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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사설]‘화성 참사’ 겪고도 파견 규제 완화하겠다는 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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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민주노총, 이주노동자노조 등으로 구성된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가 화재로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기 화성시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지난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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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참사로 23명이 숨진 경기 화성 1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이 ‘위험성평가’를 실시했다는 이유로 산재보험료 감면 혜택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근로복지공단은 사업주의 산재예방활동을 유도할 목적으로 위험성평가를 실시해 산업안전보건공단의 인정을 받은 사업장의 산재보험요율을 인하해주는데, 아리셀이 이 제도의 혜택을 받았다는 것이다. 정부가 중대재해 예방 수단 중 하나로 제시한 위험성평가가 아리셀처럼 단기 파견인력이 많은 사업장에서는 효과를 얻기 어렵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30일 경향신문이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아리셀은 산재예방요율제 혜택으로 2022~2024년 산재보험요율을 17~20% 감면받았다. 감면 금액은 580만4330원이다. 근로복지공단의 산재예방요율제는 위험성평가나 사업주교육을 실시한 50인 미만 사업체에 산재보험요율을 낮춰주는 제도다. 아리셀이 이 제도의 혜택을 받은 건 생산인력 대부분을 외부에서 파견받아 상시 근로자 50인 미만 규모로 사업장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이번 참사로 숨진 일용직 노동자들은 무허가 파견업체인 메이셀을 통해 파견됐다. 불법파견일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렇게 일하는 노동자들이 위험성평가에 참여하거나 그 결과를 공유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점이다. 현장에 만연한 불법파견이 이번 참사와 같은 중대재해 위험 요인임을 말해준다.

사정이 이렇다면 정부는 불법파견을 근절하려고 노력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정부는 ‘화성 참사’를 겪고도 파견 규제 완화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28일 국회에서 현행 파견법과 관련해 “법을 준수하기 어려운 제도적 미비가 있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라고 했다. 노동부는 지난해 1월 ‘주요업무 추진계획’에서 파견·도급 기준 법제화, 파견대상 확대 등 방향으로 파견제도를 손질하겠다고 했는데, 이 기조를 지속하겠다는 걸로 해석된다. 느슨한 근로감독으로 불법파견을 방치한 노동부가 불법파견을 아예 양성화하겠다고 나선 꼴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정부가 할 일은 불법파견 단속, 파견 사업장 안전체계 점검과 실효성 있는 산재예방 대책 마련,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한 법과 제도의 정비이다. 파견 규제 완화는 이에 역행하는 것이다. 언제까지 이런 비극을 되풀이할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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