른 소비·경제 활동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글로벌 투자회사는 물론 기업에 이르기까지 운전자가 운전하지 않는 시간에 무엇을 할지, 그 시간을 파고들 새로운 사업과 투자에 대한 고민을 얼마나 치열하게 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던 자리였다고 했다.
기존 모빌리티 기업뿐 아니라 다른 산업의 기업도 잇따라 모빌리티 산업에 얼굴을 내비쳤다. 당연히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미래 모빌리티는 한 걸음 더 가까워질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글로벌 자본시장의 투자 패턴도 이러한 기술적·사회적·생태학적 변화에 발맞춰 변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내 AI 투자를 촉진하려면 미국처럼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선순환 관계 형성이 시급하고 지적했다. 2000년대 초반 이스라엘은 한국 벤처 시장을 벤치마크 하겠다며 찾아왔다. 20년이 지난 현재 이스라엘은 AI스타트업 투자에서 세계 3위다.
문제는 국내 자본력이나 스타트업의 아이디어·혁신성 그 무엇도 아닌 ‘규제’다. 정부는 규제완화와 감독강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민간에 적극적인 투자를 요구한다. 모순도 이런 모순이 없다. 규제완화를 외치지만 어느 수준까지 완화할지도 정한 바 없다.
한국은 대규모 자금으로 투자할 수 있는 기업 주도의 벤처캐피털(CVC)을 제한한다. AI 스타트업에 활발하게 투자하는 전 세계 ‘톱25 벤처캐피털리스트’에 한국이 없는 이유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정책조정회의에서 “디지털 혁명에 과감히 국운을 걸어야 한다”며 “훨씬 더 과감하고 공격적인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위한 투자를 강조하지만 CES 현장에서 느낀 기업과 자본시장의 위기감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지금처럼 해서는 경기 회복은 물론 미래 대응도 어렵다고 한다. 더 많은 투자가 몰리도록 정부와 정치권이 정책변화를 가져와야 한다고도 했다. 전문가들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글로벌 스탠더드’로만 규제를 완화해도 글로벌 플레이어들과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가 부족한 것은 기업의 기술 경쟁력이 아니라 신산업의 사업화를 뒷받침해줄 국가의 정책적 지원이다. 여당과 정치권도 말로만 ‘국운’을 논하지 말고 규제완화를 위한 법부터 풀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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