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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화)

레바논 석달 무정부상태 해소…헤즈볼라 지지받아 새 정부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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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는 하산 다이브…반정부시위대 요구에 '기술관료 내각' 구성

경제위기 돌파가 핵심과제…"헤즈볼라 연계 탓 서방지원 유치 난망"

연합뉴스

레바논 신임 총리 하산 디아브
[EPA=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 대규모 반정부시위 속에 무정부 공백을 보내던 레바논이 석달 만에 새 정부를 출범시켰다.

지난달 새 총리로 지명된 하산 디아브(61)는 21일(현지시간) 이슬람 시아파 무장정파인 헤즈볼라와 그 동맹 세력의 지지를 얻어 새 내각 구성에 합의했다고 로이터 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이 보도했다.

이로써 레바논은 반정부시위 속에 작년 10월 사드 하리리 총리가 사임하면서 전방위로 악화한 경제문제와 사회갈등을 해소할 기반을 마련했다.

컴퓨터공학 교수 출신인 디아브 총리가 이날 발표한 장관 20명은 대다수 전문가 출신이다.

경제학자 출신인 가지 와즈니는 재무장관, 나시프 히티 전 아랍연맹(AL) 대사는 외교장관에 임명됐으며 은행가로 유명한 라울 네흐메도 경제장관에 올랐다.

이 같은 기술관료의 전면 배치는 레바논 반정부시위대가 기득권 정치인들에 대한 혐오를 표명하며 줄기차게 요구해온 사안이었다.

디아브 총리는 이런 의미에서 새 내각이 시위대의 요구를 이행하기 위한 '기술관료 구조대'라고 묘사했다.

레바논의 새 정부가 풀어야 할 주요 과제로는 경제위기 해소가 가장 먼저 지목된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레바논은 국내총생산(GDP)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경기침체 속에 GDP 대비 150%에 달하는 국가채무를 안고 있으며 미국 달러화 대비 통화가치가 2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급락한 상태다.

와즈니 신임 재무장관은 시민들이 은행에 '달러'를 구걸하고, 예치금 상환을 걱정하게 된 전례 없는 경제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외국의 원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앞으로 다가올 외화표시 채무의 만기에 대해 큰 우려를 드러내는 등 국가부도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그러나 레바논이 헤즈볼라의 지지를 받아 정부를 구성한 만큼 디아브 총리가 외국의 지지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미국 정부가 친이란 무장세력인 헤즈볼라를 테러조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과거 레바논에 경제적 지원을 제공했던 수니파 맹주 사우디아라비아와 일부 걸프 국가마저도 헤즈볼라가 레바논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레바논 일간 알나하르의 나빌 부몬세프 부편집장은 "이런 유형의 정부가 레바논을 돕도록 외부 세계를 설득하는 일은 분명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975년부터 1990년까지 이어진 장기 내전으로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겪던 레바논에서는 지난 10월 정부의 메신저 프로그램 과세 계획을 계기로 정치 기득권의 퇴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사드 하리리 전 총리의 사퇴 이후에도 정파 간 이견으로 새로운 내각이 구성되지 못해 사실상 3개월 가까이 무정부 상태가 지속했다.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헤즈볼라와 미셸 아운 레바논 대통령이 지난달 디아브를 새 총리로 지명한 뒤에도 내부 잡음이 끊이지 않자, 무력사용을 시사하는 헤즈볼라 측의 최후통첩 이후에야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s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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