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공유형 미용실 세운 심재현 '세븐에비뉴' 대표
근무일정·영업·관리 알아서
워라밸 챙기며 책임감 커져
디자이너와 고객 모두 만족
4곳서 운영…올해 7곳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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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혜원 기자]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주상복합몰.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 1층으로 내려간 곳에 샹들리에가 걸린 고급스러운 미용실이 있다. 금요일 오후 네이버 애플리케이션으로 예약을 하고 갔지만 매장은 손님들로 꽤 붐볐다.
손재주 좋은 '원장님'이 상주하는 여느 미용실이나 다를 바 없어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곳은 각자 다른 사업을 운영하는 헤어 디자이너들이 모여 있는 '각개전투'의 현장이다.
'세븐에비뉴'는 국내 최대의 공유형 미용실이다. 인센티브를 받는 제도가 아닌 사용한 만큼을 지불하고 나머지 수익을 디자이너에게 돌려주는 신개념 수익구조다. 디자이너가 고객을 직접 관리하고, 마케팅이 필요하면 본사를 통해 원하는 교육과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매달 근무 일정도 디자이너가 직접 짠다. 구축된 시스템을 기반으로 디자이너 개인이 각자 영업을 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서열도, 직급도 없다.
국내 첫 공유미용실을 세운 심재현 세븐에비뉴 대표(사진)는 "일반 미용실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헤어 디자이너들이 인센티브를 받는 제도가 아니라 디자이너 개인이 각자 고객을 관리ㆍ영업하는 수평적 구조"라고 설명했다.
20년차 미용사인 심 대표는 2018년 하반기에 서울 합정역 인근에서 운영하던 2호점인 합정점을 공유미용실로 본격 전환했다. 공유미용실은 기존 미용실에서 비효율적인 구조를 덜어내고 모든 헤어 디자이너들이 즐겁게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하자는 그의 노력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그는 공유숙박, 공유차량 등을 보고 미용업계에도 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당초 경기 부천시에서 1호점을 성공적으로 운영했던 심 대표는 서울 합정역 인근에 2호점을 세웠지만 기대만큼 잘되지 않았다. 그는 비합리적인 미용실 근무 구조를 사업 부진의 원인으로 보고 과감히 합정점 디자이너 후배들을 모두 가맹주로 세웠다. 그는 "헤어 디자이너는 프리랜서이면서도 미용실 원장의 업무 지시를 받는 직원"이라면서 "그렇다고 근무시간 준수 등 복지가 잘 지켜지는 업종도 아니다보니 디자이너들끼리 동등한 입장에서 일을 할 형편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1년의 시범 기간을 거치는 동안 심 대표는 각 가맹주들에게 공유형 미용실에 대한 세부적인 운영 방안과 규율을 만들어나갔다. 고객의 스케줄 관리를 스스로 할 수 있어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게 된 헤어 디자이너들의 업무 만족도는 훨씬 높아졌다. '워라밸'을 챙길 수 있다는 뜻이다.
고객이 지불하는 비용은 본인이 모두 가져가는 수익구조인만큼 각 디자이너의 직업적 책임감은 더 커졌다. 이는 더 높은 고객 만족도로 이어졌다는 평을 받는다. 남녀 고객의 평균 커트비용은 대략 2만~3만원대로 강남권 고급 미용실과 비슷한 수준이다. 모집 공고에 따르면 각 디자이너는 최대 73%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6000만~7000만원 정도로 낮은 초기 창업 비용도 장점으로 꼽힌다. 고가의 장비나 샴푸, 린스 등 물품을 미용실 내 다른 디자이너들과 공동구매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줄일 수도 있다. 심 대표는 합점정 외에 강남, 분당 등 서울ㆍ수도권 4곳에서 공유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7곳 정도 더 늘려 가맹점화 할 계획이다.
문혜원 기자 hmoon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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