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4 (금)

"한투證은 자율주행차, 운전자 없어도 잘 굴러가게 만들 것"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김소연 기자, 대담=김익태 부장, 정리=김소연, 조준영 기자 ] [머투초대석]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취임 첫해 성적표는 90점…올해 순익 1조 목표"

머니투데이

20.01.20 한국투자증권 정일문 대표이사 사장 인터뷰 / 사진=강민석 인턴기자 msphoto94@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 저 때문은 아닙니다. 한국투자증권은 잘 제어가 되는 자율주행차 같아서 각 사업부가 조화롭게 굴러갑니다. 앞으로 수익구조를 더 단단히 해 운전사가 아예 필요없는 자율주행차로 만드는 것이 꿈입니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올해 취임 만 1년을 맞았다. 최장수 CEO(최고경영자)였던 유상호 부회장의 후임인데다 각종 이슈가 터지면서 어느 때보다도 어깨가 무거웠을 상황에서, 그는 한투증권을 지난해 최대 실적으로 이끌었다. 취임 첫 해 성공적인 마무리였지만, 자신의 공을 묻는 질문에는 손사레를 쳤다. 직원들 덕분이라며 겸손해했다.

그는 지난 1년간 스스로의 경영 점수를 90점으로 매겼다. △코웨이 재매각 △조국 펀드건 △고용보험기금 위탁운용계약 연장 등 주어진 과제는 잘 해결했지만, 각 사업 부문별 완벽한 1등이 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10점을 깎았다.

정 사장은 국내 1등 증권사답게 앞으로는 ‘아시아 넘버원’을 꿈꾸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글로벌 IB(투자은행)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고 해외 진출, 신규 수익원 창출 등의 과제를 수행할 계획이다. 특히 ‘IB(투자은행)맨’으로서 한투 IB의 빈 자리인 달러채권사업을 채워넣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올해 경영목표로는 순이익 1조를 제시했다. 당장 달성이 어려워보일 수 있지만, 큰 한 걸음을 내딛기 위해서는 큰 꿈이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 사장은 “퀀텀 점프하려면 전혀 다른 목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면서 “순이익 1조원이라는 높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아예 새로운 방식과 아이디어로 접근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취임 1년 소회를 들려달라.

▶1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다. 많은 일이 있었다. (위탁운용을 맡은) 고용보험기금의 독일 DLS(파생결합증권) 투자손실 이슈가 있었고, 코웨이 재매각건, 조국 펀드 등을 제가 받은 3대 과제라고 생각했다. 그중 고용보험기금은 독일DLS 손실을 포함해도 지난해 연 수익률이 7%가 넘더라. 다른 부문에서 정말 잘 운용한 거다. 그런 부문 감안해 고용보험기금 위탁운용사로 재선정됐다. 또 코웨이 재매각건도 골치가 아팠지만 결국 넷마블이라는 새 주인을 빨리 찾아줬다. 주어진 과제 나름대로 잘 해결했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경영점수를 매긴다면

▶90점. 실적으로 업계 1등을 했다. 그러나 시장이 도와준 덕을 좀 봤다. PBS(프라임브로커서비스) 업무를 더 잘했어야 하고, 각 부문별 완벽한 1등을 했으면 좋겠는데 그렇지 못한 점이 아쉽다. 앞으로 해야 할 부분이 있다.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경영원칙은

▶영업은 기본이 현장과의 소통이다. 고객 컨디션이나 주변 상황을 고려해 하루한끼가 아니라 1주일치 식단을 짜주던지, 영양밸런스에 맞춰 메뉴 개발을 해야 한다. 이런 느낌의 현장과 소통하는 영업을 강조하고 있다.

머니투데이

20.01.20 한국투자증권 정일문 대표이사 사장 인터뷰 / 사진=강민석 인턴기자 msphoto94@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업계 1등 타이틀이 부담스럽나

▶부담스럽다. 그렇지만 왕이 되려는자, 왕관의 무게를 견뎌야 한다. 1등을 한만큼 사회적으로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고 본다. 아직 익숙치 않지만, 돈 버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회에 더 기여하는 방안을 찾아보려고 한다. 겸손하게 우리 해야할 일을 해 나가겠다.

-역대 최고실적 비결이 무엇인가

▶나 때문은 아니라고 본다. 한투증권은 잘 제어되는 자율주행차다. 사장이 운전석에 앉아는 있지만 실제로 운전하지 않는다. 각 사업부문별 제어가 잘 돼 있고, 예측가능한 경영시스템을 갖고 있다. 위기나 돌발상황에서만 (사장이) 운전하면 된다. 앞으로 각 사업부가 더 조화를 잘 이루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내 역할이다. (한국투자증권은 3분기에 이미 순익 5333억원을 달성, 지난해 연간 순이익 4993억원을 뛰어넘었다.)

