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명예 사서나 도우미로 충당…섬 지역은 더 열악
학교도서관 이용하는 고교생들 |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인천에 있는 학교 중 절반은 사서가 따로 없어 그 공백을 대부분 학부모가 메워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인천 내 초·중·고등학교 524곳 가운데 사서 교사나 사서가 배치된 학교는 253곳(48.2%)에 그쳤다.
이 중 임용시험을 통과한 사서 교사(61명)와 자격증을 취득해 교육감 소속 무기계약직으로 고용된 사서(152명)는 213명이다.
나머지 40명은 기초자치단체가 부족한 사서 인원을 메우기 위해 자체 예산을 들여 채용한 것이다.
이마저도 연수구가 34명, 동구가 6명으로 다른 8개 군·구는 따로 사서를 뽑아 쓰지는 않고 있다.
강화군이나 옹진군의 경우 근무 배치가 어려운 섬 지역 특성상 교내 사서 배치율은 더욱더 낮다.
옹진군에는 16개 학교가 있지만 사서가 있는 학교는 단 한 곳도 없다. 강화군도 전체 학교 중 80%에 사서가 배치돼 있지 않다.
시교육청은 올해도 사서 교사 7명을 새로 뽑는 등 매년 인력을 조금씩 늘려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사서를 두지 못한 학교는 학부모들의 '자원봉사'로 공백을 메우는 형편이다.
수년째 예산을 투입해 온 학부모 명예 사서 사업도 그 일환이다.
시교육청은 올해 한 학교당 300만원씩 총 100곳에 3억원을 지원해 학부모 명예 사서를 둘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에는 학교 119곳에 예산을 지원했다.
각 학교가 학부모 명예 사서 2∼10명가량을 뽑아 도서관 업무를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예산이 지원되기는 하지만 학교당 배정되는 몫이 적어 학부모들이 받을 수 있는 돈은 실비 수준에 그친다.
초등학교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시교육청 시민청원 게시판인 소통도시락에 글을 올려 이 같은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 부모는 "사서 교사가 없는 학교는 도서관 도우미 엄마들이 돌아가면서 관리를 하고 있다"며 "담임 선생님이 부탁해서 하기는 하지만 책임감이 없으니 책을 대충 정리하거나 아이들이 책을 찾아달라고 해도 못 찾는 경우도 많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도서관 업무를 동네 책방 관리하는 수준으로 생각하는지 알 수 없다"며 "일 안 하는 학부모는 도서관, 녹색 어머니, 학교 행사 등등으로 불려 다니기 일쑤"라고 각종 학교 업무와 행사에 학부모를 끌어다 쓰는 현실을 지적하기도 했다.
시교육청은 사서 인원을 충원해 나가는 한편 지원이 필요한 학교를 직접 방문해 상담하는 등 지원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시교육청은 또 교육청 소속 8개 도서관 사서들을 파견해 학부모 명예 사서들에 대한 연수도 따로 진행할 계획이다.
교육부 역시 지난해 약 8% 수준이던 학교도서관 수 대비 사서 교사 비율을 2030년까지 약 50%로 늘리기로 하고 제3차 학교도서관 기본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장의 어려움을 충분히 알고 있으며 매년 점차 사서 인원을 늘려가고 있다"며 "도서관 사서 업무와 관련해 지원을 요청하는 학교는 찾아가서 대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cham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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