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록히드마틴으로 키웁시다"
2014년 11월27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주요 계열사 사장들과 만나 내놓은 첫마디다. 한화그룹이 전날 삼성그룹으로부터 방위산업업체 삼성테크윈(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삼성탈레스(현 한화시스템)을 인수한 직후였다. 이 계약은 금액으로만 8400억원에 달하는 빅딜이었다.
사실 김승연 회장만큼 방위산업에 애착이 큰 총수도 드물다. 1952년 김승연 회장 부친인 김종희 선대 회장이 다름 아닌 화약사업으로 그룹을 일으켰다.
그러나 아무리 그룹의 모태라고 해도 수익성이 없는 사업을 무작정 끌고 갈 순 없다.
바로 이 지점에서 김승연 회장은 '장고'에 들어갔다. 삼성과의 방위산업 빅딜에 앞서 무려 6개월간 모든 변수를 검토했다고 한다.
그리고 답안지가 나오자 김 회장은 거침 없었다. 단 3개월 만에 삼성과 계약서 사인까지 끝내는 속도전이었다.
김 회장이 주도한 이 빅딜은 '승자의 저주'가 만연하는 M&A 중 보기 드문 성공작으로 불린다.
21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화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디펜스, 한화시스템 등 한화그룹 방산 계열사들의 2019년 매출 총액이 5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5년전 매출액인 1조8000억원 대비 178% 급증한 것이다.
한화그룹의 세계 방산업계 순위도 수직 상승했다. 미국 군사 전문지 디펜스뉴스가 집계하는 '글로벌 방산 기업 톱 100'에서 한화그룹은 지난해 20위권으로 도약했다. 5년전 50위권 밖에서 이렇게 빠르게 도약한 사례는 찾기 힘들다.
세계 방산업계 순위 1~30위는 미국과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2차 세계대전 승전국이 독차지하는 상황이어서 한화의 순위는 더 값지다.
재계 관계자는 "군과 정부, 국제정세까지 내다봐야 하는 방산산업은 시장 규모가 제한적으로 딱 정해져 있다"며 "이런 특성 상 한화가 일궈낸 신뢰와 성과는 의미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김 회장의 '한국형 록히드마틴' 육성론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한화는 록히드마틴처럼 항공과 항공관제, 미사일, 미사일방어시스템, 레이더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이를 가능하게 만든 결정적 장면이 2014년 삼성과의 빅딜이었다. 한화그룹은 2022년까지 항공 방산에만 4조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한화그룹 방산사업은 포트폴리오도 알차다는 평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항공·방산사업을 총괄하는 중간 지주사 역할을 맡고 있고, 한화디펜스가 지상방산전력과 무인화체계 사업을, 한화시스템이 통신과 레이더 사업에 주력한다.
여기에 한화디펜스인터내셔널(HDI)는 방산 수출 분야에 전문성을 갖고 있다. 이처럼 계열사별로 전문성을 확고히 한 포트폴리오로 한화그룹은 K-9 자주포를 글로벌 히트작으로 만들었다.
김 회장의 방산산업은 이제 세계 10위권 진입을 넘보고 있다. 2025년까지 방산 매출을 9조원 이상으로 높여야 가능한 목표다. 한화그룹은 내친 김에 2030년에는 14조원으로 매출을 올린다는 방침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인도와 호주에 대공무기체계 '비호복합'과 장갑차 '레드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 두 사업이 성사되면 8조원 규모의 일감을 확보하는 것으로 9조원 매출의 토대가 닦일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준 기자 7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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