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독도 불법 점거’ 대형패널... 韓 주장에 日 반박 게시해 전시/ “도쿄올림픽 계기 선전전 의도”
전시장의 입구 격인 다케시마 패널. 도쿄=김청중 특파원 |
경상북도 울릉군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선전하는 일본의 영토·주권전시관이 21일 오전 10시 일본 측의 일방적 주장이 난무하는 가운데 일반관람에 돌입했다.
전시관이 입주한 도쿄 도라노몬 미쓰이빌딩 1층 로비에는 일반관람 시작 전부터 30여명이 줄지어 개장을 기다렸다. 다케시마(竹島·독도에 대해 일본이 주장하는 명칭)를 지키는 모임 무라다 하루키(村田春樹) 도쿄지부장은 개장을 기다리면서 한국 기자들에게 한국어로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반복해 말했다.
일본 영토·주권전시관 일반 관람을 시작한 21일 독도 전시장 입구 쪽에 독도의 상징인 강치(바다사자의 일종) 박제가 설치돼 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
30㎡ 규모의 독도 전시장은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 쿠릴열도 4개 도서(〃 북방영토)를 포함한 3개 전시장의 정중앙에 있다. 다케시마라고 쓰인 대형 패널을 지나면 ‘1953 여름-현재 한국의 실력행사에 의한 불법 점거’라고 쓰인 패널이 나온다. 그 뒤에 세계에서 하나뿐이라는 길이 2.9m짜리 강치(바다사자의 일종) 박제를 중심으로 부챗살 모양으로 독도 전시장이 배치돼 있다.
전시장에는 한국의 입장 18개를 작은 글자·도표로 표시하고, 그 위쪽에 대형 지도와 자료를 동원해 일본 측이 반박하는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정면에는 300분의 1 크기의 독도 디오라마가 있고, 대형 TV 모니터에서는 일본 주장이 반복해서 상영된다. 다나카 구니타카(40)씨는 “기존 전시관보다 비주얼적 측면에서 이해하기 쉽다”고 말했다.
다케시마라고 쓰인 패널을 지나면 나오는 한국의 실력행사 때문에 불법 점거 되고 있다고 주장하는 패널. 도쿄=김청중 특파원 |
태정관 지령문(太政官指令文) 등 일본 측에 불리한 자료는 전혀 없었다. 과거 일본의 최고의결기구인 태정관이 1877년 3월 29일 작성한 이 문서는 일본의 영토와 울릉도·독도는 관계가 없다는 내용이다.
전시관 측은 첫 단체 관람객 20여명에게 관계자를 붙여 해설도 했다. 해설자가 한국을 비판하는 주장을 하자 호응한 관람객이 한국 기자에게 고개를 돌려 약간 큰 목소리로 “반성하라”고 말했다. 해설자는 일본 어부의 마구잡이로 멸절한 강치에 대해서도 “한국인들이 수면 위로 고개를 드는 강치를 다 쏴 죽였다”는 식으로도 해설했다. 보수단체인 일본회의 회원 신 하루오(新晴夫·70)씨는 전시관 내용에 대해 “더 많은 일본인이 알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관을 둘러본 독도 전문가 서경덕 성신여대 교양학부 교수는 한국 기자들에게 “도쿄올림픽 개막 6개월을 앞두고 전시관을 개관함으로써 방일하는 외국인에게 독도 영유권 홍보를 더욱 강화하려는 의도”라며 “특히 강치를 캐릭터화해서 홍보하는 등 어린이들에게 다가가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려고 하고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도쿄=글·사진 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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