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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기자24시] 정부, 부동산 그만 파고 경제 파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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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헌법재판소가 '12·16 부동산대책'에 대한 위헌심리에 착수하기로 결정했다. 정치권과 법조계를 중심으로 최근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시장경제 원리에 위배된다는 비판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18차례 이어진 부동산대책은 증세와 대출규제를 통해 부동산 시장으로 돈이 못 가게 댐을 쌓은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열심히 댐을 쌓았지만 대안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은 속절없이 부동산으로 흘러 들어갔다. 한 지역을 막으면 다른 지역으로 넘쳐흘렀다. 각종 정부 대책이 발표된 이후 예외 없이 풍선효과가 뒤따른 이유다. 최근 논란이 된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의 '부동산 매매허가제' 발언은 물이 자꾸 부동산으로 넘치니 하늘까지 댐을 쌓겠다는 식의 발상이다. 시장 거래를 일일이 규제하는 이러한 방식은 비효율적일 뿐 아니라 정부에 권한을 집중시켜 필연적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한다.

시장 메커니즘을 활용하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자본은 위험 대비 기대수익률이 높은 투자처로 유입되게 마련이다. 강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지난 임기 동안 대내외적인 경제 환경 악화로 자본시장의 매력도가 떨어지자 자금은 부동산으로 몰려 들어갔다.

부동산 투기와 싸우겠다는 것은 저지대로 흘러넘치는 물과 싸우겠다는 것과 같다. 올바른 경제정책을 병행하지 않으면 부동산 규제와 씨름하는 동안 경사는 더욱 기운다. 정부는 부동산 투기와 싸울 게 아니라 기업 혁신을 유도하고 자본시장의 신뢰를 저해하는 악습과 부도덕을 몰아내는 데 사활을 걸어야 한다. 한국 기업의 향후 12개월 예상 실적을 반영해 계산한 기업의 이익률(ROE 기준)은 2018년 12.2% 수준에서 올 초 8.1%까지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이익 전망이 악화되어 주식과 펀드시장의 예상수익률이 낮아지면 자본은 부동산으로 흘러들게 된다. 국내 자본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낮은 신뢰도 역시 자금이 미래 먹거리로 흘러가지 못하게 길목을 막고 있다. 기업 환경 개선과 자본시장 선진화를 통해 자금이 제대로 된 투자처를 찾아갈 수 있도록 수로를 파는 데 골몰해야 할 때다.

[증권부 = 문가영 기자 moon31@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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