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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김현준 연출가 "위안부 아픈 역사 미국인에 알려주고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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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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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후 뉴욕 재공연뿐만 아니라 런던, 베를린 그리고 한국까지 각 지역 공연기획자들로부터 공연 관련 문의가 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작비 없이 해외 공연은커녕 미국 내 공연도 어려운 상황이죠."

일본군 위안부의 아픔을 다룬 창작 뮤지컬 '컴포트 우먼' 제작자 김현준 연출(29)은 22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지난 8일(현지시간) '2019 브로드웨이월드 로스앤젤레스 어워즈'에서 최우수 뮤지컬상, 연출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았음에도 추가 공연이 난망해서다.

미국 유명 공연 매체 브로드웨이월드에서 개최하는 브로드웨이월드 로스앤젤레스 어워즈는 로스앤젤레스 전 지역에서 공연한 작품 중 팬들이 후보작과 수상작을 선정하는 시상식으로 현지 분위기를 알아볼 수 있는 지표다.

그럼에도 제작비 모금이 쉽지 않은 건 위안부 문제라는 한일 간 민감한 소재를 다룬 탓에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으로 낙인찍혀서다. 이 때문에 2015년 초연 때부터 투자 유치에 애를 먹었다고 한다. 일본계 기업을 거래처로 두고 있는 많은 기업이 투자에 난색을 표했다.

김 연출은 "투자를 약속했다가도 한일 관계가 조금이라도 이슈화되면 이를 철회하는 사례가 다반사였다"며 "5년 전부터 한국 공연을 추진했지만 좌초된 이유"라고 말했다.

이런 난관 속에서도 연출 의도에 공감하는 한인들의 후원을 바탕으로 '컴포트 우먼'은 2015년 뉴욕 오프브로드웨이 세이트 클레멘츠 극장 무대에 올랐고, 2018년 재연에 이어 지난해에는 로스앤젤레스 시어터 센터에서까지 공연했다. 하지만 이는 러닝 개런티(흥행 수입에 따라 임금을 주는 것)로 배우들과 계약하고, 교포들에게 의상 제작에 필요한 물품을 지원받은 덕분이다.

김 연출은 위안부 문제를 '무조건 일본은 악이고, 한국은 피해자였다'는 관점이 아니라 여성 인권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수상도 다른 나라의 문화나 역사를 잘 알지 못하는 미국 관객에게 이런 시각으로 접근해 이룬 성과로 돌렸다. 그는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전쟁의 아픔을 다뤘지만 아름답게 표현해 자기도 모르는 새 스토리를 따라가며 공감하게 된다"며 "외국인에게 역사 강의를 하기보다 감동받아 스스로 이 문제에 관심을 갖게 하는 게 기획 의도"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관객들 중 공연이 끝나고 객석에 남아 휴대폰으로 'Comfort Women(위안부)' 'Sex Slavery WW2(제2차 세계대전 성노예)'를 검색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컴포트 우먼' 수상으로 이름을 알렸지만 김 연출은 뮤지컬 본고장인 뉴욕 브로드웨이에선 아직도 비주류다. 그러나 그는 "방탄소년단, 기생충 등 아시안 콘텐츠 발전에 힘입어 한국 뮤지컬이 가까운 시일 내에 브로드웨이에서도 잘 통할 것으로 믿는다"며 낙관했다. 지금 준비 중인 작품은 한국 최초 K팝 스타로 평가받는 '킴시스터즈'의 삶을 다룬 뮤지컬이다.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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