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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판매 시작한 서울사랑상품권, 온누리상품권 위협…전통시장은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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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개 자치구, 모바일 지역화폐 서울사랑상품권 발행

사흘만에 판매 10.8억…전통시장 외 全업종 이용 장점

온누리상품권 판매량 위축될 듯…제로섬 게임 우려

공공구매 감소할 듯…상인들 "전통시장 방문 감소" 불만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서울시가 이달부터 제로페이 기반의 모바일 지역화폐인 서울사랑상품권 발행에 본격적으로 나선 가운데 전통시장 수요 진작을 위해 발행하는 온누리상품권의 입지가 흔들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역상권 활성화 차원에서 온누리상품권 구매를 독려했던 자치구들이 지역화폐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어서다.

서울사랑상품권의 경우 온누리상품권보다 사용 범위가 더 넓은 데다가 플랫폼도 제로페이와 동일해 결국 제로섬 게임(한쪽이 이득을 보면 다른 한쪽이 그만큼 손해를 보는 상황)으로 흘러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차별성 없는 소상공인 지원 경쟁으로 인한 행정력 낭비를 우려하고 있다.

23일 서울시에 따르면 일부 서울시 자치구는 올해 설 명절부터 각 동 반장에게 서울사랑상품권을 지급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지역상권 활성화 차원에서 온누리상품권을 구매해 제공해 왔다. 이달 중순부터 17개 자치구가 서울사랑상품권을 발행한 데 따른 것이다.

서울사랑상품권은 지역 내 소비를 늘려 소상공인 매출 증대로 이어지게 하자는 취지로 도입한 지역화폐다. 소비자는 7% 할인된 금액에 상품권을 구매하고 가맹점은 연 매출액과 상관없이 결제 수수료를 부담하지 않아 서울시 뿐만 아니라 다른 지방자치단체도 앞다퉈 지역화폐를 출시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17개 자치구의 서울사랑상품권 판매 금액은 지난 21일 기준 10억8000만원이다. 상품권 참여구의 발행 목표액 1230억원의 0.8%에 해당하는 규모로 상품권 판매를 본격화한지 사흘 만에 달성한 판매액이다. 같은 시기 발행한 경남사랑상품권이 사흘 만에 발행액의 0.4%를 판매한 것과 비교하면 실적 면에서는 나쁘지 않다는 게 서울시 판단이다.

이데일리

서울 동대문구가 지난 21일 전농로터리시장에서 ‘동대문구사랑상품권 홍보 캠페인’을 펼쳤다.(동대문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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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서울사랑상품권의 등장으로 온누리상품권이 당장 주요 판매처를 잃을 처지에 놓였다는 점이다. 온누리상품권은 전통시장의 수요 진작을 위해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2009년부터 발행하고 있다. 그동안 각 자치구는 전통시장 이용을 독려하는 차원에서 설·추석 명절 선물과 직원들의 복지포인트 중 일정 비율을 구매해 왔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공공기관 판매에 기댈 수 없는 상황이다.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구청의 경우 목표치를 달성해야 하기 때문에 온누리상품권 구매가 뒷전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로 일부 자치구는 온누리상품권을 서울사랑상품권으로 대체하거나 구매 비중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상품권 발행 초반이라 온누리상품권 지급을 병용하고 있으나 주민과 내부 반응이 좋으면 점진적으로 지역화폐 사용을 늘려갈 것”이라며 “다른 자치구 역시 마찬가지 상황일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사랑상품권이 온누리상품권 수요를 잠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 온누리상품권 발행 목표를 2조5000억원으로 설정하고 지류·카드는 5%, 제로페이 기반의 모바일 온누리상품권은 올해 말까지 10% 할인해 판매한다. 모바일 온누리상품권이 서울사랑상품권보다 3%포인트 싸지만, 사용처가 전통시장에 국한돼 불리하다는 평가다. 서울사랑상품권의 경우 대형마트와 백화점, 대기업 계열사와 프랜차이즈 일부, 사행·유흥업종 등을 제외한 전 업종에서 이용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소비자 유인효과가 클 것이라는 게 소상공인업계의 판단이다.

그나마 온누리상품권 판매로 소비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었는데 앞으로는 시장 방문 빈도가 줄지 않겠냐는 관측이다. 한 전통시장 관계자는 “우리가 봐도 쓸 곳이 많은 지역화폐가 훨씬 유용해 보이는데 소비자들은 오죽하겠냐”며 “현장을 모르고 비슷비슷한 소상공인 지원 정책만 경쟁적으로 내놓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결과물”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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