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33달러(당시 약 3만6800원)만 투자하면, 그러니까 일주일에 커피 몇 잔이면 아이폰텐(X)을 살 수 있다."
신형 아이폰이 비싸다는 논란에 2017년 11월 2일(현지시간) 팀쿡 애플 최고경영자가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내놓은 답변이다. 그는 다음해 새로운 아이폰이 출시됐을 때도 "소비자들이 하루에 부담하는 금액은 1달러에 불과하다"고 할부를 활용하면 비싼 것이 아니라고 강변했다.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다. 2017년 출시된 갤럭시노트8 출고가가 125만4000원으로 책정돼 소비자들의 심리적 저항선이라 불리는 100만원을 훌쩍 넘어섰다.
미국의 경우 스마트폰 교체주기가 평균 17개월이라는 조사결과를 감안하면 현재 프리미엄 스마트폰 가격은 팀쿡의 발언과는 거리가 멀어진 상황이다. 특히 최근 나오는 최고사양 제품들은 200만원 내외에 가격이 형성돼 있다. 물론 중저가 사양의 제품들도 있지만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왜 점점 더 비싸지고 있는 것일까?
삼성디스플레이가 제작한 유연한 유기발광다이오드/사진=삼성디스플레이 뉴스룸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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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값 높아진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가격 상승에는 다양한 요인이 존재하지만 디스플레이 가격 상승을 빼놓을 수 없다. 메리츠종합금융증권에 따르면 스마트폰 화면은 제품에서 차지하는 원가 비중이 30%에 달해 부품 가운데 가장 값이 나간다. 고가 스마트폰 제조원가 275달러 가운데 화면을 75달러로 가정했을 때다.
특히 최근 영역을 넓히고 있는 유연한(플렉서블) OLED 몸값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과 대신증권에 따르면 액정표시장치(LCD) 화면은 지난 3년새 단가가 20달러대에 머물렀다. 반면 유연한 OLED는 가격이 60달러 후반대에 형성돼 있다.
가격이 비싸지만 유연한 OLED를 채택하는 스마트폰 제조사도 늘어나고 있다. IHS마킷에 따르면 스마트폰용 LCD 출하대수는 지난해 5억9700만대로 전년 대비 6% 감소할 전망이다. 반면 유연한 OLED는 이 기간 1억5900만대에서 1억6700만대로 5% 늘어날 전망이다. LCD 수요 감소분을 흡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레티나(망막)란 명칭까지 붙일 만큼 LCD를 애지중지한 미국 애플이 대표적이다. 애플은 아이폰X부터 주력 기종에 레티나 대신 구부러지는 OLED를 채택 중이다. 내년부터는 애플 역시 LCD를 채택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도 갤럭시S6부터 주요 제품에 이 OLED를 탑재해 왔다. ('엣지'없는 아이폰, 삼성디스플레이 찾은 이유)
◇ 다양한 장점 '피해 갈 수 없다'
폴리이미드 필름(PI) 기판을 스마트폰 뒷면으로 보내는 모형도. 드라이버IC(사진상 DIC)도 뒤로 딸려가고 있다. /사진=IHS마킷 제공 |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소비자들의 지갑사정과 별개로 유연한 OLED를 선호하는 데는 나름의 사정이 있다.
우선 공간을 더 넓게 사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은 카메라 등 내부 부품이 많다. 특히 과거에는 화면 터치를 감지해 신호를 전달하는 드라이버IC 등은 연결성을 고려해 화면 밑 기판에 부착해야 했다. 이 때문에 스마트폰 제조사는 바깥 테두리(베젤) 밑단에 드라이버IC 공간을 할당했다. 그만큼 화면은 좁아진다.
반면 유연한 OLED를 쓰면 화면 테두리(베젤)가 최소화된다. 드라이버IC가 부착된 기판 일부를 뒷면으로 넘기면 된다. 기판이 폴리이미드(PI) 필름으로 만들어진 플라스틱이라 앞뒤로 구부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화면 앞면에 차지하는 공간이 줄어 최근 유행하는 홀, 노치 디자인 등을 만들기 쉽다. LCD, 딱딱한 OLED는 기판이 유리라 이같은 방식을 쓸 수 없다.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종류별 구조도와 두께/사진=LG디스플레이 기업블로그 스퀘어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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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유연한 OLED는 두께에도 강점이 있다. 두꺼운 유리가 없고, LCD와 달리 빛을 내는 백라이트가 필요없는 등 패널 두께가 LCD 대비 4분의 1 가량 얇다. 여유공간을 배터리 부피를 늘리는데 사용해 스마트폰 사용시간을 늘릴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딱딱한 OLED가 지녔던 장점을 이어받은 것도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사용자가 화면을 터치하면 위치를 인식해 이를 전달하는 터치스크린패널을 화면에 내재화하는 기술이 대표적이다.
원래 터치스크린패널은 기기내 별도 공간을 할애해 장착하는 부품이었다. 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가 화면 화소를 보호하는 얇은 막 안쪽에 이를 부착하는 와이옥타란 기술을 처음 딱딱한 OLED에 상용화했다. 더 나아가 유연한 OLED에도 적용했다.
NH투자증권은 이 기술을 사용하면 터치스크린패널이 필요없는 만큼 유연한 OLED 원가가 24% 가량 개선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내년도 출시될 아이폰12 고급 모델에 이 기술이 적용될 것으로 외신 등에서 보도가 나오는 중이다. LG디스플레이는 이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중국 BOE는 기술확보에 매진하는 중이다.
◇ OLED 몸집, 더 커진다
유연한 OLED 시장은 더 커질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유비리서치는 시장규모가 지난해 182억9000만달러(약 21조8895억원)에서 2023년 327억달러(약 39조1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의 갤럭시폴드, 화웨이의 메이트X 등에 힘입어 접히는 스마트폰이 확산될 가능성을 감안했다.
이 분야에서는 그동안 삼성디스플레이가 독보적이었다. 하지만 LG디스플레이 역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애플 공급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IHS마킷은 LG디스플레이 스마트폰용 OLED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4분기 8.9%로 삼성디스플레이(85.33%)에 이어 2위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출시될 화웨이 P40에도 제품을 납품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연한 OLED를 생산하는 파주 E6 공장에 3번째 라인을 건설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추가 투자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애플 공급을 타진하는 BOE 등의 추격을 따돌리고 디스플레이 시장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기 위해서다.
다만 유연한 OLED 가격이 계속 높은 몸값을 유지할 것인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이미 경쟁이 시작됐고, 대량생산 및 공정혁신 등에 따라 원가절감 등도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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