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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단독] ‘간첩조작 서훈 취소자 공개’ 말 뒤집은 행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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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정보공개 결정 따른다더니

국정원·국방부 등 들며 비공개로

“가해기관에 의견 구하나” 비판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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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조작 사건으로 서훈이 취소된 이들의 실명을 공개하겠다던 행정안전부(행안부)가 국정원·경찰청 등 관계기관의 협조를 얻지 못했다며 관련 정보를 비공개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행안부는 지난해 7월 법원의 정보공개 결정으로, 서훈 취소자 명단 공개를 추진해왔다.

22일 <한겨레> 취재 결과, 행안부는 사단법인 인권의학연구소가 “서훈 취소자 명단과 선정 기준을 공개하라”며 낸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 지난 10일 관련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고 일부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비공개 결정을 한 정보는 △서훈 취소 대상자 명단과 구체적 취소 사유 △서훈 취소자 선정의 구체적 기준 △서훈 취소 과정이 기록된 문서 등이다.

행안부는 통지서에서 “그동안 고문 등 가혹행위 피해자의 권리 구제와 위법한 국가 폭력의 재발 방지를 위해 서훈이 취소된 관련자들의 실명을 공개하고자 관련 기관인 국정원, 국방부, 경찰청 등과 의견 수렴 및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며 “기관들이 관련법에 따라 자료를 공개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통보해왔다”고 설명했다. 이들 기관은 국가 안전보장 관련 사항으로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치거나 개인 사생활의 비밀이나 자유를 침해하는 경우 관련 정보를 비공개할 수 있다는 정보공개법을 비공개 결정의 근거로 들었다고 한다. 국정원 조직 및 정원은 비밀에 부칠 수 있다는 국정원법도 근거가 됐다.

앞서 행안부는 2018년 7월 국무회의에서 1980년대 과거사 사건에 관여한 이들이 받은 서훈이 부적절하다며 ‘서훈 취소안’을 심의 의결했다. 1980년대 군부독재 시절 간첩조작 사건 관련자 45명,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압 관련자 7명, 부산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사건 관련자 1명과 단체 2곳 등이다. 이후 폭력 피해자를 돕는 인권의학연구소는 서훈 취소자 명단 등을 공개하라며 행안부에 정보공개 청구를 냈지만 비공개 처분을 받았다. 지난해 7월 서울행정법원은 ‘정보 비공개 사유가 포괄적’이라며 인권의학연구소 쪽 손을 들어줬다. 이에 행안부는 지난해 9월 “간첩조작 사건으로 서훈이 취소된 이들의 실명을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비공개 결정으로 논의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인권의학연구소 박은성 사무국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서훈 관련 주무는 행안부가 맡는다. 과거사 조작, 고문 행위를 반성해야 할 가해 기관에 의견 수렴을 구한다는 것이 납득되지 않고, 그 수렴 내용이 ‘국가 안보’와 ‘개인정보 보호’라는 것은 더욱 납득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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