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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사스 때 400억弗 손실…美까지 뚫린 우한폐렴, 경제 '블랙스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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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첫 우한 폐렴 감염자…전세계로 확산

사스급 충격 오나…춘제 1차 분수령 될듯

상승 랠리 美 증시, 6거래일 만에 하락

둔화 와중에…세계 경제 '블랙스완' 우려

이데일리

2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급속히 확산하고 있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한커우역에서 여행객들이 마스크를 쓴 채 이동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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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우한 폐렴은 올해의 첫 블랙스완(the first black swan event of 2020)이 될 수 있습니다.”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오리엔트증권의 샤오 위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우한 폐렴 사태를 두고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인터뷰를 통해서다. 블랙스완은 극단적으로 예외적이어서 발생 가능성이 없어 보이지만 일단 터지면 큰 충격을 가져오는 사건을 가리키는 말이다. 우한 폐렴이 가뜩이나 저성장 국면인 세계 경제에 예기치 못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호주국립은행(NAB)의 로드리고 카트릴 수석애널리스트는 “우한 폐렴의 진원지가 중국이라는 점에서 (세계 경제와 교역에 미칠 영향이) 더욱 가혹할 것”이라며 “금융시장이 꼭 봐야 할 이슈”라고 했다.

◇미국서 첫 우한 폐렴 감염자 나와

전세계가 중국발(發) 우한 폐렴 공포에 초비상이 걸렸다. 아시아를 중심으로 신종 전염병이 급속도로 퍼지는 가운데 미국에서도 첫 감염자가 나오며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끝 모를 강세 랠리를 이어가던 미국 증시가 멈춰선 게 방증이다. 일각에서는 2002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급 충격파가 닥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최근 중국 우한으로 여행을 다녀온 시애틀 인근의 30대 남성 주민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로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우한 폐렴 환자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 밖에서 확인된 첫 감염 사례다.

이 환자는 지난 15일 시애틀 타코마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으며 이튿날 병원을 찾았다. 우한 폐렴을 의심한 의료진은 남성으로부터 채취한 시료를 CDC에 보냈고, 결국 확진 판정이 내려졌다. 이 환자는 안정적인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와 별개로 폐렴이 아시아 밖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공포감은 커지고 있다. CDC 관계자는 “미국을 포함해 (아시아 밖의 지역에서도) 추가 발병 사례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보건당국에 따르면 21일 자정까지 중국 내 폐렴 감염자는 440명으로 집계됐다. 현재까지 사망자는 9명. 주변국인 한국(1명)을 비롯해 일본(1명), 대만(1명), 태국(4명), 마카오(1명) 등에서도 감염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유럽에서는 아직 확진 환자가 없지만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특히 수억명이 이동하는 중국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를 1차 분수령으로 감염자 수가 급등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많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감염자 수를 축소 발표한다는 의혹도 나온다. 홍콩 SCMP 등에 따르면 전염병 권위자인 위안궈융 홍콩대 교수는 우한 폐렴이 2002년 말 세계를 강타했던 사스 사태급으로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 남부에서 첫 발병 사례가 나온 사스는 세계 곳곳에서 무려 774명의 사망자를 냈다. 위안 교수는 “우한 폐렴은 사스 때처럼 대규모 발병이 일어나는 전염병 4단계에 근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상승 랠리 美 증시, 6거래일 만에 하락

마치 척후병처럼 금융시장부터 곧장 반응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52.06포인트(0.52%) 하락한 2만9196.04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현지에서 폐렴 환자가 나오자 곧장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것이다. 상승 랠리를 이어가던 다우 지수가 떨어진 것은 최근 6거래일 만에 처음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전거래일과 비교해 각각 8.83포인트(0.27%), 18.14포인트(0.19%) 내린 3320.79, 9370.81에 장을 마쳤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전거래일 대비 6.20% 상승한 12.85를 기록했다.

다만 아시아 증시는 그나마 전날 약세 폭은 반납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1.41%)에 이어 이날 장 초반 1% 넘게 급락했지만, 0.28% 상승한 채 마감했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우한 폐렴이 주식시장 돌발 악재로 부상한 건 2003년 사스를 떠올리게 하는 파급력과 전염성 탓”이라며 “사스는 2003년 상반기 내내 글로벌 주식시장의 주요 악재였다”고 했다.

더 큰 문제는 실물경제에도 악재라는 점이다. 성장세가 둔화하는 와중에 미처 대비하지 못한 충격파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라지브 비즈워스 IHS글로벌인사이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우한 폐렴은 얼마 전 사람끼리의 감염이 확인된 이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잠재적인 주요 경제 리스크로 확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스 사태 당시 나왔던 연구는 그 힌트다. 이종화 고려대 교수와 워윅 맥키빈 호주국립대 교수가 2005년 세계적인 정치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에 게재한 연구를 보면, 2003년 상반기 사스로 인한 전세계 경제 손실은 400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정됐다. 같은 기간 미국과 홍콩을 오가는 항공편은 69%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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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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