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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고가주택 위주로 올린 공시가격... "진짜 폭탄은 상속·증여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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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올해 표준단독주택 가격을 공시하면서 각종 세금이 얼마나 늘어날 지에 주택 소유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공개된 표준지 공시예정가격에 대해 이미 지방자치단체들의 이의 제기가 쏟아진 상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같은 정부의 공시가격 인상으로 부동산 보유세뿐만 아니라 상속·증여세 부담도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국토교통부는 2020년 기준 표준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을 전국 평균 4.47%, 서울은 6.82% 올렸다고 22일 발표했다. 평균 9.13% 인상했던 지난해보다는 상승폭이 줄었지만, 시세가 9억~15억원대인 주택의 상승률은 올해도 두 자릿수에 육박한다. 시세구간별로 △9억~12억원은 7.90% △12억~15억원은 10.10% △15억~30억원은 7.49% △30억원 초과는 4.78% 인상됐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지난해보다 0.6%포인트 오르며 평균 53.6%가 됐다. 고가주택일수록 시세 반영률도 더 높아졌다. △9억~12억원은 53.4% △12억~15억원은 53.7% △15억~30억원은 56.0% △30억원 초과는 62.4%다. 공시가격이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연금과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재산 기준으로 활용되는 점을 감안하면 고가주택 보유자의 세 부담은 더 크게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토부가 지난달 발표한 표준지 공시예정가격에 대해서는 지자체의 이의 제기가 잇따랐다. 강남·강북·동대문·동작·마포·서대문·성동·성북·서초·영등포·종로·중랑·중구 등이 공시지가 인상률을 낮춰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절반이 넘는 13개구가 예정공시지가에 불만을 표한 셈이다.

특히 일부 상권을 중심으로 올해 공시지가 상승률이 8~10%대로 예고된 강남·성동·영등포·마포구 등에서는 지역별로 공시지가 상승률을 2~5%포인트 낮춰달라고 국토부와 한국감정원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세무 전문가들은 공시지가가 급등한 영향이 1차적으로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보유세 부담으로 나타나겠지만, 상속·증여세 부담이 오히려 더 큰 경우도 많다고 분석한다. 일정한 과세표준을 넘으면 세율이 급증하는 상속·증여세 특성상, 공시지가가 오르면서 기준점을 넘어서면 높은 세율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보유세를 먼저 살펴보면 토지는 지방세법상 용도지역과 실제 쓰임새에 따라 △종합합산과세대상 △별도합산과세대상 △분리과세대상 등 세 가지로 나뉜다. 이중 종합합산과세대상 토지는 공시가격 합계가 5억원만 넘으면 종부세가 부과되는데, 이에 해당하는 땅은 빈 땅이나 서울 주변 임야, 휴경지 등이기 때문에 평가가치 자체가 높지 않다.

분리과세대상 토지는 농사를 짓는 논이나 밭 등으로 재산세만 내면 된다. 세금 부담이 무거운 경우는 사무실이나 상가 등 사업용 건물이 지어진 별도합산과세대상 토지다. 이 때도 한 명이 소유한 토지의 공시지가를 모두 더했을 때 80억원을 초과하는 금액에만 종부세가 부과된다.

조선비즈

그래픽=송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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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과세표준 자체가 낮은 상속·증여세의 경우에는 공시가격이 10억원만 넘어도 세 부담이 급증한다. 상속·증여세의 과세표준은 시세를 기준으로 삼는 게 원칙이지만 거래가 많지 않은 단독주택이나 토지, 상가 등은 공시가격을 참고하기 때문이다.

상속·증여세는 재산의 가액에 따라 세율이 10%부터 최고 50%까지 계단식으로 상승하는 구조다. 공시가격 상승분이 세 부담으로 크게 반영되는 구간은 시세가 10억원을 넘을 때부터다. 물려받은 재산가액의 절반 가까이를 상속·증여세로 내야 한다.

예를 들어 지난해 약 5억5550만원인 동작구 사당동의 한 상가 건물의 공시가격이 올 들어 6억4185만원으로 약 13% 인상된 경우, 보유세 인상률은 25%다. 519만원에서 649만원으로 증가하는 수준이다. 이 건물을 증여할 경우 증여세는 9504만원에서 1억1402만원으로 약 20% 증가한다.

반면 48억1523만원이던 공시지가가 올해 77억6650만원으로 38% 인상된 강남구 신사동 토지의 보유세는 1474만원에서 2211만원으로 50% 늘어난다. 증여세는 18억2548만원에서 32억9630만원으로 80%나 증가한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정부의 공시가격 인상 기조 때문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증여 관련 문의가 늘었다"며 "증여를 고려할 경우에는 올해 공시가격이 확정되기 전이 세금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당분간 토지나 건물, 아파트 등 부동산의 종류와 상관 없이 증여와 부담부증여 수요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공시지가 인상이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거래가 잦지 않은 단독주택이나 상가의 경우 공시가격이 임대료나 매매가를 산정하는 근거로도 활용되는데, 경기 침체 때문에 임대료를 인상하기 쉽지 않아 시세에 인상된 공시가격이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며 "최근 몇 년 동안 서울 강남 상가 건물 시세가 오른 것도 급격하게 오른 공시가격이 반영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유한빛 기자(hanvi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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