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軍) 복무 중 여성으로 성(性)전환한 육군 부사관 A하사의 전역심사가 22일 열린다. 창군 이래 처음으로 복무 중 성전환한 군인이 군 생활을 이어갈 지, 아니면 강제 전역해야 하는지 결정될 예정이다.

육군은 이날 오전 9시30분 A하사에 대한 전역심사위원회를 예정대로 연다. 전날 국가인권위원회가 A하사의 긴급구제 신청을 받아들여, 인권위 조사 3개월 뒤로 전역심사를 연기할 것을 권고했으나 군은 수용하지 않았다. 인권위 권고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

육군 관계자는 "권고의 취지는 이해한다"면서도 "이번 전역심사는 군인사법 등 현행 법령에서 정한 절차에 따른 것으로 연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인권위에 통보했다"고 말했다.

일러스트=이철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역심사는 의무심사 기록 등 서류 검토와 당사자 또는 법률대리인이 참석, 심사위원을 설득할 수도 있다. 통상 전역심사 당일 강제 전역 여부가 결론이 난다고 한다.

이날 전역심사위가 ‘복무적합 판정’을 결정할 경우, 2017년 입대한 A하사는 남은 복무기간 약 2년동안 그대로 군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 A하사는 장기복무를 희망하고 있다. 반면 ‘전역 판정’이 날 경우 전역일자 지정 후 그대로 퇴역하게 된다.

쟁점은 ‘성전환 수술’을 받은 A하사가 군 복무를 이어가는데 신체적 문제가 있는지다. A하사 측은 법원의 성별정정 허가 여부가 결정된 이후로 전역심사위 연기를 요청했으나, 육군이 반려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육군 관계자는 "성별 정정은 개인의 영역으로 군이 판단할 요소가 아니다"라며 "심신장애 3급 판정에 따라 앞으로 군인으로서 복무할 수 있는지만 심사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육군 등에 따르면 경기 북부 지역의 한 육군 부대에 복무 중인 A하사는 지난달 휴가를 이용해 외국으로 나가 성전환 수술을 마치고 복귀했다. 이후 군 병원에서 의무 조사를 받았고, 음경 훼손 5등급, 고환 적출 5등급 장애로 판정됐다. 규정에 따라 5등급이 2개면 심신 장애 3등급으로 분류, 전역심사 대상자가 된다.

A하사 측은 전역심사위 회부에 근거가 된 심신장애 3급 판정을 "기계적 판단"이라는 입장이다. A하사를 돕고 있는 군인권센터는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성전환 수술의 부작용은 호르몬요법과 운동, 식이요법 등으로 대체 가능하다"며 "고환절제술(성전환수술)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군 복무에 부적합다고 볼 의학적 근거는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 소견"이라고 주장했다.

[권오은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