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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필동정담] 脫세계화 징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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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 동력이 떨어지는 추세를 보여주는 통계 수치가 또 나왔다. 전 세계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가 급감한 것이다.

유엔무역개발회의가 최근 발표한 '투자 동향 감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FDI는 1조3940억달러로 전년보다 1% 줄었다. 4년 연속 감소하며 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교역량 증가율이 둔화하고 있는 것도 탈(脫)세계화 징후로 볼 수 있다.

세계은행은 글로벌 교역량 증가율이 올해 1.9%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6개월 전 전망보다 1.2%포인트나 낮췄다. 세계 교역량 증가율은 2018년 4%에서 지난해 1.4%로 급감했는데 올해도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지난해 초 영국의 저명한 경제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는 느리다는 뜻의 'slow'와 세계화(Globalization)를 합성한 '슬로벌라이제이션(Slowbalization)'이라는 말로 탈세계화 현상을 표현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국가 간 자본과 상품, 서비스, 정보, 기술 등이 활발하게 교류되며 확산된 세계화는 선진국 배만 불렸고 계층 간 불평등을 심화시켰다는 비판을 받지만 총체적으로 보면 장점이 더 많았다.

개발도상국들이 선진국 대열에 진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고, 개혁과 개방 정책을 채택하면 어떤 나라도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줬다. 세계화가 아니었다면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국가도 적지 않다.

한국이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도약하며 30-50클럽(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인구 5000만명 이상인 국가)에 가입할 수 있었던 것은 세계화의 덕이라고 볼 수 있다. 탈세계화 징후들이 반갑지 않은 이유다.

탈세계화가 가속화하면 산업 측면에서 글로벌 공급망이 파괴되고 정치적으로 외교·안보 지형이 바뀔 수 있다.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전쟁과 중동 지역 불안도 탈세계화와 무관하지 않다. 엄청난 구조적 변화가 이미 진행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탈세계화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깊이 고민해야 할 때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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