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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화)

이슈 [연재] 뉴스1 '통신One'

[통신One]연봉보다 '리트리트'…최고급 인재 유출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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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비용대는 힐링 여행…개인 자유 보장

경쟁이 치열한 컨설팅 업계…인력 유출 고민 커

[편집자주]정통 민영 뉴스통신사 뉴스1이 세계 구석구석의 모습을 현장감 넘치게 전달하기 위해 해외통신원 코너를 새롭게 기획했습니다. [통신One]은 기존 뉴스1 국제부의 정통한 해외뉴스 분석에 더해 미국과 유럽 등 각국에 포진한 해외 통신원의 '살맛'나는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현지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생생한 이야기, 현지 매체에서 다룬 좋은 기사 소개, 현지 한인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이슈 등을 다양한 형식의 글로 소개합니다.

뉴스1

자료사진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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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트호번=뉴스1) 차현정 통신원 =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거주하는 소프트웨어 컨설턴트 크리스는 매년 1월이 다가오면 회사 스키 여행이 무척 기대된다. 전쟁 같던 업무를 잠시 내려놓고 가족과 함께 무료로 여행을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직장이나 가정과 같은 일상 생활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공간 또는 인간 관계에 잠기는 생활양식을 뜻하는 리트리트(Retreat)는 최근 네덜란드를 포함, 전 세계 컨설팅 업계에서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한 복지 제도로 급부상하고 있다.

보통 3일로 구성된 리트리트는 몇 가지 단체 행사를 빼면 개인 휴가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자유롭다. 즐기고 싶은 스포츠나 리조트 내의 부대시설 또한 사전에 개인적으로 선택할 수 있고 출발시점부터 집에 가는 교통편까지 모두 회사에서 비용을 댄다.

높은 사람의 눈치를 보거나 단체로 움직이며 불편해하는 것은 리트리트 취지와 상반되기 때문에 단체 행사는 저녁식사 등으로 최소화하고 개인의 힐링과 자유를 전적으로 보장한다.

크리스는 "출장이 잦은 탓에 가족들에게 항상 미안한데, 연간 2회 회사에서 제공하는 리트리트로 보답을 받는다는 느낌이다. 내가 회사에 꼭 필요한 인재고, 회사가 충분히 내 가치를 인정한다고 생각한다"고 리트리트 문화를 설명했다.

◇ 과도한 경쟁과 업무 스트레스…인력 유출로 이어져

지난 2017년 외신들은 한 공룡 IT 전문 컨설팅 회사의 인력 유출 사건을 앞다투어 보도했다. 실리콘밸리 붐을 타고 소수 인도계 미국인 엔지니어들이 모여 창업한 이 회사는 전 세계 컨설팅 업체와의 인수합병(M&A)을 통해 급속하게 몸집을 키워 업계 상위 5대 기업 안에 들 정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고급 인력 관리에 허점을 드러내면서 근무경력 10년차 이상의 대다수 컨설턴트들이 줄줄이 사퇴했다. 컨설턴트 개개인의 역량이 직접적인 비즈니스로 연결되는 업무 특성상 이 회사는 단기간에 경쟁업체들에게 고객사를 뺏기면서 주가가 폭락했다.

높은 연봉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의 주요 인력들이 줄줄이 빠져나간 원인은 업계 특성상 치열한 경쟁과 그에 따른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라는 진단이 많다. 보통 근속연수 10년이 넘어가기 어려운 직군이고, 경력 15년차가 넘어가는 중견 IT 컨설턴트의 경우 이미 연봉은 만족스럽게 받기 때문에 더 높은 연봉 제안은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 모든 직원들은 왕처럼 누려라, 리트리트 문화

스위스에 본사를 둔 텐스핀(Tenthpin Management Consultants)은 의약·바이오테크 전문 컨설팅 업체로 신약개발 및 임상실험 분야에서 독보적인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이 회사는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대기업에 인수됐는데, 더 큰 사무실과 더 높은 연봉을 받게 된 직원들은 어째서인지 만족도가 그닥 높아지지 않았다. 대기업의 획일화된 조직문화나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에도 불만이 컸다.

결국 강하고 빠르며 투명한 조직을 만들기로 결심한 소수 직원들이 주축이 돼 다시 작은 회사로 만들었다. 학벌 간판을 중시하던 컨설턴트 특유의 문화도 과감히 없애고 능력만 있으면 출신 국가와 성별에 관계 없이 인재를 채용하고 과감한 투자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텐스핀 관계자 마이클 슈미트는 "어느 회사에서 얼마를 받느냐는 이미 업계 최고의 컨설턴트들에게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 그 대신 얼마나 재미있게 일하는지, 회사가 얼마나 직원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려고 노력하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직원들은 손수 크리스마스 카드를 써서 서로 나누고, 컨버스 운동화에 누가 더 개성있게 디자인을 그려 넣는지, 새해 인사 비디오에는 누가 더 우스꽝스럽게 인사를 남기는지 경합을 벌이며 서로를 격려한다.

회사는 연간 2회 직급 구분 없이 전 세계 모든 직원을 최고급 리조트로 초대한다. 여름에는 포르투갈의 럭셔리 리조트에서 미슐랭스타 쉐프에게 요리 수업을 받고 수상 스포츠를 즐기며 팀워크를 다진다. 겨울에는 임직원들의 가족을 초대해 세계 부호들이 즐겨 찾는다는 스위스 그슈타트 스키장에서 특별한 리트리트를 즐긴다.

◇ 높은 결속력, 돌아오는 비즈니스 성과

텐스핀의 인사팀은 "고객과 가장 가깝게 일하는 컨설턴트는 사실 컨설팅 회사의 핵심 자원이다. 성과를 내는 컨설턴트로 키워내는 과정도 어렵지만 그들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키려면 교육의 기회나 연봉을 넘어서는 매력적인 리트리트 문화가 꼭 필요했다. 잘 쉬어야 일도 잘 한다"며 "아직까지 한 명의 직원 이탈이 없었다"고 리트리트 문화의 장점을 설명했다.

그 결과 이 회사는 IT전문 매체 'CIO(최고정보관리책임자) 애플리케이션'이 선정하는 2019년 전 세계 상위 20개 SAP 소프트웨어 솔루션 제공업체에 포함돼 세계 각국의 고객사에 최신 컨설팅 지원을 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인재들을 잡으려면 연봉만으로는 부족한 시대가 왔다. 내부 결속력을 다지고 회사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는 리트리트 문화, 글로벌 경쟁을 벌이는 우리 기업들도 적용을 생각해볼 때다.
chahjlis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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