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나눔재단 신임 이사장 한정화 전 중기청장
"기업가정신은 나라 자산, 기업 존중하는 사회 만들어야"
"규제 혁신 등 정치권이 적극 나서야" 쓴소리도
아시아의 '카우프만 재단'으로 발전 목표 제시
한정화 아산나눔재단 이사장이 서울 중구에 위치한 재단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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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기업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기업을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기업가정신은 우리나라의 귀중한 자산입니다.”
한정화 아산나눔재단 신임 이사장은 “기업가정신과 의욕은 우리나라의 귀중한 자산”이라면서 “우리나라가 최빈국에서 지금에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것은 민간에서 혁신하고 도전을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기업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현장중심의 정책을 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 이사장은 제13대(2013~2016년) 중소기업청장을 지냈으며, 현재 한양대 경영대학 특훈교수로 있다. 그간 한국중소기업학회장, 한국벤처산업연구원장, 중소벤처기업정책학회장 등을 지냈으며 지난해 12월 아산나눔재단의 신임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임기는 2021년 11월까지다. 아산나눔재단은 고(故) 정주영 현대 창업자의 서거 10주기인 2011년 출범한 공익재단으로, 기업가정신 교육사업을 비롯해 △예비 창업가 발굴 △창업 인프라 지원 △비영리 역량강화 사업 등을 하고 있다.
한 이사장은 재단 출범 당시 창립 이사로도 활동했다. 한 이사장은 “6년만에 이사장으로 복귀했다. 초창기 이사로 있을 때, 어떤 기업가정신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사업안을 만드는 데 참여했다”며 “아산나눔재단의 지원과 도움을 받은 스타트업(초기창업기업) 중에서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기업)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데일리는 한 이사장을 21일 서울 중구 아산나눔재단에서 만나 국내 벤처 생태계 현황과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재단에는 어떤 계기로 합류했고 그동안 무슨 활동을 했는지
▷재단은 고 정주영 창업자의 기업가정신과 도전, 개척 정신을 기리고 이를 사회에 확산하자는 취지에서 설립됐다. 창립 이사로 2년 정도 활동하다가 중기청장이 되는 바람에 이사직에서 물러나고 6년 만에 이사장으로 복귀했다. 한달 간 현황을 파악하고 각 팀별 업무를 보고 받았다. 내년 재단 창립 10주년이자 정주영 창업자의 20주기에 맞춰서 여러 가지 사업과 미래 방향을 설계하고 있다.
-국내 유니콘기업이 11개가 등장하고 벤처 투자액도 4조원을 돌파하는 등 긍정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다
▷우수한 전문인력·기술인력이 창업에 도전한 결과 벤처기업 숫자가 3만 7000여개를 돌파했다. 매출액 1000억원이 넘는 기업도 580여개로 늘었고 제1 벤처붐 시대라 불린 2000년 총 벤처 투자액은 2조원이었는데 이젠 4조원으로 2배가 됐다. 유니콘기업이 늘어나는 것도 긍정적이다. 양뿐만이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도 발전하고 있다는 증거다.
-벤처붐이 다시 일기 시작했고 정부가 규제 완화 노력을 하고 있는데도, 여전히 타다 논란을 비롯해 벤처 발전의 발목을 잡는 규제가 많다.
▷구조적으로 규제가 안 풀리게 돼있다. 규제가 안 풀리는 첫째 원인은 ‘갈등’이다. 타다 논란을 보면, 기득권이 형성돼있는 상황에 규제를 개혁하거나 완화하면 손해와 이익을 보는 사람이 나온다. 택시 기득권을 저해한단 말이다. 혁신이라는 방향은 좋지만 이해관계를 조정함에 있어 정치권의 역할이 필요하다. 신산업을 갑자기 허용해버리면 기존 구산업 종사자들이 어려워진다. 그들의 출구를 마련해줘야 하는데 정치권이 전혀 기능을 못하고 있다. 국가의 미래를 위하기보다는 권력 투쟁과 힘겨루기만 하고 있다. 이해관계 충돌을 합리적으로 풀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또 하나는,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이가 없다는 점이다. 현실적인 갈등이 있더라도 4차 산업혁명시대의 미래를 어떻게 이끌어 갈 건지에 대한 비전을 모아야 하는데, 여·야를 통틀어 누가 얘기를 하고 있나. 규제는 네거티브로 하지 않으면서 서로 공격만 네거티브로 하고 있다. 과거 1992년 빌 클린턴이 미국 대선 당시 외쳤던 구호가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였는데, 지금은 정치가 문제다. 현재 업계에서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서 한국이 대응력을 잃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정치권이 각성해야 한다.
