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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손쉬운 해고’ 정부에 수습 떠넘긴 한국지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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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공장 비정규직 해고자 우선 채용·생계지원 대책 등 합의

한국지엠은 해고 회피 노력도 없이 정부 지원으로 부담 해소

부평공장선 비정규직 해고 46명 중 20명 먼저 3년 만에 복직

물량 감소를 이유로 비정규직 대량해고를 야기한 한국지엠 창원공장의 노사 갈등이 임시 봉합됐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대량해고된 비정규직의 재취업을 돕기 위해 130여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올해 생산량 감축은 당초 사측이 밝힌 것보다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파견’ 소송 부담을 덜기 위해 피할 수도 있었던 대량해고를 강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8100억원의 혈세가 투입됐는데도 이렇다 할 해고 회피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한국지엠이 해고에 따르는 부담을 손쉽게 정부에 떠넘겼다는 것이다.

금속노조 한국지엠 창원비정규직지회는 22일 오전 한국지엠 창원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창원공장 노사와 경남도가 합의한 비정규직 해고자 우선 채용 및 생계 지원 대책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합의안에 따르면, 노사는 향후 창원공장 운영이 정상화되거나 추가고용이 필요할 경우 해고자를 우선 복직시키고,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 1·2심에서 ‘한국지엠 직원이 맞다’는 판단을 받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할 경우 이들을 즉시 채용키로 했다.

실업급여 및 재취업 지원 사업을 통한 생계 지원 방안도 마련됐다. 지난 연말 국회에서 처리된 올해 예산안에는 ‘자동차산업 퇴직자 재취업 지원’ 예산 139억원이 반영됐다. 이 예산은 당초 정부안에서는 전액 삭감될 예정이었으나, 창원공장 비정규직 해고를 염두에 둔 경남도와 창원시의 끈질긴 설득 끝에 국회 심의 과정에서 반영된 것이다. 이에 따라 자동차산업 관련 퇴직자를 채용한 기업에는 1인당 월 250만원이 최장 1년간 지원된다. 지자체는 정부 지원금의 10%만큼을 함께 지원하기로 했다.

문제는 공적자금 8100억원을 지원받은 한국지엠이 해고 회피 노력을 하거나 해고자 생계 지원 대책을 내놓지 않아 해고 노동자를 위한 지원 대책이 정부의 몫으로만 남게 됐다는 점이다. 당초 창원공장은 비정규직을 대량해고하면서 올해 생산량을 9만대 수준으로 예측했으나, 올해 창원공장 생산계획은 전년보다 3만여대 감소한 11만2000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이 정도면 주 4일 근무 등 휴업 일수를 조정하는 식의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충분히 총고용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사측이 ‘불법파견’ 확정 판결 후 회사가 떠안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비정규직 정리에 나선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창원공장은 해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의 소 취하를 조건으로 1000만~3000만원의 위로금을 지급했다. 위로금을 거부하고 끝까지 싸운 비정규직 노동자 숫자는 200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노조 측은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 기존 판례상 회사 측 패소가 유력시되자 한국지엠이 ‘비정규직 흔들기’의 일환으로 대량해고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700일 넘게 한국지엠 부평공장 앞에서 농성을 벌여온 비정규직 노동자 20명도 이날 3년 만의 복직에 합의했다.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와 부평공장 근무제 축소로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 46명이 함께 싸워왔으나 20명이 먼저 복직된 것이다. 부평비정규직노조는 “우리의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26명의 해고자가 남아 있고, 창원공장 585명의 비정규직 해고자 문제도 남아 있다”고 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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