-올해 경영목표는

▶순이익 1조원이다. 사실 3년 내 순이익 1조원이 목표였다. 하지만 퀀텀 점프를 하려면 전혀 다른 목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전기를 얻으려고 풍차를 돌릴 때 지상 50m보다 100m가 나을 거 아니냐. 목표치를 계속 올리다보면 결국엔 연을 띄우는 전혀 새로운 방식을 쓰게 된다. 아예 높은 목표 아래 새로운 접근과 아이디어를 실행하려는 것이다.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수익기반을 확고하게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고민 중이다.

-1등 증권사인 만큼 차별화된 문화가 있을 것 같다.

▶우리는 1년에 정년퇴직자가 10명씩 나온다. 그런 증권사 봤나. 인력 물갈이가 심한 증권업계에서 정년을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회사다. 새로운 사람을 받아들이는데도 문제가 없다. 순금보다 합금이 단단한 법이다. 누군가 새로 와서 적응해 한투를 더 단단한 합금으로 만드는 그런 문화가 있다. 처음 시작도 한국투자신탁증권과 동원증권의 합병으로 탄생했다.

-금융당국이 증권사의 PF(프로젝트 파이낸스) 대출을 규제하고 나섰다.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우리 PF대출은 자기자본 대비해서 50%가 안된다. 시행기간도 많이 남았고, 대출이 부동산에만 쏠려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NCR(순자본비율) 산정 때 위험값이 높아지기 때문에 바꿔타야 한다는 생각은 분명히 갖고 있다. 부동산 정책이 바뀌는 건 이제 변수가 아니라 상수다. 금융당국에서 부동산 대신 벤처기업들에 투자를 많이 하라고 한다. 우리는 이미 비상장기업 투자펀드가 있다. 벤처, 중소기업 투자 규모가 절대 적지 않다. 또 계열사인 한투파트너스가 국내 최대 VC(벤처캐피탈)다. 그만큼 벤처투자가 많다.

머니투데이

20.01.20 한국투자증권 정일문 대표이사 사장 인터뷰 / 사진=강민석 인턴기자 msphoto94@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카카오뱅크와의 시너지 계획은.

▶카카오뱅크가 ICT(정보통신)기업으로서 장점을 살릴 수 있게 서포트할 것이다. 우리와 카뱅이 연계해 지난해에만 100만개 넘는 신규 계좌를 유치했다. 앞으로 이 고객들이 활동할 수 있게 최적화된 프로그램을 제공할 것이다. 올해 5월부터 2030 젊은 고객들이 제대로 자산증식 할 수 있도록 여러 프로그램을 시작할 계획이다. 그중 하나가 장바구니에 해외주식을 1만원, 2만원 어치 담아서 살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 테스트 기간인데 기대가 크다. 비용을 떠나서 건전한 투자문화를 정착시키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분들도 자본시장을 통해 뭔가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한다. 대한민국 자본시장이 업그레이드 되도록 문화를 만드는 것이 저희의 역할이다.

-해외 진출이나 미래 먹거리 구상은

▶우리는 뉴욕, 런던, 싱가포르, 홍콩,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7개국에 현지법인이 있고, 아시아는 주요 시장에 모두 진출해있다. 기존 해외국제영업에 IB를 더해 딜 소싱을 더 해올 생각이다. 대한민국 경제성장률이 1%밖에 안 되니 기업이나 투자자들이 만족할 수 있을 만한 기대수익률이 안 나온다. 특히 선진국이 기대수익률이 높다. 눈을 밖으로 돌려야 한다.

-올해 주식시장을 전망해달라.

▶부동산 규제로 부동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올 것이라고 본다. 최근 은행자금이 이동하는 모습도 보여 시장이 더 나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예전엔 주식하면 한국 주식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글로벌 투자시대다. 지난해보다 올해 시장에 대한 기대가 좀 있다. 기저 효과 덕에 분위기가 훈훈하고 산업적 측면에서도 반도체 부문이 좋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라임 사태로 불거진 헤지펀드들이다. 자칫 자본시장에 안 좋은 이미지를 입힐 수 있어 그걸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정일문의 한투증권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해달라.

▶IB분야에서 우리가 달러채권만 아직 안했다. 그 영역을 끼워넣으면 제대로 된 IB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IB 출신으로 빈 영역을 완성해놓고 싶은 욕심이 있다. 증권사 CEO로서는 수익이 시장 따라 흔들리지 않게 기반을 닦아놓는 것이 목표다. 증권업계가 시장 상황 따라 굴곡이 있는데 우리는 패러다임을 빨리 바꿔서 리테일 비즈니스 영향력이 전체의 10%에 불과하다. 한국투자증권이라는 자율주행차에서 앞뒤 안보고 믿고 가는 운전사가 되는 것이 꿈이다.

김소연 기자 nicksy@, 대담=김익태 부장, 정리=김소연, 조준영 기자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