-민간 영역에 끼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없을까
▷국내 벤처·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큰 문제 중 하나는, 우수한 인재가 불확실성에 도전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창업은 ‘리스크 앤 리턴’(Risk & Return)이다. 위험 부담을 안는 대신 그만큼의 보상을 기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근래 사람들은 굳이 위험 부담을 안지 않고 안정된 직장만을 찾으려 한다.
왜 일까. 실패를 하면 재기가 어렵게 돼있는 구조 탓이다. 창업자 연대 보증 문제도 있고, 실패에 대한 과도한 패널티를 부과받는 등 재기가 어렵다. 융자·보증보다는 투자를 받아야 하는데 그것도 쉽지 않다. 자본 조달이 안 되면 데스밸리를 못 넘고 신용불량자가 된다. 그래서 우수 인력이 창업을 안 한다. 우수한 전문인력이 창업에 도전해야 글로벌 히든챔피언이나 월드클래스 수준의 기업이 나올 수 있는데 아쉽다.
-2021년 임기까지 아산나눔재단을 어떻게 이끌 것인지
5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미래 10년 준비 △브랜드 아이덴티티 확보 △글로벌 진출 지원 △재도전 프로그램 마련 △업계 데이터 베이스 구축 등을 통해 아시아의 카우프만(Kauffman) 재단처럼 발전시키려고 한다. 먼저, 내년 설립 10주년을 맞아 재단의 지난 10년을 평가해 과연 설립 목적에 맞게 잘 해왔는가를 확인할 계획이다. 두 번째는 재단만의 고유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는 것이다. 스타트업·기업가정신과 관련해 여러 기관이 많이 생겼고, 우리만의 차별성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 가령 탈북자들의 창업을 돕는 프로그램 등이 있다.
또 하나는 글로벌 기업가정신을 육성하려고 한다. 한국에서는 내수 시장만으로는 큰 기업이 되기 어렵다. 글로벌 기업가정신을 만들고 네트워크를 활용해 성공적인 글로벌 기업을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 재단을 통해 설립된 기업 중에서 유니콘기업이 나와야 한다.
패자부활전 프로그램 신설도 고민 중이다. 업계에는 성공한 기업도 많지만 실패한 기업도 많다. 잘 안 된 기업들에게 두 번째 기회를 줌으로서, 기업가정신이 국민적 차원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는 연구 개발 기능을 강화해 벤처 생태계를 연구하고 업계의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하려고 한다. 정부가 지원하는 스타트업들이 잘 되거나 중간에 문을 닫는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한 전반적인 연구들이 아직 없다. 벤처 생태계를 연구해 수년 간의 정보가 쌓이면 업계에 대한 심층적 이해가 가능하고 언론도 많이 인용할 것이다. 미국의 기업가 양성 민간단체 ‘카우프만 재단’이 매년 발표하는 보고서가 대표적이다.
◇약력
△1954년 전남 광주 출생 △서울대 경영학 졸업 및 조지아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석·박사 △한국중소기업학회장 △한국벤처산업연구원장 △13대 중소기업청 청장 △1대 중소벤처기업정책학회장 △한양대 특훈교수 △아산나눔재단 이사장(2019년 12월~)
한정화 아산나눔재단 이사장이 서울 중구에 위치한 재단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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